"정인이 늘 멍투성이.. 기아처럼 야위어" 재판 증언들

권남영 2021. 2. 18.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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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모의 학대로 끝내 숨진 16개월 정인이가 입양 초기부터 지속적인 폭행과 학대를 받아왔다는 어린이집 교사들의 증언이 다시금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정인이가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 A씨는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신혁재) 심리로 열린 양모 장모씨와 양부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인이가 어린이집에 온 2020년 3월부터 신체 곳곳에서 상처가 발견됐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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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학대 사망사건 다룬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 SBS 제공


양부모의 학대로 끝내 숨진 16개월 정인이가 입양 초기부터 지속적인 폭행과 학대를 받아왔다는 어린이집 교사들의 증언이 다시금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정인이가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 A씨는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신혁재) 심리로 열린 양모 장모씨와 양부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인이가 어린이집에 온 2020년 3월부터 신체 곳곳에서 상처가 발견됐다”고 진술했다.

그는 “처음 입학할 당시만 해도 정인이는 쾌활하고 밝은 아이였다”며 “건강 문제도 없이 연령대에 맞게 잘 성장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하지만 입학 이후 정인이의 얼굴과 팔 등에서 멍이나 긁힌 상처 등이 계속 발견됐다”며 “허벅지와 배에 크게 멍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A씨가 상처의 원인을 물으면 장씨는 대부분 “잘 모르겠다”며 답을 피했다고 했다. 허벅지에 난 멍에 대해서는 “베이비 마사지를 하다 멍이 들었다”는 해명을 했다고 A씨는 전했다.

장씨의 친딸인 언니와 달리 정인이는 7월 말부터 약 두 달간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않았다. 장씨는 어린이집에 오지 않는 이유를 묻는 증인에게 “코로나19 감염 위험 때문”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A씨는 “두 달 만에 어린이집에 다시 나온 정인이는 몰라보게 변해 있었다”며 “아프리카 기아처럼 야위어 있었고 제대로 설 수 없을 정도로 다리도 심하게 떨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의 건강이 염려돼 병원에 데려갔고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학대 신고를 했다”며 “예상과 달리 정인이는 가정에서 분리 조치되지 않았고, 오히려 말도 없이 병원에 데려갔다며 양부모로부터 항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정인이 사망 전 함께 한 방송에 출연한 양부모 모습. EBS 방송 캡처


사망 전날인 2020년 10월 12일 어린이집을 찾은 정인이 상태는 더욱 심각했다. CCTV에 담긴 정인이는 스스로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기력이 쇠한 상태였고, 내내 교사의 품에 안겨 축 늘어져 있었다.

A씨는 “그날 정인이는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모습이었다”며 “좋아하는 과자나 장난감을 줘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어 “정인이의 몸은 말랐는데 유독 배만 볼록 나와 있었고, 머리에는 빨간 멍이 든 상처가 있었다”며 “이유식을 줘도 전혀 먹지 못하고 전부 뱉어냈다”고 첨언했다.

정인이는 복부에 가해진 넓고 강한 외력에 따른 췌장 파열 등 복부 손상과 이로 인한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인이의 학대 징후를 처음 포착한 어린이집 교사 B씨도 재판에서 “정인이는 얼굴과 목 주위에 항상 많은 멍이 있었다”며 “저렇게 크게 멍이 드는 아이를 본 적이 없어 사진을 찍어 뒀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부모와 달리 장씨에게서 우는 정인이를 안아주거나 다독여주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다”며 “학대 신고가 한 번 접수된 후에는 첫째만 데리고 먼저 하원 했고 정인이는 나중에 아빠가 따로 데려갔다”고 증언했다.

이날 재판이 열린 서울남부지법 청사 앞 인도는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살인자 양모 무조건 사형’ ‘우리가 정인이 엄마 아빠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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