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된 텍사스, 삼성 반도체 공장도 얼었다
최악 혹한에 전력대란, 공장 세워
삼성 최소 1주일 생산차질 불가피
지진으로 일본 르네사스도 스톱
가뜩이나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반도 체 시장에 악재가 겹쳤다. 한파·지진 등으로 대규모 정전 사태가 일어나면서 세계 곳곳의 반도체 공장이 문을 닫는 상황이 빚어졌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은 16일 오후 3시(현지시간)부터 가동을 멈췄다. 이 지역에서 영하 17도의 한파가 2주간 이어지고 눈이 12㎝ 넘게 쌓이면서 전력 위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주요한 전력 공급원인 풍력 발전기도 상당수 고장 났다고 한다. 오스틴시는 전력 부족을 이유로 삼성전자와 인피니온·NXP·테슬라 등에 공장 가동을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오스틴시는 일단 사흘 간 전기 공급을 중단한다고 통보했지만 기상 여건에 따라 정전 기간은 길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주민의 안전을 위해 오스틴시의 전력공급 중단을 받아들였다”며 “(공장) 재가동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예고된 정전‘이라 피해액은 크지 않다고 전했다. 회사 안팎에선 최소 일주일간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 오스틴공장(면적 122만1000㎡)은 파운드리(위탁생산)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근무 인력은 3000여 명이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주요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이 공장에 18조80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삼성전자는 추가로 170억 달러(약 19조원) 규모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 13일 일본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선 규모 7.3의 강한 지진이 발생해 일본 르네사스 이바라키공장이 가동을 중단했다. 르네사스는 차량용 반도체 세계 3위 업체다. 르네사스의 주력 생산기지인 이 공장에는 유일하게 12인치 웨이퍼 조립라인이 있다. 현재 이 공장에는 전력 공급을 재개했지만 제조 장비와 제품 손상 등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해 생산을 멈춘 상태다. 반도체 업계에선 적어도 한두 달은 르네사스 공장의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
지난해 12월엔 대만 북동부 해역에서 규모 6.7의 지진이 발생해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 공장에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미국의 D램 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대만 공장에도 전력이 끊겨 공장 가동을 멈췄다 재개했다.
최재성 극동대 반도체장비공학과 교수는 “미세공정을 다루는 반도체 공장은 생산라인이 멈추면 설비 재점검 등을 거쳐 (생산) 환경을 새로 조성해야 한다. 하루만 멈춰도 수백억~수천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8년 경기도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30분간 가동 중단으로 500억원대 손해를 봤다고 한다.
업계에선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공장을 둔 NXP는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 인피니언은 세계 2위다. 현재도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제너럴모터스와 포드·폴크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가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올해 1분기에만 전 세계에서 100만 대가량의 생산 차질을 예상했다.
반도체 공급 부족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르네사스는 지난달 1일을 기준으로 아날로그·전력 반도체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TSMC가 이달 말부터 단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가격을 최대 15% 올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네덜란드 NXP도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파운드리 공급이 더 부족해지고 수요는 줄을 선 상황이라 추가로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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