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학폭 가해자 서면사과, 이중인격 만들수 있어 위헌 소지"
학교폭력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에게 서면사과를 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은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대전지법 행정2부(부장 오영표)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조처 중 '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사과'를 명시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 17조 1항 1호에 대해 직권으로 위헌 여부에 관한 심판을 제청키로 했다.
앞서 충남 지역 고교생 A군은 지난해 5월께 페이스북 단체방에서 다른 동급생을 모욕하는 메시지에 동조했다는 등 이유 등으로 출석정지와 함께 "피해 학생에게 서면으로 사과의 글을 써야 한다"는 취지의 학교장 이름의 긴급 조치 처분을 받았다.
A군은 "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사과는 헌법상 양심의 자유나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지역 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학교폭력 처분취소 청구 소송을 냈다.
이에 재판부는 서면사과 강제가 학교 폭력을 했다고 믿지 않는 학생에게도 본심에 반해 '깊이 사과한다'고 하면서 사죄 의사표시를 강요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는 겉과 속이 다른 이중인격 형성의 강요로 볼 수 있다"며 "사과한다는 행위는 윤리적 판단·감정이기 때문에 본질에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와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적어도 사과의 문구가 포함되면 그것이 마음에 없는 것일 때에는 당사자 자존심에 큰 상처이자 치욕일 것"이라며 "이 때문에 헌법에서 보장된 인격의 존엄과 가치에 큰 위해가 된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교폭력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생각하거나 사과할 마음이 없는 가해 학생으로서는 서면사과 내용이 별도 민·형사소송의 불리한 자료로 쓰일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점도 고려 대상이 됐다.
재판부는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원칙과 법익 균형성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헌법 37조 2항의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돼 가해 학생에 대한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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