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디그라운드㊻] 밴드 호아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낸 첫 정규"
'포커스' '슈퍼밴드' 출연으로 대중적 인기
‘호아’(임진화, 김규목, 김휘, 정종범)는 데뷔 6년차의 인디밴드다. 그간 수많은 실험과 변화를 통한 성장을 보여준 이들은 지난 9일 데뷔 6년 만에 첫 정규 앨범 ‘꽃’을 발매했다. “이상과 현실, 청춘을 노래하는 밴드”라는 소개처럼, 이들이 첫 정규 앨범을 지금 내놓게 된 건 ‘완벽함’이라는 이상과 설 무대가 사라져 가는 인디밴드의 현실, 그리고 이 시기를 살고 있는 청춘들의 목소리 세 가지가 버무려진 결과물이다.
첫 정규 앨범을 내는 밴드지만, 이미 인디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호아의 음악을 접해봤을 터다. 여기에는 ‘스페이스 공감’ ‘포커스’ ‘슈퍼밴드’ 등의 활동이 배경이 됐다. 자신들만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대중성을 놓치지 않는 이들의 음악은 때마다 변화하고, 성장해왔다. 특히 이번 앨범은 지금까지의 변화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긴 시간, 충분히 값어치 있는 길을 걸어 온 만큼 호아의 이번 앨범은 ‘종착지’가 아닌, 또 다른 ‘출발지’가 된다.
- 밴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상과 현실, 청춘을 노래하는 4인조 인디밴드 호아(好我)입니다.
- 올해로 결성 6년 차 밴드인데, 첫 정규 앨범이 조금 늦은 감이 있습니다.
네, 사실 많이 늦었죠. 그래도 정규 1집인데 미숙한 이미지로 남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완벽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리고 요즘 앨범 단위로 음악을 감상하시는 분들은 많지 않잖아요. 그래서 기왕이면 앨범을 관심 있게 들어주실 분들이 어느 정도 생긴 후에 내고 싶었던 점도 있어요.
- 오랜 기간 고민한 만큼, 내용물들을 어떻게 구성할지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6년간 사라져가는 동료 뮤지션들을 보며 밴드를 지속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느끼고 있고, 저희도 더 큰 도약이 없다면 밴드의 존속이 어려워지거나 존속에 의미가 없는 수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이번 앨범은 ‘이게 마지막이라면 후회 없을 만큼 다 해보자’는 생각을 많이 하며 작업했습니다.
- 첫 정규 ‘꽃’의 전반적인 콘셉트는 어떻게 되나요.
정확한 콘셉트는 없어요. 굳이 있다면 ‘진솔한 호아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앨범 전반적으로 청춘의 여러 가지 얼굴을 담고 있긴 하지만 그건 기획했다기보다는 저희가 청춘의 시절을 살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결국엔 가장 진솔한 저희의 모습이 가득 담긴 게 이번 앨범입니다.
-기존의 곡들과 이번 정규 앨범의 차이점이 있나요?
어깨에 힘을 많이 뺐어요. 명확한 뭔가를 표현하려고 애쓰지도 않았고, 많은 것을 끼워 넣으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제작 시간을 충분히 갖고 저희 스스로도 곡이 어느 정도 객관화될 때까지 판단을 함부로 내리지 않으면서 작업했죠. 전에 곡들은 좋게 말하자면 의욕이 가득했고 목적의식이나 콘셉트가 명확했던 편이었거든요. 이번 앨범에서는 가능한 자연스럽고 겸허하게 작업을 했습니다.
- 타이틀곡 ‘JUBY’ 소개 부탁드려요.
저희 노래답지 않게 굉장히 로맨틱한 노래예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자신의 세계가 변해가는 모습을 담은, 그리고 그 변화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사랑’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두 세계가 만나 서로 영향을 받고 하나의 세계관을 이루는 모습.
- 어떤 지점에서 모티브를 얻었나요.
평소 시각적인 모티브를 갖고 작업하는 편이에요. ‘JUBY’는 고전 영화인 ‘러브 스토리’의 유명한 장면을 떠올리며 작업했습니다. 주로 영화나 사진, 혹은 말에서 영향을 받고 곡을 만들게 되는 것 같아요.
- 타이틀곡을 선정함에 있어서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했던 부분은?
아무래도 대중성이죠. 이번 앨범의 경우에는 작업 기간이 길었던 편이라 초반에 작업한 ‘JUBY’의 경우는 시간을 충분히 두고 객관화할 수 있었거든요. 이번 앨범에서 가장 폭넓은 리스너들에게 선호될 수 있는 곡이란 판단이 들었습니다. ‘WIFIBOY’의 경우엔 인디밴드 음악을 즐겨 들으시는 분들이나 평소 록 음악에 익숙하신 분들이 좋아하실 만한 곡이이에요. 중독적인 훅도 있고요. ‘향수’의 경우엔 전에 컴필레이션 앨범에 수록되던 곡인데 ‘JUBY’와 마찬가지로 리스너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번 앨범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일까요.
언제나 그렇듯 만족 반, 아쉬움 반이죠. 그래도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나머지 아쉬움은 이 앨범을 얼마나 많은 분들이 들어주시고 좋아해 주시느냐에 달린 것 같아요. 들려주고 싶어 만든 앨범이니 많이 들어주셔야 만족스럽겠죠?
- 이번 앨범에서 특별히 애착이 가는 트랙이 있나요?
규목: 저는 4번 트랙 ‘HIGH TIDE’요. 영어 가사지만 개인적으로 호아(好我)라는 이름에서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잘 담긴 가사라고 생각합니다.
종범: 들을 때마다 바뀌는 중인데, 오늘은 5번 트랙이이요. 어느 순간 갑자기 신나게 되는 노래인 것 같습니다.
진화: 저는 8번 트랙 ‘꽃’을 가장 좋아합니다. 노래를 들을 때 가사보다 멜로디를 좀 더 중점적으로 듣는 사람인데 이 곡을 들으면 좋은 멜로디뿐만 아니라 가사도 보게 돼요.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에서 좋아하는 가사가 두 곡 있는데, 그중에 하나에요.
휘: 저는 타이틀곡인 ‘JUBY’를 제일 좋아해요. ‘I FEEL MY LIFE FROM YOU’라는 가사가 로맨틱하게 들리기도 하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좋아서 어딘가에서 OST로 쓰일 것 같은 곡이라고 생각해요.
- 밴드 호아의 음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무언가가 있나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괴리가 희망이나 좌절을 만들고, 그게 창작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되거든요. 멤버 개개인이 가진 바람과 인식하고 있는 현실 간의 차이가 어떤 애티튜드를 만들고 그 애티튜드가 밴드 ‘호아’의 자아가 됩니다.
- 밴드 결성 당시와 첫 정규를 내놓은 지금, 어떤 변화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별로 변한 게 없기도 하면서 살펴보면 많은 게 변했어요. 의욕만 앞서던 청년들은 겸허함을 배우고, 너무나 고맙게도 2016년도에 첫 싱글을 내던 때에는 기다려주는 이 하나 없는 신인 밴드가 지금은 1년간의 정규 앨범 제작 기간 내내 목 빠지게 기다려주시는 많은 분들이 생겼죠. 그게 가장 크게 달라진 것 같네요.
- 팀을 이끌어오면서 슬럼프가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저희가 계속 숙소 생활을 했거든요. 사람에게서 오는 스트레스가 슬럼프로 이어졌던 적이 있어요. 결성 후 몇 년간 밴드 생활에만 매진하고 달려왔는데 해소할 창구는 없다 보니 그랬던 것 같아요. 잠시 거리를 두고 밴드를 멈추니 자연스럽게 회복이 되었습니다.
- 밴드 호아의 음악적 방향성은 무엇인가요.
변화와 실험. 한 가지 콘셉트나 사운드를 고집하진 않아요. 그래서 가끔 어떤 밴드라고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려울 때가 있지만, 변화와 실험을 통해 성장해가는 것 자체가 저희의 음악적 방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 한 명의 의지나 컬러가 아닌 멤버 모두가 자기 자신을 담아 ‘호아’라는 새로운 자아를 만들고 그것을 성장시켜나가는 것.
- 다른 밴드와는 비교할 수 없는, 호아만의 차별점이 있다면요?
결성 때부터 저희가 꾸준히 간직하고 있는 한 가지인 ‘멤버 4인의 보컬 하모니’가 특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코러스가 많이 들어가거나 풍부한 음악은 이미 많이 있지만 멤버 전원이 연주와 동시에 노래를 하고 그 음악적 비중이 높으면서 라이브에서도 고스란히 그 파워가 전달되는 매력은 찾기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그간 ‘스페이스 공감’ ‘슈퍼밴드’ ‘포커스’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대중적으로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프로그램들이 밴드 호아에겐 어떤 의미일까요.
아무래도 ‘스페이스 공감’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희 모두 ‘스페이스 공감’을 보면서 꿈을 키운 세대이고, 정말 아무것도 없던 저희를 진짜 인디신으로 끌어들여 준 공모전이거든요. 거기서 모든 것이 시작된 느낌이다 보니 가장 기억에 남네요. 헬로루키가 사라져서 정말 아쉽습니다.
- 코로나19로 설 수 있는 무대들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아티스트로서 느끼는 체감은 더 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뼈아픈 얘기죠. 원래라면 지금 쇼케이스를 준비하고 예매가 한창일 때인데 콘서트는커녕 작은 홍대 클럽 무대도 서는 게 조심스러운 상황이니까요. 사회 전반적인 문제인데다 장기화되어가는 만큼 단순히 버티는 것 이상의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2021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계획들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일단 올 한 해는 저희 정규 앨범 활동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저흰 레이블도 없고 다른 회사도 없지만 인디밴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이벤트들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누군가 불러주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으니까요. 특히 해외에 한국 인디음악으로 저희 앨범을 소개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의 상황이 나아진다면 저희도 여러분도 기다리는 오프라인 공연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데일리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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