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 둘러싼 한일의 복잡한 셈법..국제사법재판소 갈 확률은

이소연 2021. 2. 1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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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6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유엔 국제사법재판소 회부 촉구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3)씨가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해 판가름하자는 주장을 내놨다. 다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씨는 1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위안부 문제를 ICJ에서 판단 받게 해달라. 국제법으로 정식으로 재판을 받아 일본이 더는 국제 사회에 허튼소리 못 하도록 해달라”고 읍소했다. 그는 “돈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 완전한 인정과 사죄를 받아야 한다”며 “ICJ에서 공정한 판단을 받고 완전한 해결을 하고 양국 간 원수지지 말고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사법재판소(ICJ). ICJ 홈페이지 캡처  
ICJ는 국제연합(UN)의 주사법기관이다. 한국과 일본 등 UN 회원국들은 ICJ의 판결에 따를 의무가 있다. ICJ 판결은 최종적이며 상소할 수 없다. 안건이 회부되면 국적이 다른 15명의 재판관이 비공식으로 이를 심의한 후 판결한다. 

재판관은 북미 및 호주, 유럽,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등 지역별로 안배된다. 현재 구성원은 미국·호주 각 1명, 러시아·슬로바키아·프랑스·독일 각 1명, 모로코·소말리아·우간다 각 1명, 브라질·자메이카 각 1명, 중국·인도·레바논·일본 각 1명 등이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 제소가 이뤄질 경우, 일본 국적 재판관이 있는 상황을 고려해 이 사건에 한해 우리나라 출신의 ‘임시 국적’ 재판관을 선임할 수 있다.   

ICJ에 위안부 문제가 회부되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 정부 양측이 이에 응해야 한다. 외교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위안부 할머니 등의 입장을 조금 더 청취해보고자 하며 ICJ 제소 문제는 신중하게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어떤 의도로, 어떤 생각으로 발언한 것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논평을 삼가겠다”고 답변을 피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화상회의 형식으로 열린 국토교통부 2021년 업무보고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ICJ 제소가 두 정부 모두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가 국제적 관심을 받게 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재판 과정에서 과거 반인륜적 행위들이 다시금 알려지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세계 각국에 ‘위안부 기림비’ 세워지는 것에 유감을 표해왔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 12·28 위안부 합의를 통해 해당 문제가 끝났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기도 쉽지 않다.   

우리 정부는 앞선 ‘판례’로 인해 선뜻 제소에 나서기 힘들다. 지난 2004년 이탈리아 법원은 2차 세계대전 중 이탈리아를 점령한 독일군의 불법 행위에 대해 독일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독일에 강제동원됐던 이탈리아인 원고 루이키 페리니의 이름을 따 ‘페리니 사건’으로 불린다. 독일은 “주권국가의 행위는 다른 주권국가의 사법 심사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주권면제’를 내세워 ICJ에 제소했다. 이탈리아도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주권면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이에 응했다. 그러나 결과는 독일의 승리였다. ICJ 판사 15명 중 12명은 독일의 손을 들어줬다.

이외에도 일본 정부가 독도 문제 등을 함께 제소하자고 나설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꾸준히 독도 영유권 분쟁을 ICJ에 제소하자고 주장해왔다. 독도는 우리나라가 실효지배하고 있는 우리의 영토이기에 응할 필요가 없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평화의 소녀상. 박효상 기자 
전문가들은 위안부 문제 관련 ICJ 제소 자체가 성립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원덕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는 “양측 정부가 무엇을 쟁점으로 두고 ICJ에 제소할지 합의를 먼저 해야 하는데 간단하지 않아 보인다”며 “위안부 문제뿐만 아니라 한일 양국의 관계 등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어온 가운데 ICJ 제소를 택하는 것은 또 다른 갈등의 연장이 될 것”이라며 “역사청산의 방정식을 다시 세워야 한다. 물질 배상을 요구하지 않고 강제동원의 불법성을 인정·참회하라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것도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재판 내용 자체가 결국 ‘인권 문제’이기에 일본은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원칙적으로 피해자의 목소리에 최대한 응답한다는 전제하에 정치·외교적 관계 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재판 자체가 성립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도 책임연구위원은 “12·28 합의 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등 일본 정부는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발언을 해왔다. 일본 정부는 현재 고령인 피해자들이 세상을 떠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보는데 이는 중대한 착각이다. 한 분이라도 살아계실 때 더 사죄하고 반성을 해야 한다. 자가당착 행위를 지속한다면 이는 일본의 치유하지 못할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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