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이 신현수 민정수석 못 내치는 이유

정계성 2021. 2. 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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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표명으로 정치권과 법조계가 술렁이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신 수석을 배제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검찰 고위 간부 인사안을 제출해 결재를 받은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청와대 출신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사의 표명은 물론이고 박 장관과의 갈등 원인과 현재 진행 상황까지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신 수석의 곤란한 입장을 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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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한 사실 이례적 인정..신현수 달래기
'법조계 신망 두터워' 불명예 퇴진 시 후폭풍
우호적 인사들의 이탈과 레임덕 촉진 부담
'文은 실권 보장할 힘 없어'..남을지 미지수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뉴시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표명으로 정치권과 법조계가 술렁이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신 수석을 배제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검찰 고위 간부 인사안을 제출해 결재를 받은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중대범죄수사청 설립과 차기 검찰총장 인선 등 중요 현안에 호흡을 맞춰야 할 부처 장관과 핵심 참모의 갈등은 정권에 치명타로 작용할 전망이다.


위기를 직감한 듯 문 대통령은 신 수석을 잡았다. 여권에 따르면, 신 수석은 설 명절 전후로 몇 차례 사의를 표명했지만 그때마다 문 대통령은 반려했다. 박 장관이 신 수석과의 조율 없이 인사안을 올렸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청와대가 언론에 공식 확인해 준 것도 신 수석을 달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청와대 출신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사의 표명은 물론이고 박 장관과의 갈등 원인과 현재 진행 상황까지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신 수석의 곤란한 입장을 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그만큼 청와대에서 신 수석이 차지하는 중요도가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신 수석은 추·윤 갈등이 극에 달하고 '검란' 위기까지 갔던 지난해 말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야권과 법조계에서도 그의 조율자로서 자질과 역량을 인정할 정도였다. 추미애 전 장관 시절 마지막으로 단행한 평검사 인사가 무난하게 끝난 것도 신 수석이 정리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의 신뢰도 깊다. 신 수석은 검사 시절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하며 처음 인연을 맺었고, 대선 때에는 캠프 법률지원단장을 맡아 문 대통령의 선거를 도왔다. 검찰 출신을 기피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 핵심 요직인 기조실장에 발탁되고, 민정수석까지 맡게 된 배경이다.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이제는 (법무부와 검찰이) 서로의 입장을 잘 알게 됐기 때문에 국민들을 염려시키는 그런 갈등은 없으리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신 수석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신뢰받던 신 수석이 불명예 퇴진할 경우 타격은 어느 때보다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여당과 검찰 사이 조율에 실패했다는 뜻이고, 이는 중대범죄수사청 설립과 차기 검찰총장 인선을 앞둔 중대한 시점에 혼란을 키워 레임덕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권에 우호적인 인사 상당수가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문 대통령이 신 수석의 사표를 반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임명한 지 두 달밖에 안 된 참모의 사의를 받아들이는 것은 정부의 인사 실패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공산이 크다"며 "지금 상태라면 후임자가 오더라도 부담이 크고, 명예로운 퇴진을 배려하는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도 맞지 않다"고 했다.


만류에도 불구하고 신 수석이 청와대에 남을지는 미지수다. 주요 현안에서 문 대통령이 신 수석의 주도권을 인정하고 힘을 실어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추 전 장관을 지지했던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임기 말 청와대에서 여당으로 권력의 무게 추가 넘어가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시각도 있다.


검찰 사정에 밝은 법조계 관계자는 "'제발 도와달라'는 하소연에 등 떠밀리듯 민정수석을 맡은 것인데, 패싱을 당했으니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했을 것"이라며 "신 수석을 붙잡으려면 명분과 함께 직위에 합당한 실권을 부여해야 하는데, 현재 문 대통령이 처한 상황을 보면 그럴만한 힘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데일리안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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