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앞에 서기도 두렵다" 공소시효 없는 학교폭력 피해

최은희 2021. 2. 1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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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에서 촉발된 학교폭력 논란이 사회 각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호숙 학교폭력예방종합지원센터 로하스교육연구소장은 "학교폭력에 노출된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은 어마어마하다"며 "가해자 앞에 서기도 두려워 법적 조정 자리도 피하는 피해자들이 다수"라고 말했다.

최선희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상담가는 "학교폭력 미투는 당시 학폭 피해자들에 대한 충분한 사과와 치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유명인이 된 가해자를 마주하면서 피해자들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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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왼쪽)과 이다영(오른쪽) 선수.프로배구연맹(KOVO) 제공

[쿠키뉴스] 최은희 인턴기자 =체육계에서 촉발된 학교폭력 논란이 사회 각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수십 년이 지나도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16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A항공사 직원 학교폭력 피해자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20대 후반의 여성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지독하게 괴롭힘을 당해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할 정도였다”며 “가끔 생각이 날 때마다 숨이 막힌다. 얼마나 더 버텨야 완전히 잊고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0여 년 전 학교폭력 가해자가 현직 경찰로 일하고 있다는 주장이 올라왔다. 자신을 서울에 거주하는 35세 남성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가해자로부터 금품 강탈과 협박, 폭력을 당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세상에 회의감이 들어 글을 남기게 됐다”며 “정의가 살아있다면 학교 폭력 가해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이 경찰이 되는 세상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주로 연예계에서 제기됐던 학교폭력 피해 폭로가 최근 체육계로 옮겨붙었다. 지난 10일 여자 프로배구 선수 이재영, 이다영 자매가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피해자가 올린 게시물에는 두 선수가 가한 학교폭력 내용이 상세히 담겨있었다. 두 선수는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했고, 국가대표 선발 자격을 박탈당했다.

사과문 게재에도 시민들의 비판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네티즌은 “금메달보다 인성교육을 우선시해야 한다” “학교폭력에 가담한 이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청소년 시절 학폭 트라우마는 평생 간다. 엄연한 범죄”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학교폭력 가해자가 현직 경찰로 일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피해자의 고통은 학창 시절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미스트롯’ 시즌2 참가자 가수 진달래도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했다. 관련 피해자는 “20년 전 일이라 잊으려고 했지만, 가해자가 나온 방송을 보고 피해 당시 꿈을 꿨다”며 “지금까지 트라우마를 겪는 내 자신이 불쌍해서 꿈에서 깬 후 오열했다”고 털어놨다.

사이버 폭력 등 새로운 형태의 학교폭력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2020년 교육부에서 조사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실제 학교폭력 응답 건수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이후에는 폭력 비율이 일부 감소했지만, 사이버 폭력 및 집단따돌림 비율은 증가했다. 2020년에는 사이버 폭력 및 집단따돌림 비율이 각각 8.9%, 23.2%이었던 전년 대비 3.4%p, 2.8%p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호숙 학교폭력예방종합지원센터 로하스교육연구소장은 “학교폭력에 노출된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은 어마어마하다”며 “가해자 앞에 서기도 두려워 법적 조정 자리도 피하는 피해자들이 다수”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사이버 학교폭력이 증가하고 있어 우려된다”며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가해자 인식 변화 및 부모 훈육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최선희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상담가는 “학교폭력 미투는 당시 학폭 피해자들에 대한 충분한 사과와 치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유명인이 된 가해자를 마주하면서 피해자들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자가 아닌 이상 피해자의 아픔은 가늠하기 어렵다”며 “단편적 대책보다는 가해자들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hoeun231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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