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59) 옥이 흙에 묻혀
옥이 흙에 묻혀
윤두서(1668∼1715)
옥이 흙에 묻혀 길가에 밟히이니
오는 이 가는 이 흙이라 하는구나
두어라 알 이 있을지니 흙인 듯이 있거라
-병와가곡집
옥석을 가려야 한다
옥이 흙에 묻혀 길가에 버려져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흙인 줄 알고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행인들 발길에 흙과 함께 밟히고 있다. 그러나 분명히 아는 이가 있을 것이다. 언젠가 그가 나타날 때까지 흙인 듯이 있거라.
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는 고산 윤선도의 증손이다. 1693년 진사시에 합격했으나 당쟁의 심화로 벼슬을 포기하고 시·서·화로 생애를 보냈다. 산수·인물·초충·풍속 등 다양한 소재를 그렸다. 특히 인물화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는데, 그의 자화상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자화상과 비견되기도 한다. 자기 내면을 투시하는 듯한 형형한 눈매, 불꽃처럼 꿈틀거리는 수염, 안면의 핍진한 묘사가 압권인 절세의 초상화다. 겸재 정선, 현재 심사정과 함께 조선 후기의 삼재로 불린다.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가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좋은 인재를 찾는 것은 어느 시대에나 중요했으나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옥(玉) 같은 인재가 흙에 묻혀 짓밟히고 끝내는 사라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다행히 현대의 선출직은 인사권자가 국민인 셈이다. 눈을 부릅뜨고 옥석을 가려야 한다. 그것을 포기하거나 제대로 가리는 데 실패하면 돌이 옥 행세를 하고 끝내는 그 돌에 맞아 죽기도 한다. 국민이 대접받는 것은 선거 때가 유일하며, 운명의 선택도 결국은 국민이 하는 셈이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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