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영국병 수술한 대처 리더십을 다시 생각한다

2021. 2. 18.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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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노조와 싸우며 노동 개혁
기업에 자유 보장해 혁신 이끌어
김대호 인하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을 주제로 한 드라마 ‘더 크라운(The Crown)’의 시즌 4가 지난해 11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고인이 된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마거릿 대처 전 총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79년 취임해 90년 퇴임한 대처는 최초의 여성 총리로서 영국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70년대 영국은 소위 ‘영국병(British disease)’을 앓고 있었다. 재정 적자가 엄청 불어났고, 노동조합이 수시로 파업해 사회가 멈추기 일쑤였다. 특히 1979년 초 ‘불만의 겨울(Winter of Discontent)’은 그 정점에 있었다. 트럭 운전사 노조 파업을 시작으로 교사·지하철·청소 노동조합 등의 연대파업으로 겨우내 도시 곳곳이 쓰레기장으로 변할 정도였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 영국의 산업은 국영기업이 주도하고 있어서 전기·상수도·가스·석유·통신·교통 등 거의 모든 국민의 일상생활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서비스에 대해 소비자들은 불만이 컸다.

전화를 가설하는데 보통 몇 주가 걸리기 일쑤였고, 상수도를 고칠 때까지 또 몇 주가 걸릴지 몰랐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국영기업들을 국민의 세금으로 먹여 살리는 바람에 엄청난 재정적자를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국가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할 정도였고 “이게 나라냐”는 말이 나올 만큼 ‘영국병’을 심하게 앓았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대처 총리는 영국병 치유에 온 힘을 기울였다. 통화 안정 조치로 인플레이션을 치유하고, 재정 지출을 삭감하고, 자유시장 경제를 활성화했다. 노조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과 질서를 적용해 대처했다. 1984년 당시 최대 노조였던 탄광노조의 장기 파업을 종식하고 노동 개혁을 추진해 노동의 유연성을 되살렸다.

방만하게 세금으로 연명하던 국영기업을 민영화해 민간에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했고, 경쟁 촉진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책임 있는 기업으로 변모시켰다. 민영화의 첫 프로그램은 공공 임대주택을 세입자에게 매각한 것이었다.

공공 임대주택 150만 호를 매각해 거주자가 곧 소유주가 되도록 했더니 중산층이 두꺼워졌다. 이를 두고 대처는 “재산 소유자들의 민주주의”라고 불렀다. 전기·가스·통신·교통·병원 등 모든 영역에서 추진된 민영화는 대성공을 거뒀다. 정권이 교체됐지만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정부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 지속해서 정책을 추진했다.

대처 총리가 특히 역점을 뒀던 개인과 기업의 자유, 진취적 기상과 정신을 되살린 것은 가히 정신 혁명 수준에 이르렀다. 영국 사회에 퍼진 개인의 나태함, 무책임, 의존적 태도를 종식하고 개인의 창의성과 성취를 촉진한 것이야말로 영국을 부흥시킨 원동력이 됐다.

그 결과 영국은 창의적인 디지털 경제 등을 선도하고 있다. 영국에는 2016년에 전 세계 바둑 챔피언인 이세돌을 물리쳐 세계를 놀라게 했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하사비스와 같은 수많은 창조적인 인물들이 활약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 재산권의 자유, 기업 활동의 자유가 광범위하게 보장되고 있다. 이러한 자유의 보장이 영국병을 치유하고 혁신을 이끈 원동력이었다.

2019년 11월 잡지 ‘뉴요커’에 “아직도 대처 총리의 영국이다”라는 글이 게재됐다. 총리직을 물러난지 31년이 지났지만, 영국병을 치유한 대처 총리의 리더십은 시대와 지역을 넘어서 귀감이 되고 있다.

‘더 크라운’ 마지막 편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은 퇴임한 대처 총리에게 “이제 우리나라는 아주 다른 나라가 됐다”면서 영국에서 가장 명예로운 훈장인 ‘메리트 훈장’(Order of Merit)을 수여했다.

김대호 인하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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