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더럽다고 아들 뺏어갔다" 이번엔 '경찰 과잉대응' 논란
“아이가 옷도 제대로 못 입고 갔어요. 옷이랑 신발이라도 가져다주겠다고 했는데 안 된대요.” 지나달 아들(4)과 강제분리된 유모(41)씨 부부의 하소연이다. 이들은 아들을 학대했다는 당국의 판단에 따라 ‘생이별’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부는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신원미상자의 허위신고로 아들이 납치됐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유씨는 “잘못이 있다면 고치겠다”면서도 “정인이 사건은 우리 부부로서도 정말 안타깝지만, 그 일로 대응이 과해져서 아들과 생이별을 하게 된 것 같아 고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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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건 이후 과잉대응" 주장
경기고양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된 건 지난달 29일 낮 12시쯤이다. 신고를 받은 아보전은 경찰과 동행해 경기 파주의 유씨 자택을 찾았다. 집에 아무도 없자 아보전 직원 2명과 경찰 2명은 유씨의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학대 의심 정황이 있는지를 물었다. 이후 오후 8시쯤 다시 집으로 온 이들이 아내가 퇴근하기 전 자신과 함께 있던 아들을 데리고 갔다는 게 유씨의 주장이다.
당시 어린이집 관계자는 경찰과 아보전 직원에게 “학대 등 문제가 있다는 징후는 없었다”고 했다고 한다. 어린이집 측은 중앙일보에 “아동학대가 의심될 때는 신고 의무가 있어 아이들을 유심히 관찰하는데 문제는 없었다”며 “상처가 있거나 잘 안 씻는다거나 영양 빈곤이 있을 때 주로 학대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게 없었다. 잘 지내던 아이라 우리도 당혹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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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위생적 주거 환경"…법원 인정
그러나 당국 판단은 유씨 부부의 학대를 의심하는 쪽이었다. 지난달 30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3월 29일까지 유씨 부부가 아들이 있는 보호소 100미터 이내에 접근하는 것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법원 결정에 따라 유씨 부부는 아들과의 접촉이 전면 금지됐다. 유씨는 최근 경기북부아동일시보호소에 있는 아들과 한 차례 통화했다. 아들은 “91일 밤을 자야 만날 수 있대”라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의 사실확인서에 따르면 ‘주거지 내 신문지, 책 등을 집안 곳곳에 놓아 비위생적인 주거환경을 조성해 아동 보호를 소홀히 했다’는 게 분리 조치의 이유다. 유씨는 4층짜리 소형 빌라의 1층에 살고 있다. 이에 대해 유씨는 “책이 널려 있어 집안이 어지러웠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정 수입이 줄어들어 부인과 맞벌이를 하게 되면서 치울 시간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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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맞벌이에 수술까지 받았다" 하소연
유씨의 부인은 지난달 18일 병원에서 용종 제거 수술을 하고 며칠 뒤 퇴원했다고 한다. 그는 “퇴원 직후 방문교사로 일하다 보니 지난달에 청소를 하지 못 했다”며 “직업 특성상 책이 많은데 월세로 살고 있는 집 자체가 좁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 파주경찰서 측은 “아보전의 판단과 검찰·법원 등의 절차를 거쳐 규정대로 아이를 격리했다”며 “집을 정리한 다음 환경 개선을 근거로 법원에 격리 취소를 청구하라고 부모에게 안내까지 해줬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모와 자녀를 갈라놓으려는 게 아니라 보호를 위해 조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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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자녀 분리 전문성 더 키워야"
유씨 가족이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경찰과 법원도 당시 판단이 정당했다는 입장이다.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분리 여부를 판단하는 건 아동과 부모, 주변인의 이야기를 듣고 종합해 하는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민간 위탁으로 기관이 운영되다 보니 심층적으로 조사를 하기엔 한계가 있다. 공공화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하는 게 필요하다면 빠르게 분리하되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가정환경을 개선하고 가정으로 복귀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방현·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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