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 무의지·무기력·역부족 빠졌다" 中의 혹독한 평가
"한국, 한반도 정세 장악 능력 잃어"
"미·중 경쟁서 양다리 책략 어려움 가중"
“2021년 대선의 해가 시작된 한국은 미·중, 북핵 문제에서 무의지·무기력·역부족의 표류 상태다.”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 국제문제연구원이 지난달 내놓은 ‘2021년 국제 전략 보고서: 위기 국면과 새로운 국면(危局與新局)’에 담긴 한국 외교에 대한 혹독한 평가다. 이같은 내용을 기술한 정지융(鄭繼永·48) 푸단대 한국연구센터 주임교수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한반도 정세를 장악할 능력을 잃었으며, 북미 게임에서 비중과 지위가 계속 하락할 뿐 아니라, 미·중 경쟁에서 양다리 걸치기 책략까지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 문제에서 보수와 진보의 다툼이 사회적 초미의 관심사가 되면서 경제 문제까지 쓸 만한 방안이 없다”고 냉정하게 기술했다.
문재인 정부 내내 중점을 둔 남북 문제에 대한 평가는 더욱 가혹하다. “남북 문제에서 한국은 보기 드문 제로(0) 교류 단계에 들어섰다”며 “한국의 외교·내치·경제 모두 북한의 (강경한) 입장 때문에 무한 반복하는 악순환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이는 한때 한반도 운전자론을 주창하면서 남북 관계 진전을 통한 북·미 관계 견인을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가 자평하고 있는 대북 정책 평가와는 완전히 상반된다.
정 교수는 보고서에서 “바이든 정부의 대(對) 한반도 3대 정책: 북한을 당기고(拉), 한국은 달래고(管), 중국은 밀쳐내기(趕)”라는 제목으로 이같은 분석을 담았다.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은 2019~2021년 중국 외교부의 정책연구 중점 협력 기구로 지정됐다. 중국 외교 당국과 긴밀하게 소통한다는 의미다. 이때문에 보고서는 현재의 한국을 바라보는 중국 전문가 및 중국 당국의 속내가 담긴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보고서가 한국을 혹독하게 분석한 데 대해 한 중국 외교 전문가는 “바이든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한·미 동맹을 복원하려는 데 앞서 한국의 상황을 파악하는 기초 조사 차원”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의 북한에 대한 입장은 우호적이다. 북한은 미국 정부 교체에 따라 “과거 ‘고슴도치 책략’에서 트럼프 시기 ‘양파껍질 책략’으로,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팃포탯(tit for tat)’ 책략으로 진화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8차 노동당 대회의 ‘강 대 강, 선 대 선’ 선언에 대해 “인내심과 대등한 맞대응으로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을 우호적으로 바꾸겠다는 기대를 품고 있다”고 기술했다.
미국이 북핵을 보는 입장이 변했다는 점도 주장했다. 정 교수는 “바이든 외교팀은 과거 대북 정책을 분석하면서 ‘중국이 개입하면 미국이 더 많이 잃고, 중국이 덜 개입하면 미국이 많이 얻었다’고 평가한다”며 “바이든 팀에게 북한 인식이 ‘지체할 수 없는 위협’에서 중국을 공격할 ‘게임 카드’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공개된 보고서에는 나오지 않는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대해 “중국은 한국을 당기고(拉), 북한은 달래고(管), 미국과는 직접 충돌하지 않으면서도(不鬥·불투) 밀쳐내려 할 것(趕)”이라는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구체화하기를 기다려 정반대 역공을 펼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16일 이뤄진 한·중 외교장관 통화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이데올로기로 진영 가르기에 반대한다”는 작심 발언을 한 것도 한국을 중국 쪽으로 당기려는 시도라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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