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옆 서울학교, 교사 모자란 시골학교..고교학점제 격차 어쩌나

남궁민 2021. 2. 1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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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오전 경기도 구리 갈매고등학교에서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자유로운 과목 개설과 수강이 가능한 고교학점제를 2025년부터 전면 시행하기로 하면서 지역·학교 간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교육 여건이 안 좋은 지역에서는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고교학점제는 고교생이 대학생처럼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을 신청해서 학점을 취득하는 제도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고교학점제를 부분적으로 도입해 2025년 모든 고교에서 시행할 계획이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학교의 역량에 따라 수업의 질도 달라진다. 획일적인 수업을 벗어나 다양한 교육을 제공한다는 취지에 맞춰 학교에 폭넓은 재량권을 주기 때문이다. 석·박사급 외부 인력을 채용해 수업하거나 대학 등과 협력해 커리큘럼을 운영할 수 있다.


"지금도 선생님 못 구하는데…" 지역 격차 우려

지난달 19일 서울 강남구의 서울로봇고등학교에서 '메이커스페이스 거점센터' 개소식을 개최했다 [사진 강남구]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추진계획에 따르면 고교학점제를 시범 운영한 서울의 한 고교는 인근의 서울대·중앙대와 협력해 '국제경제'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정규 교과 과정을 따라야 하는 현행 제도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수업 방식이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고급 인력 수급과 외부기관 연계가 어려운 곳이 많다. 경기도의 한 사립 고교 교사는 "지금도 우수한 강사를 구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며 "인기 지역에 고급 인력이 몰리면서 역량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도 입장문을 내고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고 고교학점제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교사 수급이 가장 중요한 선결 과제"라며 “충분한 교사 확보와 시설‧인프라 확충에 대한 특단의 대책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 간 수업의 질 차이는 입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 입학 담당자는 "현행 제도에서도 학교에서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은 눈에 띈다"며 "고교학점제가 시행돼 학교의 자율성이 커지면 당연히 입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은혜 "학교 서열화 사라져"…입시업계 "교육특구 몰릴 듯"

유 부총리가 17일 경기도 구리 갈매고등학교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 브리핑을 마친 뒤 학교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경기 구리시 갈매고등학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고교학점제를 통해 학교 간 서열을 해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고교학점제가 적용되면 학교를 유형화해 학생을 선발한 결과로 나타나던 서열화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개별 학교가 교육과정을 어떻게 운영하는지가 중요해진다"고 했다.

하지만 입시 업계에서는 현재의 특목·자사고와 일반고의 격차는 줄어도 지역 간 격차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입시 업체 관계자는 "교육부가 말하는 서열화는 특목고 등 특수한 학교와 일반고의 격차를 말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강남 등 교육 특구로 뛰어난 학생과 교사가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교원 확보가 어려운 지역을 위한 대안으로 한 교사가 지역의 여러 학교를 돌아다니며 가르치는 순회 교사제도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지역 내 전문가와 대학과 연계한 프로그램 개발도 지원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고교가 지나치게 입시 위주로 학점제를 운영하지 않도록 각 학교의 과목 운영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교육청이 앞으로 각 학교가 운영하는 심화 과목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과목운영에 시한을 두는 일몰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학교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나 교육청 단위로 과목 수요를 파악하고 교사를 배치하는 등의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교원과 교실 확충, 교육격차 해소, 학사 운영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지속해서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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