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직접수사권 박탈 둘러싼 '속도전' 대 '신중론' 대결..신현수 사의에 영향
지난주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배경에 지난 7일 단행된 일부 검사장급 인사외에 검찰개혁의 방향과 속도에 대한 본질적 의견 충돌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 여권의 핵심 인사는 1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수사·기소 분리 문제에 대해 신 수석은 청와대 내부에서 신중론을 펴 온 것으로 안다”며 “사법체계의 뿌리를 바꾸는 수사·기소 분리가 분위기 전환용 속도전 양상을 띄는 것에 대한 우려였다”고 전했다.
신 수석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현 남부지검장)의 교체를 주장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였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이성윤 유임-심재철 영전’ 안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이 중앙지검장과 심 남부지검장은 검찰내 대표적인 ‘추미애 라인’이다.
또 다른 여권의 핵심 인사는 “수사·기소의 완전 분리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의 궁극적 목표라고 입버릇처럼 말한 것”이라며 “당 차원에서 드라이브가 걸린 상황에서 두 지검장이 교체됐다면 청와대가 추미애발 검찰개혁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해석했다.
━
조국·추미애의 유업(遺業)…속도전 나선 민주당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해 12월16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결정과 동시에 추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자 곧바로 “검찰개혁을 지속하겠다”(이낙연 대표)며 당내 검찰개혁특위를 띄우고 ‘수사·기소 조기 분리’를 앞세웠다. 2018년 6월 수사권 조정안을 확정하면서 검찰에 남기기로 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산·대형 참사)에 대한 직접 수사권을 서둘러 박탈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특위에 소속된 한 민주당 의원은 “추·윤 갈등 판정패로 인한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갑자기 발동이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19명으로 구성된 검찰개혁특위(윤호중 위원장)는 김종민·박주민·김용민·김남국·이수진·이탄희·황운하 의원 등 민주당 내 대표적인 ‘친조국’ 성향의 의원들이 주도하고 있다. 최근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페이스북에 연일 수사·기소 분리의 분위기를 띄우는 글을 올리면 민주당의 극성 지지층이 환호하고 특위가 그 주장을 그대로 받아안는 양상이다.
지난 16일 조 전 장관은 “6대 중대 범죄를 전담하는 수사기구를 만들면 수사와 기소는 분리돼 검찰개혁의 마지막 단추가 채워지게 된다”며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언급했다. “경찰 쪽으로의 힘 쏠림이 있을 수 있으므로 (중수청) 소속이 행정안전부가 되면 안 된다” “(수사·기소의) ‘분리’는 급하지 않으냐는 우려가 걱정된다면, ‘분리’ 관련 법안을 이번에 통과시키되 부칙에 발효 기간을 설정하면 된다”는 등의 주장이다.
이날 특위의 비공개 회의에선 ▶중수청을 법무부 산하에 두고 ▶법 통과 후 유예기간을 1년을 둔다 등의 내용이 잠정 결정됐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조 전 장관의 메시지에 영향을 받은 당원들의 요구가 개별 의원들의 판단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조국 성향 인사들이 중심인 열린민주당도 분위기 조성에 한몫하고 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조 전 장관의 중수청 설치 관련 글이 올라온 지 7분 만에 이를 링크하며 “그렇지요”라는 글을 남겼다.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신 수석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인사에서) 검찰 편을 들다가 그 의사가 반영되지 않아 좌절되고 본인 입장이 이도 저도 아니게 되자 사의를 표명한 것 같다”며 “그는 검찰 출신이고 취임한 뒤부터 줄곧 검찰 쪽 입장을 반영하려 한 사람으로 보였다”고 밝혔다.
━
“수사-기소 분리 안 할 거면 특위 깨자”
아직 민주당 내에서 수사·기소 조기 분리가 다수의 의견이라고 보긴 어렵다. 사법제도의 안정성과 검찰과 계속된 갈등이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피로감을 걱정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특위 내부에서도 한때 검찰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수사권 완전 분리는 다른 법안처럼 뚝딱 처리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라거나 “충분한 숙고 없이 수사권 완전 분리가 시행되면 수사 총량이 줄어든다”라는 등의 신중론이 적잖게 제기됐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는 “검·경수사권 분리라는 대원칙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특위를 안 하는 게 낫다”는 강경파들의 압박에 밀렸다고 한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신 수석은 물론 누구라도 검찰개혁과 관련해 속도조절론이나 신중론을 제기하면 무조건 ‘가재는 게편’이라는 식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가 여권 내 역력하다”며 “수사·기소 조기 분리 문제도 결국 극성 당원들과 결합한 강경파들의 주장대로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신현수 설 직전 사의 표명…文 '후임 알아보자' 말했다"
- 옆자리서 바지 내려 성기 꺼낸 男···고속버스 공포의 3시간
- [이철호의 퍼스펙티브] 거짓말과 오판이 부른 부동산 참사
- 300m절벽 위 마지막 셀카···만삭 아내 밀어죽인 비정한 남편
- 文 '박범계 직보' 재가하자…신현수 "자존심 상해 못살겠다"
- 기네스 펠트로 코로나 고백 "훌륭한 김치로 식습관 관리"
- 얼마나 추우면 거북이도 기절…美 텍사스 2500마리 구조 [영상]
- "생후2주 아기 던져 죽이고…부부는 '멍 없애는 법' 검색했다"
- "집 더럽다고 아들 뺏어갔다" 이번엔 '경찰 과잉대응' 논란
- "3707억→1002억→224억 편익"…월성 폐쇄 석달간 생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