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카 3대 몰던 20대, 알고보니 아빠 회삿돈 빼돌려 호화생활
20대 중반인 A씨는 모두의 부러움을 받는 속칭 ‘영앤리치(Young&Rich : 어리고 부자라는 뜻)’다. 150억원 상당의 자산에 서울 초고가 주택에 살면서 최근 5년동안 30번이 넘게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남들은 평생 구경도 못 해볼 슈퍼카 3대(13억원 상당)를 몰며 다량의 명품 구입으로 주변의 부러움을 받았다.
하지만 국세청 조사결과 A씨가 타는 슈퍼카는 아버지 회사 비용으로 구매한 것이었다. 100억원이 넘는 자산도 아버지가 어머니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변칙적으로 법인자금을 유출한 것으로 국세청은 보고 있다.
17일 국세청은 이처럼 편법증여로 재산을 늘려 호화생활을 한 불공정 탈세 혐의자 38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생활이 어려운 자영업·소상공인에게 불법 고리 대출로 돈을 번 민생침해 탈세 혐의자 23명도 함께 조사대상에 올렸다.
재산을 빼돌려 호화생활을 누리는 자산가들의 형태는 점점 교묘해 지고 있다. 기업을 운영하는 B씨는 친인척 차명계좌로 현금매출을 돌리고, 배우자 명의 유령업체를 만들어 홍보비와 인건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수백억원을 빼돌렸다. 이 돈으로 시세 200억원 상당의 꼬마빌딩을 자녀에게 편법 증여했다. 또 법인명의 초고가 레지던스(3채, 70억원)를 자기 집으로 쓰면서 호화생활을 누렸다.
특히 레지던스와 꼬마빌딩은 자산가들 사이에서 새로운 탈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호텔과 오피스텔을 합쳐놓은 개념인 레지던스는 주택으로 치지 않기 때문에 전매제한,·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법인자금 등으로 구매한 뒤 사적으로 쓰는 경우가 많았다. 꼬마빌딩도 자식과 함께 사서 리모델링으로 자산가치를 높인 후, 리모델링 비용은 부모가 대는 이른바 ‘편법 증여형 밸류애드(Value add : 증여 후 자산 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편법 증여)’에 활용됐다.
실제 이번 조사 대상에 이름을 올린 영앤리치 사주일가 16명 평균 재산액은 186억 원이었는데 이 중 레지던스가 42억 원, 꼬마빌딩 137억 원을 차지했다.
코로나19 위기를 이용해 민생침해한 탈세자도 다수적발했다. 미등록 대부업체를 운영하는 C씨는 영세상인에게 법정이자(24%)에서 최고 수십 배가 넘는 대출을 해주고 이자 수익을 얻은 뒤, 상가를 사고 의류업체 운영했다. 또 배우자 명의로 서울 고가 재건축 아파트 다수 취득하면서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 주식 열풍을 타고 종목상담을 해주면서 돈을 번 무자격 주식전문가 D씨도 10여개 위장업체 설립해 소득을 탈루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앞서 국세청 지난해에도 세 차례 걸쳐 전문직·고액임대 건물주 등 고소득사업자 111명과 불법대부업자·고액입시학원 등 민생침해 탈세자 103명에 대한 기획조사를 해 각각 712억 원과 453억 원을 세금을 추징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아버지에게 수십억원을 불법 증여받아 법인을 만들어 땅을 산 뒤, 법인 수익을 다시 현금인출기(ATM)을 이용해 친인척 계좌로 빼돌려 호화생활을 누린 20대를 적발하기도 했다.
노정석 국세청 조사국장은 “악의적 조세회피자에 대해서는 사주일가 전체를 관련인으로 선정하였으며, 고의적 세금포탈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 검찰에 고발조치하는 등 엄정 처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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