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끊긴 김광석 길, 음악소리만..대구 지독한 코로나 후유증
※편집자주: 대구는 지난해 2월 18일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후 두 달간 1차 대유행을 겪었다. 6700여명의 확진자가 쏟아지자 대구 곳곳에서는 큰 변화가 나타났다. 마스크를 안 쓰면 지적하고, 헛기침만 해도 놀라는 모습은 더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코로나19가 남긴 생채기는 시민들의 몸과 마음에, 지역경제 곳곳에 남아있다. 대구 전체를 흔들어놓은 코로나19의 상처와 치유, 회복 과정을 3회에 걸쳐 되짚어본다.
대구 엑스코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이지윤(36·여)씨는 최근 폐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년 동안 손님 발길이 뚝 끊겨서다. 이씨는 “연말에 열릴 예정이던 나훈아 콘서트가 취소되고 국제행사들도 줄줄이 연기됐다는 소식에 눈앞이 깜깜했다”며 “다른 곳들도 어렵겠지만 엑스코 상권은 코로나19 장기화에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제전시컨벤션센터인 엑스코는 대규모 행사나 공연이 있는 날이면 인근 식당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베이비페어나 웨딩박람회는 물론 세계물포럼, 국제로봇올림피아드 등 큰 국제행사가 열릴 때는 빈 테이블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대부분의 행사와 공연이 취소되자 이씨는 “더이상은 버틸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구의 대표 관광지인 중구 김광석길과 근대골목 방문객 규모도 반토막 났다. 대구 중구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명소 방문객 수는 각각 71만1589명, 41만7526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140만788명, 83만3357명의 절반 수준이다. 실제 17일 찾은 김광석길은 점심 때도 오가는 사람이 드물어 골목에 음악 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었다. 2008년 조성한 김광석길은 한국관광공사가 꼽은 ‘한국 관광 100선’에도 이름을 올렸던 곳이다.
대구에서 코로나19가 대규모로 확산한 지난해 2월 18일 이후 1년이 지났다. 당시와 비교해 대구 지역 코로나19 확산세는 대폭 줄었지만 관광업계나 지역경제는 되살아날 조짐조차 없다.
대구는 코로나19 이전에도 다른 지자체에 비해 관광업이 미미한 편이었다. 대구경북연구원에 따르면 대구는 17개 광역지자체 중 내국인 관광객이 찾는 지역 14위,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지역 7위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닥치면서 그마저도 발길이 끊어졌다.
상반기 대구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2019년 661만9197명에서 지난해 309만7824명으로 53.2% 줄었다.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2019년 1~7월 37만507명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5만6865명으로 84.7% 급감했다. 특히 지난해 7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97.1% 폭락했다.
대구를 찾는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인 동성로 상권 역시 맥을 못 췄다.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을 때를 가정한 예측매출액 대비 1분기 매출은 35.6%, 2분기 35.3%, 3분기는 29.1%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시대를 맞아 ‘안전’을 강조한 관광 정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 조사 결과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관광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안전’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으며, 단체여행이 줄어들고 자국 중심의 개별여행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구경북연구원 황희정 연구원은 “코로나19는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상이며 관광분야의 타격은 그 어느 분야보다 심각하다”며 “대구 관광산업의 생태계 유지·복원을 위한 종합 실태조사를 통해 맞춤형 지원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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