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손발 묶은뒤 물고문, 한번 더 있었다..이모 살인죄 적용

채혜선 2021. 2. 1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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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 물에 강제로 머리를 집어넣는 등 10살짜리 조카를 학대해 숨지게 한 30대 이모 부부에게 경찰이 살인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당초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조사를 벌이다 이들의 폭행 수법 등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열 살 조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이모(왼쪽)와 이모부가 10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조카 물고문’ 이모 부부에게 살인죄 적용

학대 사망사건 발생 후 폴리스라인이 쳐진 용인시 내 이모의 아파트 입구. 연합뉴스

경기남부경찰청과 용인동부경찰서는 숨진 A양(10)의 이모 B씨와 이모부를 살인과 아동복지법상 신체적 학대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B씨 부부는 지난 8일 오전 9시 30분쯤부터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고림동 자택 화장실에서 조카 A양을 플라스틱 파리채 등으로 때리고, 손발을 끈으로 묶은 뒤 물이 담긴 욕조에 머리를 10여분 동안 강제로 넣었다가 빼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A양이 말을 듣지 않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서”라고 폭행 이유를 진술했다고 한다. 물고문에 가까운 학대를 받던 도중 의식을 잃은 A양은 이모의 119 신고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이모 부부의 학대는 지난해 12월 말부터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친모는 지난해 11월쯤 “이사와 직장문제 등으로 아이를 부탁한다”며 육아를 맡겼다. B씨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 “A양이 말을 듣지 않아 버릇을 고치기 위해 A양을 20여 차례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플라스틱 파리채·빗자루 등으로 얼굴 등 A양의 전신을 때렸다고 한다.

물고문 학대는 A양 사망 당일 이전에도 한 차례 더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B씨 부부는 지난달 24일 화장실 욕조에 물을 받아 A양의 손발을 끈으로 묶은 다음 머리를 3~4회 넣었다 빼는 방식으로 학대했다.

한 달 넘게 이뤄진 폭행과 물고문 등 가혹 행위 끝에 A양이 목숨을 잃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A양이 속발성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부검의의 1차 구두소견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속발성 쇼크는 폭행으로 생긴 피하출혈 등이 혈액 순환을 막아 쇼크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물고문과 이전에 있던 폭행이 쇼크를 불러온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B씨 부부에게 적용한 혐의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에서 살인으로 변경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즉 사망이라는 결과의 발생을 예상하고도 폭행 등의 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B씨 부부가 지속적인 폭행과 물고문 등으로 A양이 사망할 수 있다고 인식하는 등 부부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봤다”며 “부검의 소견과 판례 등을 종합해 최종적으로 살인죄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신상은 비공개…친모도 방임 혐의로 입건

경기남부경찰청. 연합뉴스

살인죄가 적용되면서 B씨 부부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에 따라 신원공개 대상이 된다. 그러나, 전날(16일) 열린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에 참석한 경찰·교수·변호사 등 위원 7명은 전원일치로 신원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B씨 부부의 신상이 공개되면 부부의 친자녀 3명과 A양의 오빠 등의 신상도 노출돼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은 A양의 친모를 아동복지법상 방임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2018년 남편과 이혼한 그는 2019년 9월부터 A양을 홀로 키워왔다고 한다. 딸이 자신의 언니 부부에게 폭행당한 사실을 알면서도 별다른 보호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가 있다고 경찰은 의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친모의 언니 B씨가 카카오톡 대화나 통화 등으로 A양이 말을 듣지 않아서 체벌했다는 내용을 알려줬다고 진술했다”며 “친모도 폭행 관련 내용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고 봤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B씨 부부를 검찰에 송치한다. 경찰 관계자는 “B씨 부부가 자신들의 친자녀도 학대했는지 등 추가 조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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