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충청스타일과 중소벤처기업부 이전
요즘 대전의 정치적 맨 파워는 역대 최강급이다. 국회의장과 법무부 장관이 대전 국회의원이다. 5선 의원, 검찰 개혁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국회의원도 있다. 광복회장도 대전과 연고가 있다.
대전의 정치 지형도 이들이 힘을 내기 딱 좋다. 온통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기 때문이다. 대전시장과 5개 구청장, 시의원 22명 가운데 21명이 민주당이다. 국회의원 7명도 모두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됐다. 의기투합만 한다면 못할 게 없는 구조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이들의 파워가 잘 느껴지지 않고 있다. 최근 불거진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세종시 이전 사태만 봐도 그렇다. 대전에 있는 중기부는 오는 8월까지 세종시로 떠난다. 중기부는 3~4년 전부터 이전 움직임을 보였지만 대전시는 대책 없이 시간만 보냈다. 민주당은 중기부가 이전을 거의 확정한 지난해 12월 정부세종청사 앞에 천막을 치고 잠시 농성했다. 중기부 이전을 막아내려는 의지보다는 “우리도 뭔가는 했다”는 퍼포먼스에 치중하는 듯했다.
대전시는 중기부 대신 수도권에 있는 몇몇 기관이 올 것 같다고 했다. 시가 거론한 기관은 과거부터 이전을 추진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에너지기술평가원(평가원)은 2019년부터 대전시 최고위층을 만나 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전시는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최근 갑자기 “평가원이 오면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다”며 홍보했다. 일부 정치인은 검찰 개혁 등 주민 생활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이슈에 매달린다. 또 중기부의 세종행을 결정한 박영선 전 중기부 장관을 지지하기도 한다.
단군 이래 최대의 기초과학 프로젝트라 불리는 중이온 가속기 사업도 지난해까지 완성되지 않아 실패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진지하게 살펴보는 유력 인사는 보이지 않는다. 대전시는 “중이온 가속기 사업은 정부 일이라 잘 모른다”고 한다. 이 사업은 암 치료, 별의 진화 등 기초연구에 쓰이는 중이온 가속기를 설치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사업비는 1조 5000억원에 이른다.
이런 상황의 원인으로 일각에서는 리더(구심점) 부재를 꼽는다. 개개인의 막강한 정치적 파워를 지역 발전보다는 개인이나 주변의 앞날만을 위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평가다.
충청 스타일(기질)도 한몫하는 것 같다. 어떤 일에 의견을 잘 표현하지 않고 혼자 고민하다 끝나는 기질이다. 이는 “부화뇌동하지 않고 기다린다”는 이른바 ‘양반 문화’와도 관련이 있다. 시민도 마찬가지다. 지리적 특성도 작용한다. 대전은 국가가 만들어 준 도시일 뿐 시민 스스로 쟁취해서 발전을 이룬 적이 거의 없다. 결국 해마다 인구는 줄고 도시 자생력도 약해진다. 이러니 ‘자치와 분권시대’를 외쳐봐야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김방현 대전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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