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금법 개정안 갈등 2라운드..한은 "금융위, 빅브라더 될 것"
네이버ㆍ카카오 등 빅테크 업체의 지급결제 관리권을 놓고 벌이던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갈등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금융위가 추진 중인 전자금융법(전금법) 개정안의 개인정보 침해 공방으로 번지면서다.
한국은행은 17일 입장자료를 내고 “전금법 개정안은 지급결제시스템을 소비자 감시에 동원하는 빅브라더(국가의 비합법적인 감시체계)법”이라며 “관련 조항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이 요구한 삭제 조항은 금융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전자지급거래 청산업 관련 내용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네이버나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업체는 고객의 모든 거래정보를 금융결제원에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고, 금융위는 해당 거래정보에 별다른 제한없이 접근할 수 있다.
양측의 갈등은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전금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본격화했다. 해당 법안에는 전자지급거래 청산업을 신설하고, 금융위가 금융결제원(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에 대한 허가ㆍ감독 권한을 갖는 조항이 포함됐다.
그동안 한은은 이런 규정이 한은의 지급결제 관리 영역을 침해한다며 반발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해 11월 “중앙은행에 대한 과도하고 불필요한 관여”라며 직접 반대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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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융위, 거래 정보 등에 제한 없이 접근 가능"
전금법 개정안이 상정된 이날 한은은 개인정보 침해 우려를 제기했다. 개정안의 내용에 대해 법무법인 2곳의 자문을 받은 결과 빅브라더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한은의 주장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융결제원에 수집된 빅테크 업체의 거래 정보에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다. 금융결제원에 대한 감시ㆍ감독ㆍ규제 권한을 갖고 있어 자료 제출 명령이나 직접 검사 등이 가능해진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 관련 주요 법령 적용도 면제된다.
외부청산을 통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금융위의 입장에 대해서도 “가정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가정에 CCTV를 설치해 놓고 지켜보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예탁금 보호규정이나 기록보존 규정 등에 기존 규정으로도 소비자 보호가 가능하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금융위가 외부 청산 사례로 든 중국의 지급청산기관 왕롄(網聯, Nets-Union)에 대해서도 “중국조차도 왕롄이 빅테크 내부거래 정보를 수집하지는 않고 있다”며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국 정부는 빅테크 내부거래 정보를 모두 들여다보는 세계 유일의 사례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용자 정보와 거래 정보, 예탁금 정보 등이 모두 모여있다 보니, 해킹 등 보안사고에도 취약하다는 점도 들고 있다. 한은은 "중앙은행이 운영·관리하는 지급결제시스템은 경제 주체의 채권·채무 관계를 해소하는 금융시스템의 근간인 만큼 안전성이 중요하다"며 "지급결제시스템을 빅테크 업체의 거래정보 수집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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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빅브라더 주장 사실 아니다"
반면 금융위는 빅테크 기업의 자체 플랫폼에서 결제가 이뤄졌더라도 이를 금융결제원 등 외부기관의 청산 과정을 거치도록 법제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용자의 충전금을 내부에서 청산할 경우 고객의 돈을 유용할 우려가 있는 데다, 업체 도산 시 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이 주요한 이유다.
금융위는 이날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 자료에서도 전금법을 주요 입법 과제로 들며 선불충전금 보호와 빅테크 관리체계 마련 등을 주요 필요성으로 들었다.
금융위는 한은의 개인정보 침해 우려에 대해 “금융위가 제한 없이 거래내역 등을 볼 수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며 “빅테크 업체의 도산으로 소비자가 해당 업체에 충전한 선불금 등을 돌려줘야 할 때 등 특수한 경우에 한해서만 거래 내역 등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국회에 해당 법안이 발의된 만큼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소비자 보호 등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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