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은 TBS의 '삼성전자' 같은 존재"
[손병관, 유성호 기자]
▲ 미디어재단 창립 1주년을 맞은 이강택 TBS 대표이사가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TBS 사옥에서 <오마아뉴스>와 만나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야권 후보들이 주장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 유성호 |
그러나 재단으로 전환된 지 1년 만에 TBS는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오는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야권 후보들이 <김어준의 뉴스공장>(아래 뉴스공장)을 문제 삼아 '방송의 재정립'이나 '재정지원 중단'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는 재단 창립 1주년을 맞아 16일 오후 이강택 TBS 대표를 만났다. 전날인 15일에는 뉴스공장에 출연한 조은희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현 서초구청장)와 진행자 김어준씨가 '가벼운 설전'을 주고받은 것이 뉴스가 됐다. 자연스럽게 이 주제가 얘기됐다.
▲ 이강택 TBS 대표 "<김어준의 뉴스공장> 편파성 비판, 미디어의 독립성, 자유성에 대한 몰이해" ⓒ 유성호 |
- 서울시장에 출마하려는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뉴스공장에 나와 "진중권, 서민, 서정욱 변호사 코너를 만들라"고 하자 김어준씨가 "본인이 원하는 특정인물을 출연시키라고 하는 건 외부압력"이라고 반발했는데.
"방송이 끝난 후 저에게도 비슷한 취지의 말을 하길래 실상은 많이 다르다고 설명드렸다. 뉴스공장에 국민의힘 측 출연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하태경 의원과 홍문표 의원이 여야 의원들의 토론 코너에 나오고 있고, 김재섭 원외위원장도 고정출연 중이다. 우리는 출연의 길을 많이 열어놨는데 비판하는 분들이 방송에는 안 나오면서 편파적이라고 얘기한다. 조 구청장에게 대표이사나 외부인들이 방송 편성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가 없는 구조라는 점도 충분히 설명 드렸다."
- 조 구청장은 "국민의힘에는 TBS 없애야 된다고 하는 사람도 많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고, 실제로 더 강하게 얘기하는 (서울시장 예비) 후보들이 있다.
"그 분들과도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는 열려있다. 금태섭 후보는 이미 TBS의 다른 프로그램에 나왔고, 다른 후보들도 방송에 나와서 할 얘기를 했으면 한다. 그분들이 TBS에 오실 일 있으면 대표이사인 나도 만나서 오해를 풀어주고, 그들 얘기도 경청하려고 한다. 그러나 뉴스공장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자기 얘기만 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은가? TBS 프로그램에 뉴스공장만 있는 것도 아니다."
- 김어준씨가 방송에서 조 구청장에게 "저희는 박원순 시장 시절부터 누가 출연시켜야 된다, 말아야 된다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TBS에 대한 많은 비판들이 미디어의 독립성, 자유성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TBS의 최고의사결정 기구는 이사회이고, 나는 경영 책임을 맡고 있다. 나로서는 프로그램들을 사후 모니터링하거나 인사·재정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개별 프로그램의 방향에 대해 사전에 관여할 수 없다.
방송국의 대표인 나조자도 이렇게 조심하는데, 방송국 외부의 어느 누가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 과거에는 TBS 대표이사의 임면권이 서울시장에게 있었지만, 지금은 임명추천위원회(7명)를 거쳐야 한다. 시장에게는 이 가운데 위원 2명의 추천권만 있다. 3명은 서울시의회가, 2명은 TBS 이사회가 추천하는 구조다. TBS 이사회(11명)에도 시 공무원은 2명 밖에 안 된다."
- "TBS를 설립 취지대로 시민을 위한 교통·생활·재난정보 중심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서울시장 예비) 후보도 있다.
"그런 생각이야말로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TBS가 그런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서울시 재정지원을 받아 시의 사업소로 출발한 것은 맞다. 그런데 그게 30년 전 얘기다. TBS의 방송 허가 사항이 2000년대 이후로는 '교통정보를 중심으로 방송 사항 전반'으로 바뀌었다.
2011년 이후로는 서울시 방침이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로 바뀌었고, 그걸 아예 서울시 조례로 못 박은 결과가 미디어재단으로의 전환이다. 교통 정보는 TBS 역할의 극히 일부일 뿐인데 언제적 얘기를 계속하는 거냐? TBS의 운영 환경이 이렇게 달라졌는데 어떤 의중으로 '재정립'을 얘기하는지 내가 묻고 싶다."
- 뉴스공장에 대한 비판 대부분이 진행자 김어준씨의 개성에 대한 시비에서 비롯된다.
"공정성의 측정 기준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기사 하나에서, 프로그램 한 코너에서, 프로그램 전체에서 측정하는가에 따라 각각 달라진다. 프로그램 하나로만 공정성을 따지면, 모든 프로그램들이 다 비슷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이 한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을 보장하는 길일까?
모든 프로그램이 천편일률적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얼마든지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본다. 그러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춰지는 것이다. 나는 뉴스공장이 우리 사회에서 허용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고 본다."
- 뉴스공장이 문제점보다는 순기능이 많다고 보는가?
"우리나라 언론 보도는 기자를 매개로 해서 취재원의 입장을 짧게짧게 내보내고 있지 않나? 예를 들어 법조기자단의 폐쇄성, 담합적 구조들에 대한 지적이 있다. 뉴스공장의 장점은 취재원들의 생생한 얘기를 전달하는 것이다.
뉴스공장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지적 사항도 진행자의 문제는 한두 건 밖에 없고, 대다수가 출연자의 사실관계 오해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그런데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런 걸 크게 부풀린다.
▲ 이강택 TBS 대표이사가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TBS 사옥 자신의 집무실에 걸려 있는 TBS 프로그램 진행자들의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 유성호 |
"한마디로 얘기하면, TBS의 유일한 킬러 컨텐츠다. 뉴스공장 이전과 이후로 TBS가 달라진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 경제에 비유하면, 삼성전자 정도의 비중이 되겠다(웃음). 삼성전자가 잘 되어야겠지만, 경제의 다변화를 위해서는 삼성전자만 잘 되는 것도 곤란하다.
뉴스공장은 제작비 대비 몇 배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뉴스공장 같은 프로그램에 왜 시민 세금을 쓰냐는 식으로 비판하는데 역으로 뉴스공장이 벌어들인 수입으로 TBS의 다른 프로그램들을 지원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뉴스공장에 맞먹는 컨텐츠를 개발한다는 게 쉽지가 않다."
- TBS 1년 예산이 500억 원 선이고, 서울시 출연금이 375억 원(2021년 기준)이라고 한다. TBS 자체 수입이 2021년 예산 기준 100억 원 수준이라는데, 서울시 출연금 비중을 줄이고 자체 수입을 늘리는 복안이 있는가?
"KBS의 경우 국가기간방송사로서 역할을 하라고 6000억 원의 수신료를 걷는다. EBS는 방송발전기금을 받고, 교재 판매 수익을 낸다. 아리랑TV도 해외 홍보 명목으로 방송발전기금을 받고, 연합뉴스도 300억 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 공적 책무를 하는 매체들에 대해서는 지원을 해주는 게 원칙인데, TBS는 그렇지 않다.
지상파 방송으로서 공적 책임을 지우면서도 재정 구조는 30년 전 서울시 지원에 의존하던 그대로다. 서울시 재정 지원을 줄이라는데, 다른 방송사들의 견제 때문에 상업 광고는 하지 못하고 방송발전기금도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지방정부 출연기관이라서 시민후원금 형태의 금품을 걷는 것도 제약을 받는다.
그렇다고 시 예산에만 의존할 수 없어서 규제를 상대적으로 덜 받는 온라인 광고를 늘려서 재원 비중을 줄이고 있다."
- 방송통신위원회가 TBS의 법인화를 허가하면서 협찬·캠페인을 제외한 상업광고는 불허했다.
"과거 라디오 방송은 자체 영업력이 약해서 시청률 높은 TV프로그램에 끼워파는 '결합 판매' 방식으로 수익을 나눠받았다. 이 판에 TBS가 끼어드는 것을 좋아하는 방송사가 없다.
TBS가 2018년 중반부터는 라디오 채널 청취율 2위로 올라섰기 때문에 'TBS 광고 허용하면 다른 방송사들 다 죽는다'는 얘기가 많았다. 방송광고 '결합 판매'의 적법성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올해 안에 판단을 내릴 공산이 높은데, 만약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 TBS에게만 30년 전 영업 환경을 강제할 명분도 사라질 것이다."
- 우리나라 방송의 문제점 중 하나로 과도한 비정규직 비중이 자주 제기되는데 TBS의 사정은 어떤가?
"방송작가들을 비정규직이냐 프리랜서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작가군을 제외하고는 정규직 전환률이 97~98%에 이른다. 나머지는 육아휴직자들의 대체근무 인력이다. 유례가 없는 수준이지만, 규모가 훨씬 큰 방송사들이 TBS처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 TBS의 올해 목표가 있다면?
▲ TBS는 지난해 방송의 공정성과 정치적 독립성을 증대시키는 방편으로 TBS 이사회의 통제를 받는 ‘독립법인’으로 새 출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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