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이라도 가라" vs "미래 봐야" 고용한파, 2030 취업 갈등
20·30 "미래 등 전망 살피며 신중히 진로 결정"
정부, 민간고용 통해 '고용 쇼크' 개선 의지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그냥 기계 놀리고 있다니까요, 먹고 살기 힘들다면서 공장은 왜 안옵니까!"
1월 고용 실적이 대참사를 기록하면서 '고용 한파'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별다른 취업 활동 없이 '그냥 쉰' 인구는 20대들 사이에서 두드러졌다.
이렇다 보니 '닥치는대로 일을 하면 될 것 아니냐' , '청년들 배가 불렀다' , '공장에 사람이 없다. 왜 여긴 안오냐' 등의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년들은 일부 공감한다면서도 자신의 인생 설계 관점에서 미래나 전망 등을 고려 신중히 진로를 결정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예측했던 대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고용 위기상황임이 고용 통계로도 확인됐다"면서 "역대급 고용위기 국면에서 계획하고 예정했던 고용대책을 넘어서는 추가 대책을 비상한 각오로 강구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청년들과 여성들의 고용상황을 개선할 특단의 고용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이 '외환위기'와 '역대급' 등 극단적 표현을 써가며 '특단의 고용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지만 일각에서는 일을 할 사람들이 없어 아우성이다.
자신을 40대 후반이며 직원 40명 정도 되는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밝힌 김 모씨는 "지금 이런 회사에서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몇달간 기계를 세우고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질좋은 일자리만 찾는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따끔한 충고가 필요할 것 같다"면서 "우리나라 청년이 아닌 외국인 노동자가 현장에 더 많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김 씨 주장 그대로 일부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정말 일을 할 수 있는데 왜 일자리를 가려 하느냐'는 20~30대 청년들을 비난하는 주장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전망 등 많은 요소를 고려해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항변한다.
사무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한 20대 후반 회사원 이 모 씨는 "취업하더라도 좀 미래 전망이 있어야 하는데 공장 같은 생산직은 처우가 열악하거나 당장 앞길이 막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나.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또 실제 생산직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밝힌 한 20대 청년은 "생산직으로 일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처우가 굉장히 열악하고 노동강도 높은 것은 사실이다. 또 공장 다닌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좋지 않은데 어떤 청년이 섣불리 공장을 다니고 싶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취업준비활동을 하고 있는 20대 최 모씨는 "물론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하고 생활이 어렵다면, 공장 뿐만 아니라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라면서도 "그럼에도 직업을 고르고 있는 것은 마냥 일을 고르는 게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지적했듯 우리나라의 고용동향은 현재 처참한 수준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지난해 3월부터 11개월 연속 감소해 2581만800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보다 98만2000명이나 줄어든 수치다.
실업자는 1년 전보다 41만7000명 늘어난 157만명을 기록해 1999년 6월 통계기준 변경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젊은 층의 피해가 컸다. 취업자 수 감소폭은 Δ20대 -25만5000명 Δ30대 -27만3000명 Δ40대 -21만명 Δ50대 -17만명 Δ60대 이상 -1만5000명 등이었다.
20대 중 지난달 별다른 취업이나 구직활동 없이 말 그대로 '그냥 쉰' 인구는 46만명을 차지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만5000명(29.4%)이나 늘었다.
정부 역시 '고용 쇼크'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민간고용을 통해 고용한파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조차은 전날 열린 국회 환경노동회의 업무보고에서 "코로나가 전 세계적인 상황이라 모든 나라가 고용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민간고용 창출력을 증대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나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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