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코로나' 대비하는 캐나다가 가장 강조하는 것
[김수진 기자]
▲ 코로나19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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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현재 캐나다의 코로나 총 확진자 수는 약 83만6000명, 사망자 수는 2만1300여 명. 캐나다에서는 코로나 2차 유행이 시작된 이후 지난 12월 내내 하루 평균 6000명대, 1월 중반까지는 8000명대의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그러다 강력한 봉쇄 및 제재 조치가 효과를 거두기 시작하면서 최근 그 수치가 3000명대까지 떨어졌다. 안심할 만한 수치는 아니지만, 그래프가 뚜렷한 하향곡선을 그리자 각 주정부는 조심스럽게 점진적 규제 완화 및 단계별 경제 제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퀘백주의 경우, 야간 통행금지령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지난주부터 상점, 미용실, 박물관이 문을 열 수 있게 됐다. 온타리오주는 이번주부터 대부분 지역의 외출금지령(필수품 구입이나 병원 방문 외의 외출을 금함)이 해제되며, 주 전역에 걸친 봉쇄령은 단계별 규제 시스템(강도에 따라 5단계로 구분됨)으로 전환된다.
다만 앨버타주는 규제완화를 조금 더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앨버타주의 이같은 결정은 무엇 때문일까?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는가 싶던 찰나 캐나다인들의 경각심을 다시금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이들 때문이다. 앨버타주는 캐나다에 변이기 퍼지기 시작한 현시점에서, 그에 대한 파악이 좀더 이루어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코로나19는 산불... 규제 풀면 또 번져"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는 건 특이한 일이 아니지만 문제는 이들 변이의 전염력이 기존 변이들보다 월등히 높다는 데 있다. 각각 영국, 남아공, 브라질에서 최초 발견된 변이들 B.1.1.7, B.1.351, P.1이 세계 곳곳으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이미 영국 전문가들은 B.1.1.7이 전세계를 휩쓸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캐나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이 역시 이 영국발 변이로 13일 현재 429건이 발생했는데 특히 최근 일주일 새 관련 확진자가 2배로 증가했다. 8개 주에서 변이로 인한 감염이 발생했고 그중 3개 주에서는 지역사회 전파가 확인된 상태다. 또한 확진 건마다 변이 여부 검사가 실시된 게 아니어서 실제 파악된 것보다 훨씬 많은 변이 관련 확진자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월 말 발표된 모델링 데이타에 따르면, 3월에는 온타리오주에서 영국 변이가 주 감염원이 될 것으로 예측되기도 했다.
캐나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변이의 전파를 두고 "'들불'처럼 퍼져 확진자가 '수직상승' 할 수 있다" "다가올 '폭풍우'가 감지된다" "'쓰나미' 같은 경고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등의 표현을 써가며 코로나 3차 유행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전염성이 훨씬 강하다는 이 변이들에 가속도가 붙으면 통제가 어려울테고, 백신접종률이 변이의 확산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압박 받고 있는 병원 시스템 역시 더 악화될 것이다. 지금껏 모두가 함께 견뎌온 1년의 시간이 떠오르며 다시금 아득해진다.
토론토 대학의 감염병 전문가 콜린 퍼네스(Colin Furness)는 CTV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3차 유행은 피할 수 없으며 강도도 셀 것"이라며 "겨울의 한가운데서 경제 제개를 하는 것이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염성 강한 변이들 때문에 4월쯤이면 온타리오주는 다시 한번 학교를 폐쇄하고 락다운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는 예측도 덧붙였다.
사이몬 프레이저 대학의 전염병 학자 캐롤린 콜리진(Caroline Colijin)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을 '산불'에 비유했다. 현재의 감소세는 집단면역에 도달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닌 강력한 규제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소화 호스를 잠그면 다시금 번지는 산불처럼, 규제완화는 확진자의 급속한 증가를 다시 불러올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니 집단면역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데다가 변이도 확인되기 시작한 상황에서 행해지는 규제완화는 무척이나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지사나 전문가들이 '비상 브레이크' 시스템을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뚜렷한 확진자 감소세를 감안해 점진적으로 규제를 완화해가되 언제든 확진자 증가가 감지되면 바로 '봉쇄'라는 급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연방정부도 기존의 입국 제한 규정을 더욱 강화했다. 이번주부터 필수업체 종사자 외에 육로로 입국하는 이들은 3일 이내의 코로나 음성 판정 결과서를 제출해야 하며, 위반시 3000달러(약 260만 원)까지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캐나다 국경은 팬데믹 초기부터 1년 가까이 봉쇄된 채 주로 필수업체 인력들만이 오가고 있으므로, 이 규정은 이주 목적으로 입국하는 캐나다 시민, 장례식이나 결혼식 참석 혹은 가족의 병간호 같은 특수한 상황으로 출국했다 돌아오는 이들에게 해당된다.
항공로로 입국하는 이들에게는 이미 1월 초부터 같은 규정이 적용돼오고 있는데, 22일부터는 더욱 엄격한 규정이 추가된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정 호텔에서 최대 72시간 머물러야 한다. 또한 호텔방, 음식, 청소, 감염예방 조치, 이동 등에 드는 최대 2000달러(약 174만 원)의 비용을 모두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연방정부가 전에 없는 초강수를 둔 셈이다.
이같은 조치들은 특히 국외로부터의 변이 바이러스 유입을 막고 비필수 목적의 여행을 자제시키려는 목적이다(크리스마스 시즌 다수 정치인과 공무원들의 해외휴가 사실이 밝혀져 리스트가 공개되고 파직되기도 하는 등의 사건이 있었다). 다만 가족의 질병이나 사망 등 일부 인도적인 목적의 이동에 대해서는 예외규정이 적용될 방침이다.
본래 3월 셋째주로 일주일간 예정돼 있던 초중고 학생들의 봄방학에도 제동이 걸렸다. 예년대로라면 봄방학 기간에 가족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경우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 직후와 같은 확진자의 폭발적 증가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몇주 전부터 봄방학을 취소하는 방안이 논의돼왔다. 그러나 온라인 수업과 대면수업을 오가며 지쳐있던 교원단체의 반대에 부딪히자 봄방학을 4월로 연기하는 절충안이 채택됐다.
차선의 선택지뿐
정부 입장에서도 시민이나 단체들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규제를 완화하려니 가까스로 진압되고 있는 바이러스의 재확산이 우려되고, 봉쇄를 계속하자니 경제악화를 더이상 두고볼 수가 없다. 봄방학을 취소하겠다 하니 번아웃된 교사들의 반발이 심하고, 그대로 두려니 가까스로 진압한 확산세가 재현될까 불안하다. 결정을 내림에 있어 '최선'이 아닌 '차선'을 택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이다.
'비상 브레이크' 시스템이 가동되면 학교가 문을 닫아 아이들은 또한번 각자의 방에서 컴퓨터를 교실 삼아야 한다. 언제 다시 외출금지령이 내려질지 알 수 없다. 모든 것에 기약이 없는, 아무것도 계획할 수 없는 답답한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4월쯤 변이로 인한 세 번째 봉쇄를 예측한 콜린 퍼네스가 올여름에 대해서는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봄이 되면 속도가 붙기 시작한 백신접종으로 인해 3차 유행이 오더라도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며, 이전과 같은 모습은 아닐지라도 더이상의 봉쇄 걱정 없이 올바른 방향으로 향해가는 여름을 맞을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믿고 싶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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