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일그러진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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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자매 배구선수가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학폭) 가해자였다는 피해자의 글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학폭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남자 배구선수들도 학폭 가해자로 지목됐고 이를 인정하기도 했다.
학폭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학생이고 그 주변에는 교사, 학교, 동료, 가족, 커뮤니티 등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학폭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는 용서를 구하고 처벌을 달게 받으며, 피해자는 숨지 말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 제2·제3의 피해자를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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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자매 배구선수가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학폭) 가해자였다는 피해자의 글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학폭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두 선수는 언제일지 모르지만 상당 기간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월급도 못 받고 국가대표는 물론이며 지도자 자격까지 박탈한다고 한다. 남자 배구선수들도 학폭 가해자로 지목됐고 이를 인정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프로야구 신인 1차 지명을 받은 유망주가 과거 학폭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결국 구단이 지명을 철회하기도 했다.
학폭은 스포츠만의 문제로 치부될 수 없다. 학폭 당시에 해결하지 못한 게 원인이다. 가해자는 잊을 수 있겠지만 피해자는 잊을 수 없는 기억과 아픔이자 현재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가해자의 성공 뒤에 가려진 어두운 과거가 피해자에게는 잊고 싶지만 잊히지 않는 아픔을 소환시켰다.
앞서 언급된 학폭 가해자들은 대부분 90년대생이다. 학폭 시기는 중·고교 시절로 2000년대 초반이다. 90년대생이라면 MZ(밀레니얼+Z세대)세대다. 이전과 다른 세대다. 국회와 정부, 민간 등 각계에서 ‘90년대생을 배워야 한다’는 바로 그 세대다. 이들의 부모 세대는 포스트 베이비붐 세대다. 이전 세대와는 다를 것 같았던 세대다. 학폭 문제는 80년대부터 본격화됐다. 40년 전이다. 그런데도 지금 학폭은 현재 진행형이다.
문제가 생기니 또 대책이 나왔다. 예상 가능했던 대책이다. 법, 제도, 대책을 논하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리를 끊는 것이다. 학폭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학생이고 그 주변에는 교사, 학교, 동료, 가족, 커뮤니티 등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학폭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는 용서를 구하고 처벌을 달게 받으며, 피해자는 숨지 말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 제2·제3의 피해자를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교사와 학교, 교육당국, 부모, 주변의 역할이 중요하다. "내가 귀하면 남도 귀하고, 내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하다"는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지켜야겠다는 생각만 해도 학폭은 줄어들 것이다.
개인적으로 90년대 군 복무시절 병장이 되면서 선임 및 후임들과 합의를 이룬 게 있다. "우리는 맞았지만 우리 대(代)에서는 이 악습과 폐단을 끊어내자"였고 이를 실천했다. 유명 방송인 겸 개그맨은 군기가 세던 시절, 선배들의 강압(군기를 잡으라는)을 버텨냈고 군기문화를 없애는 데 앞장섰다고 한다. 어느 유명 여성 패션모델들도 군대보다 심하다던 모델계의 군기문화를 끊어냈다고 한다.
프로야구선수협회 출범을 주도한 한 프로야구 선수의 과거 인터뷰를 보면 새벽에 코치가 집합시켜 최선참 선수를 때리면 후배와 그 후배, 그 후배의 후배들이 연속으로 매질을 했다고 한다. 그 선수는 "매질을 당했던 선수들이 선참이 돼 똑같은 짓을 하려 했다. 삐뚤어진 보상 의식을 바로잡지 않는 한 팀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었다"고 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엄석대가 초등학교 교실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데에는 개인의 잘못도 있지만 담임의 수수방관도 있었다. 새로 부임한 담임이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숨죽였던 학생들이 일어서자 엄석대는 몰락한다. ‘새 담임’이 단지 교사의 역할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금으로 치면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일 것이다. 악습의 고리, 폭력의 대물림은 일도양단으로 잘라내기 어렵고, 어느 개인 하나의 노력만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다.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 누군가는 하겠지보다, 나와 내 가족부터 먼저 해보자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경호 사회부장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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