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는 받았지만..연구단 와해 직전, 유전자가위 석학 김진수
수천억 원 가치의 특허를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유전자가위 석학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박사가 지난 16일 IBS 유전체교정연구단 단장직에 복귀했다. 하지만 한 때 50여 명에 달했던 유전체교정연구단 소속 연구인력은 그간 연이은 퇴사와 신규채용 중단으로 와해 직전에 이른 것으로 밝혀졌다.
IBS에 따르면 유전체교정연구단은 2015년 말 55명(연수인력 15명 포함)이었으나, 2월 현재 22명(연수인력 10명 포함)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순수 연구인력(연구직ㆍ연구기술직ㆍ연수인력)은 2015년 말 49명에서 2021년 2월 21명으로 28명 감소했으며, 지원인력은 6명에서 1명(5명 감소)으로 줄었다. 유전체교정연구단의 연구예산도 2016년 80억700만원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37억7000만원까지 줄어들었다. 연구인력과 예산의 축소는 연구결과로 곧바로 이어졌다. 연평균 20편 이상의 논문이 나오던 연구단은 지난해에는 단 3편만의 논문을 발표했다.
김 단장은 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인 크리스퍼카스9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평가받는 학자다. 2018년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가 그를‘동아시아 스타 과학자(Science Stars of East Asia)’ 10인에 선정한 바 있다. 지난해 8월에는 네이처 리뷰 제네틱스(Nature Reviews Genetics)가 20주년을 맞아 세계적인 선도 연구자 12명에게 유전학의 미래 과제와 기회를 물으면서, 김 단장을 포함하기도 했다. 유전자가위는 21세기 화학ㆍ생물학ㆍ유전학 분야의 핵심 신기술이며,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분야이기도 하다.
김 단장이 송사에 얽히기 시작한 것은 IBS가 서울대 교수 신분이던 김 단장을 2014년 3월 유전체교정연구단장으로 영입하면서부터다. 2016년 IBS 내부 감사에서 연구비 횡령 문제가 제기되더니, 이후 특허 등록과정에서도 불법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했다. 이 와중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일부 언론까지 나서 ‘세계적 과학자가 수천억대 특허를 빼돌렸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검찰은 지난해 1월 김 단장을 배임과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했고, 3년 징역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대전지법은 지난 4일 선고 공판에서 김 단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김 단장이 대주주로 있는 바이오 기업 툴젠은 최근 미국 UC버클리대, 브로드연구소(MIT·하버드 합작)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에 대한 원천특허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보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진흥과장은 “유전자가위 연구는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하고, 한국이 그 선두권에서 서 있는 중요한 분야”라며 “아직 1심이긴 하지만 혐의가 모두 무죄로 판결 났고, 상급심에서도 바뀔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해서 김 단장을 현업에 조기 복귀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그간 줄어들었던 예산도 다시 살리는 등 유전자가위 연구를 다시 제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명자 서울국제포럼 회장(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은 “김진수 박사 소송 건은 설사 김 박사에게 다소 문제가 있다 하더라고 기술이전과 창업 관련 법적ㆍ제도적 취약성, 연구개발 행정 지원 시스템 미비 등이 빚은 결과”라며 “앞으로 또 최첨단 신기술 연구개발 과정에서 제2의 김진수가 생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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