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불법사찰 vs 환경부 블랙리스트"..재보궐 D-50, 여야 격돌

오준엽 2021. 2. 1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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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여파, 선거 너머 박근혜·문재인 청와대로 까지 번지나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이명박(MB) 정부 불법사찰 관련 파악한 사실을 전했다. 사진=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인사청문회. 국회 사진공동취재단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변수가 등장했다. ‘청와대 리스크’다. 경우에 따라 야권으로 흐르던 선거판세가 뒤집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여·야가 강하게 충돌하고 있다.

사안은 지난 8일 한 언론을 통해 이명박 정부시절 국가정보원이 18대 국회의원 전원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제기된 후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받아 사찰에 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며 불거졌다.

16일에는 국회 정보위원회가 열렸고,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출석한 가운데 관련 내용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박 원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의 국정원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지시로 18대 국회의원 299명 전원과 법조인, 언론인, 연예인 등 약 1천명의 인물 동향을 파악한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이 요구한 사찰 문건 목록도 제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박 원장은 “매우 민감한 정보, 매우 민감한 시기”라며 불법사찰 의혹을 풀 문서를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국회 정보위원회가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의결로 (정보공개를 요구)하면 비공개를 전제로 보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를 둘러싼 여·야간 격돌이 심상찮다. 민주당은 “중대범죄”라며 연일 진상규명을 위해 국정원을 압박하는 동시에 반발하는 야당을 비난하고 있다. 심지어 국회 정보위 차원에서 불법사찰에 대한 정보공개와 폐기,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을 넘어 ‘특별법’ 제정에 대한 의사도 내비치는 상황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MB정부 불법사찰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강하게 촉구했다. 하지만 17일에는 태도가 다소 누그러든 모습도 내보였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17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 사건은 한 번에 끝날 사건이 아니다”라면서 특별법 추진가능성을 시사했다. 허영 대변인은 이날 오전 현안브리핑을 통해 “당시 정무수석이었던 박형준 예비후보는 불법사찰 관련 어떤 보고를 받았고, 무슨 용도로 자료를 활용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박 후보를 정조준하기도 했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은 선거를 앞두고 꺼낸 ‘정치공세용 카드’라 주장하지만 불법사찰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반드시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하지만 17일 현장 최고위원회를 마치는 “우선 정보위에서 결정해야할 것”이라며 당 차원에서의 대응여부 등을 아직 결론내리지 못했다며 다소 날이 무뎌진 모습도 연출했다. 

이 같은 이 대표의 태도변화는 야권이 반발에서 역공으로 태세를 전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MB불법사찰사건이 재조명 된 직후 ‘민주당의 부산선거 판세뒤집기 공작’이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렇지만 사안이 확산되자 지난 9일 1심판결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의 ‘직권남용’ 문제를 공격카드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15일 국회 정보위에서 MB불법사찰 문건에 대한 논쟁을 예고한 상황에서 “사상 최악의 환경부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청와대는 재판부 설명자료에 ‘블랙리스트’라는 단어가 없으니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기에 바빴다”며 “핑계가 아닌 윗선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는 논평을 냈다.

이명박 정부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 사진=오준엽 기자 

여기에서 김 대변인은 “판결문에 따르면 ‘산하기관 교체대상’, ‘산하기관 임원 교체 계획’ 등 전 정부에서 임명된 특정인에게 사표를 받기 위해 작성한 명단이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됐고, 환경부가 공공기관 임원들을 세평이라는 미명하에 ‘핀셋 사찰’을 하고 사표제출을 거부하면 ‘표적감사’에 나선 정황이 확인됐다”며 청와대 연루설과 사찰의혹을 부각시켰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한 언론의 칼럼을 통해 “자신들이 새로운 ‘적폐’라는 사실을 끝내 인정하지 않는다. 정당화가 안 되니 슬쩍 물타기로 넘어간다. 국정원을 통해 이미 묵은지가 되어버린 MB정권시절 블랙리스트 사건을 물고 늘어질 태세다. 아마도 ‘환경부 문건이 아니라 이런 게 진짜 블랙리스트’라고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파이프가 파이프가 아니라는 그림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 하지만 그 그림 안으로 들어가 파이프가 파이프가 아니라 우기는 이들과 더불어 사는 것만큼 피곤한 일도 없다. 언제부터인가 나라가 초현실주의 작품으로 변했다. 그런 곳에서는 무의미한 동어반복이 외려 가장 의미있는 진리가 된다. ‘블랙리스트는 블랙리스트다.’”라고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사건이 불거진 발단으로 볼 수 있는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의 연루의혹은 반대로 일부 누그러드는 분위기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전날 업무보고에서 박 후보 연루설과 관련 “당시 정무수석실 또는 박형준 수석이 관여돼 있다는 근거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부정적 입장을 내비쳐서다. 이에 사건이 전현직 대통령과 청와대로 향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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