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전날 힘없이 늘어진 정인이.."배가 가스찬 듯 튀어나와"
"적응 기간에 '아무래도 제가 낳은 자식이 아니라 그런지 모성애가 느껴지지 않아요. 선생님' 이렇게 말하더라."
학대로 숨진 정인양 양부모의 살인 등 혐의 재판에 나온 어린이집 교사 A씨는 지난해 3월쯤 들었다는 양모의 발언을 전했다. 17일 열린 재판에서 변호인이 "양모와 정인이가 거리감이 있다고 느낀 근거가 양모가 정인양을 잘 안아주지 않는 것 이외 어떤 것이 있냐"고 물은 데 대한 대답이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 A씨는 어린이집 원장과 홀트 입양 담당 직원에 이어 이날 마지막 증인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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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양 웃음 많고 낯선 환경도 빨리 적응"
A씨는 지난해 3월 2일 본 정인양의 첫인상에 대해 "또래답게 웃음이 많고 통통했다"면서 "발달이 또래에 비해 빨랐고 (정인양이) 걸으려고 하는 의지가 많이 보였고 주변 낯선 환경에서도 빨리 적응한 편이다. 일어나려는 시도를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정인양의 학대 정황을 발견하고는 4월에 일곱 번, 5월에 두 번 등 수차례 멍 자국과 상처를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양모는 이런 상처에 대해 "침대에서 떨어졌다. 가구에 부딪혔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어 "일반적인 학부모님들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같은 어린이집에 다닌) 첫째 아이(친자)와 둘째 아이(정인이)를 다르게 대한다고 느꼈다"고 증언했다.
이날 A씨는 "부모님 무시하고 한 번 더 병원에 데려갈 걸 종일 생각한 적도 있다"며 눈물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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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들, 정인양 이야기하며 흐느껴
사망 전날인 지난해 10월 12일 어린이집을 찾은 정인양의 상태는 처참했다. 이날 재판에서 공개한 CCTV에 담긴 정인양은 활발한 아이들 사이에서 교사의 품에 안긴 채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배에 가스가 찬 것처럼 튀어나왔던 것에 대해서 A씨는 "가스가 차서 배를 눌러보면 보통 아이들은 배가 들어가는데 율하(정인양)는 배가 들어가지 않고 단단해서 몸이 안 좋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씨 외에도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어린이집 원장과 입양 담당 직원 모두 정인양에 관해 이야기하다 흐느꼈다. 증인들은 정인양 몸 곳곳에 멍과 학대 정황들로 의심되는 흔적들이 있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양부모에게 병원 진료를 수차례 권유했으나 병원을 제대로 데려간 것 같지 않다는 증언도 공통되게 나왔다.
이날 재판이 열린 서울남부지법 청사 앞엔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모였다. 재판을 마친 뒤 양부가 청사 밖을 나갈 때는 시민들과 양부를 지키는 경찰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양모가 탄 구치소 호송차는 시민들을 피하기 위해 재판이 끝나고 40분쯤 뒤 청사를 빠져나갔다. 다음 공판은 3월 3일 열린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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