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서 쇼핑 다 하는데..오프라인 매장 공들이는 브랜드, 왜
LED 스크린으로 꾸민 나이키
우주 테마로 구성한 아더에러
색다른 체험 주는 공간 마케팅
패션 브랜드 매장인데 물건보다 로봇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매장 한가운데 자리한 거대한 설치물은 마치 현대 미술 작품을 관람하는 듯한 생경한 경험을 선사한다. 오는 24일 공식 개장을 앞둔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인근의 젠틀몬스터 ‘하우스 도산’ 매장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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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보다 로봇이 눈에 띄는 매장
지하 매장 포함 총 5개 층으로 이루어진 건물에는 안경·선글라스 전문 브랜드 ‘젠틀몬스터’를 비롯해 화장품 브랜드 ‘탬버린즈’,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가 입점했다. 탬버린즈와 누데이크 모두 젠틀몬스터 운영사인 ‘아이아이컴바인드’ 산하 브랜드다.
17일 찾은 매장 풍경은 이채로웠다. 1층과 2층을 뻥 뚫어놓은 공간에는 벨기에 예술가인 ‘프레드릭 헤이만’의 3D 작업이 실물로 구현돼 있다. 낡은 건축물을 무참히 부숴 놓은 듯한 설치물은 어딘가 비현실적 느낌을 준다. 3층에는 젠틀몬스터 로봇 랩이 1년 넘게 연구해 만든 6족 보행 로봇 ‘더 프로브’가 이리 저리 움직이고 있다. 거대한 기계 생명체가 움직이는 모습이 낯설게 다가온다. 화장품 브랜드 탬버린즈 매장이 자리한 4층에도 갈대처럼 우아하게 움직이는 키네틱 미술 작품이 눈길을 끈다. 젠틀몬스터 관계자는 “일상에선 볼 수 없는 낯설고 놀랄만한 것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표현해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자 했다”며 “미래의 소매업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연구 끝에 만들어진 매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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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작품으로 볼거리 선사
온라인 쇼핑이 더 익숙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오히려 오프라인 공간에 ‘힘’을 주는 브랜드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6층에 1123㎡(340평) 규모의 초대형 매장을 오픈한 나이키가 대표적이다. 국내 최초로 선보인 ‘미래 스포츠’ 콘셉트의 매장으로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을 활용해 미래지향적 인테리어를 연출해 화제가 됐다.
나이키는 앞서 5월에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복합문화공간 ‘조던 서울’을 오픈하기도 했다. 단순한 매장 개념보다는 브랜드의 아이콘 격인 마이클 조던의 문화적 가치를 체험할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 꾸몄다. 매장 곳곳에는 국내외 유명 아티스트들이 조던 서울을 위해 제작한 작품이 놓여있다. 두 매장 모두 많은 제품을 보여주기보다 체험 콘텐트 위주로 구성된 게 특징이다.
독특한 공간을 매개로 소통하는 패션 브랜드로는 ‘아더에러’도 유명하다. 백화점 입점보다는 홍대·성수동 등 주요 목표 고객인 MZ세대가 선호하는 지역에 플래그십 스토어 위주로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7월에 성수동에 문을 연 아더에러의 ‘아더 스페이스 2.0’은 ‘균열’이라는 테마 아래 9개의 독특한 공간을 구성해 눈길을 끌었다. 멀티미디어 설치 작품과 우주를 테마로 한 공간들을 지나서야 옷이 전시된 공간이 나타난다. 독특한 공간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코로나19 확산 와중에도 늘 줄 서는 매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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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없는 온라인엔 한계”
상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오프라인 소매 매장은 소비자 경험을 위한 관람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브랜드의 세계관을 독특하게 표현하기 위해 미디어 아트와 설치 작품들이 동원되곤 한다. 비대면 쇼핑 기조가 강화된 코로나19 시대에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매출이 나오지 않는 작은 매장은 접더라도, 브랜드 정체성을 표현하는 대형 매장에 공을 들이는 추세다. 온라인에선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직접적 체험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젠틀몬스터에서 브랜드 전략을 담당하는 구진영 파트장은 “오프라인 매장 없이 온라인 매장을 운영하면 차별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색다른 체험 거리와 경험 기회를 제공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공간 마케팅은 패션계 주요한 흐름”이라고 말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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