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신도 500명 후유증"..대구서만 '하루 741명 확진' 1년 후
※편집자주: 대구는 지난해 2월 18일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후 두 달간 1차 대유행을 겪었다. 6700여명의 확진자가 쏟아지자 대구 곳곳에서는 큰 변화가 나타났다. 마스크를 안 쓰면 지적하고, 헛기침만 해도 놀라는 모습은 더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코로나19가 남긴 생채기는 시민들의 몸과 마음에, 지역경제 곳곳에 남아있다. 대구 전체를 흔들어놓은 코로나19의 상처와 치유, 회복 과정을 3회에 걸쳐 되짚어본다.
#1. 1년 전인 지난해 2월 18일부터 3월 11일까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는 4198명(교회 집계). 이 중 12%인 532명은 해가 바뀐 지난달까지 "코로나 완치 후에도 담배 냄새가 나거나 탈모 같은 이상증세가 있다"고 했다. 532명 중 174명(33%)은 근육통 및 만성피로를, 99명(18%)은 호흡기 및 폐 질환을, 63명(12%)은 후각·미각·청각 등에 이상을 호소했다.
#2. 대구에서 3명의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나온 지난 14일 대구 중구 공평로 한 버스정류장 앞. 60대 여성이 옆에 서 있는 또래 남성을 한참 쳐다보더니 "아저씨예. 왜 마스크를 제대로 안 올려쓰고 그랍니꺼. 작년 이맘때처럼 또 터지면 우짤라고 그럽니꺼"라고 화를 냈다. 이 남성은 면으로 된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코까지 다 가리지 않은 이른바 '턱스크' 상태였다.
대구는 다른 지역보다 더 큰 '코로나 트라우마'가 있는 곳이다. 1년 전(2월 18일)부터 시작된 코로나 1차 대유행의 기억 때문이다. 아직 신체적인 이상증세로, 심리적인 불안감으로 코로나 대유행의 상처는 대구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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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악몽…곳곳에 남은 상처들
지난해 2월 18일은 대구지역 첫 확진자가 나온 날이다. 첫 확진자가 나온 후 꼭 11일 만인 2월 29일. 대구에선 하루 확진자가 741명이 발생했다. 이후 3월 11일까지 하루 200명, 300명 등 수백명씩 코로나 확진자가 매일 쏟아졌다. 3월 중순이 지나자 대구지역 전체 코로나 확진자는 6700여명. 당시 국내 전체 확진자의 70%가 대구에 몰려 있었다.
대구지역 코로나 확진자 확산의 중심엔 신천지 대구교회가 있었다. 대구시는 행정명령을 발동해서 신도 1만459명을 대상으로 바이러스 검사를 모두 받도록 했다. 그랬더니 2월 중순부터 3월 11일까지 확인된 확진자가 4200여명이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지난해 2월 23일 정부는 코로나 대응단계를 ‘심각’으로 올렸다. 이어 대구와 경북 청도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중국 '우한'과 대구를 동일시하는 비아냥과 '대구 봉쇄론' 같은 말이 터져나왔다. 실제 일부 지자체는 대구행 대중교통 노선을 일시 중단시키기도 했다.
병실 부족 문제도 불거졌다. 당시만 해도 코로나 사태 초기였다. 그래서 확진자에 대한 세부 대응지침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경증·중증 등 코로나 증상과 관계없이 모든 환자를 음압 병실에서 치료토록 했다.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인 대구에 병상 부족 사태가 불거질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집에서 입원, 치료를 기다리는 환자가 하루 최고 2270명에 이를 정도였다. 입원을 기다리다가 목숨을 잃은 사망자가 2명이나 나왔다. 대구지역 4곳의 대학병원 응급실이 일시적으로 폐쇄되기도 했다. 두달 사이 '메디 시티'를 간판으로 내건 의학도시, 대구의 의료체계가 붕괴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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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8명의 ‘코로나 전사들’ 대구로
코로나 1차 대유행의 해결책은 병상 부족 문제를 없애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대구시는 코로나 확진자의 건강 상태에 맞는 맞춤형 치료시설을 확보하기로 했다. 그러곤 정부의 도움을 적극 호소했다. 감염병 전담병원 확보가 필요하다면서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구에 2월부터 3월에 걸쳐 20일간 머물면서 지원에 나섰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서문시장 앞)등 감염병 전담병원이 10곳 지정됐다. 기존 입원환자를 다른 병동이나 병원으로 보내고, 병원 병상을 소개하는 식으로 코로나 환자만을 위한 3124병상을 확충했다.
무증상이나 경증환자 치료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도 도입했다. 한적한 곳에 있는 연수원 같은 곳을 통째로 비워 경증 확진자가 머물며 치료토록 한 것이다. 거리 두기 전수검사로 유명한 세계 최초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운영도 본격화했다.
군의관, 간호장교, 공중보건의 등 전국 의료진들 2738명이 코로나 전사를 자처하며 대구로 달려왔다. 전국에서 마스크, 손소독제 등 지원 물품 1271만여점이 대구에 전해졌다. 453억원의 성금도 보내왔다. 대구 시민들도 강제적인 조치가 없었지만, 식당 자진 휴업, 외출 자제 등 코로나 방역 수칙을 스스로 지켰다.
채홍호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지난해 3월 말이 지나자 확진자가 감소하기 시작해 4월 전체 누적 148명, 5월 전체 누적 32명이 됐다. 이후 7월엔 43일간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제 대구의 코로나 1차 대유행 극복 경험은 국내·외의 관심을 받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 전체에 대한 전수검사 시행, 지난해 5월 대중교통 탑승객에 대한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드라이브 스루, 생활치료센터 가동은 세계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된 대구의 방역 노하우"라며 "1년 전 대구의 아픈 기억을 교훈 삼아 코로나를 하루빨리 이겨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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