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사고쳤다"..신현수 사의 부른 '민정수석 패싱' 전말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수차례 사의를 표명했다는 사실을 청와대가 17일 확인하자 여권은 물론 법조계가 술렁이고 있다. 신 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결정적 이유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일 자신을 ‘패싱’한 채 검찰 대검검사(검사장)급 인사를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도 “박 장관이 신 수석과 이견 조율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검찰 인사를 두고 검찰과 법무부 사이의 견해가 달랐다. 그걸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민정수석은 아마 중재를 하려고 의도한 것 같은데, 그게 진행되는 와중에 (인사가) 발표돼 버리고 하는 것에 대해 사표를 내신 게 아닌가(한다)”라며 “박 장관이 자기주장을 관철하는 절차가 의지대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선 “박 장관이 사고 친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신 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데다 검찰 출신이어서 지난달 31일 민정수석 기용은 조국·추미애 전 장관 시절 악화한 검찰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겠단 청와대의 의지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실제 신 수석은 검사장급 인사를 앞두고 법무부와 검찰이 의견을 주고받을 때 중재자로서 이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과정에서 윤 총장이 교체를 요구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일찌감치 유임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또 다른 요구사항이었던 대검 참모진 교체와 한동훈 검사장 등 좌천 인사의 일선 복귀 등은 여전히 살아있는 카드였다고 한다. 하지만 박 장관은 이러한 의견을 전부 배제한 인사안을 일방적으로 확정해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문 대통령이 이를 최종 재가하면서 이른바 ‘민정수석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여권 핵심 인사는 “박 장관 입장에선 신 수석과 윤 총장의 의견과 무관하게 자신이 공정하게 장관의 제청권한을 행사하겠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러면 신 수석 입장에선 ‘내가 있으나 마나’라고 불쾌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출근하면서 신 수석 사의 표명에 관한 질문을 받곤 “나중에”라며 즉답을 피했다.
문 대통령이 신 수석과 박 장관 사이 이견이 조율되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도 인사안을 재가한 건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박 장관의 손을 들어준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신 수석의 사의를 여러 차례 만류했고, 신 수석은 사의 표명 뒤에도 청와대에 정상적으로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이뤄지는 의사결정 과정을 낱낱이 공개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지난 4일)한 뒤 인사 관련 기류가 급변한 것을 두고도 “그거에 대해 대통령께서 뭐라고 하신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또 박 장관이 신 수석을 건너뛰고 친(親)조국 성향의 이광철 민정비서관과 인사안을 협의하고, 더 나가 이 비서관을 통해 대통령 재가를 받았다는 의혹 제기엔 “이번 인사 진행 과정에서 민정수석실 내부 이견은 없었다”고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복수의 여권 인사들도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전직 수석은 “장관이 비서관과 소통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이번에도 신 수석과 이 비서관 사이의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전직 비서관은 “문 대통령은 공식 업무 절차에서 그런 하극상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수석을 경질하겠다는 의사가 아니고서야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검찰 직접 수사권의 완전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 시즌2’를 밀어붙이는 것도 신 수석의 사의 표명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중론에 가까운 신 수석과 달리, 이낙연 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김남국·김용민·황운하 등 초선 의원들의 입법 드라이브에 힘을 싣고 있어서다. 민주당 내 검찰 출신 의원들도 수사권 폐지 등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데 대해 난색을 보여 왔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전체 형사사법 시스템을 놓고 봤을 때 예상되는 부작용이 한둘이 아닌데 숙의 없이 너무 빠르게 추진하는 데 대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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