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드라기 효과' 만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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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채권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드라기 총리 취임 뒤 처음 실시된 이탈리아 국채 입찰에서 대규모 사자 주문이 나온 것이다.
드라기 총리는 지난 13일 공식 취임했는데 이에 앞서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며 11일 0.46%에 거래를 마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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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채권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드라기 총리 취임 뒤 처음 실시된 이탈리아 국채 입찰에서 대규모 사자 주문이 나온 것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16일(현지시간) 10년물 국채 100억유로어치 입찰을 진행했다. 입찰이 시작되자마자 자금이 몰리기 시작해 한때 응찰액 규모가 역대 최다인 1100억유로를 넘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투자자들이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며 드라기 총리에 대한 신임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실제 이탈리아 의회는 17일 드라기 내각에 대한 신임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형식적 절차일 뿐이다. 이미 이탈리아 의회 내 양대 정당인 오성운동(M5S)과 동맹(Lega)을 비롯해 민주당(PD), 생동하는 이탈리아(IV), 전진 이탈리아(FI), 자유와 평등(LeU) 등 좌우 노선의 구분 없이 이탈리아 주요 정당들이 드라기 총리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들 정당이 차지하고 있는 의석수만 해도 이탈리아 의회 전체 의석의 90%가 넘는다.
대규모 매수세가 몰린 덕분에 이탈리아 정부는 이자 비용 부담을 줄였다. 낙찰 금리는 0.60%로 결정됐다.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금리보다 0.04%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결정된 것이다. 애초 0.08%포인트 더 높을 것이라던 시장 예상보다 낮은 수준에서 금리가 결정됐다.
낙찰 금리가 예상보다 낮게 형성되자 일부 투자자는 응찰을 취소했고 최종적으로 응찰액 규모는 650억유로로 줄었다. 이탈리아 정부는 30년 만기 물가연동 채권 입찰도 함께 진행했다. 40억유로어치 입찰에 166억유로가 넘는 자금이 몰렸다.
이미 금융시장은 드라기가 총리 후보로 등장했을 때부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드라기가 과거 8년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 재직하며 유럽 부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당시 드라기는 ‘슈퍼 마리오’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드라기 총리는 지난 13일 공식 취임했는데 이에 앞서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며 11일 0.46%에 거래를 마친 바 있다.
ING의 안토니 부벳 선임 투자전략가는 "시장이 한동안 드라기가 만든 파도에 서핑을 즐길 수 있다"며 "드라기 효과로 이탈리아 국채 수요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부벳은 이탈리아와 독일 국채 금리차(스프레드)도 6개월 안에 0.75%포인트까지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한때 2.75%포인트까지 벌어졌던 10년물 독일 국채와 이탈리아 국채 금리차는 현재 0.89%포인트로 줄었다.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와의 금리차가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이탈리아 국채도 안전자산으로 인정받는다는 의미다.
우니크레디트의 루카 카줄라니 투자전략가도 드라기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로부터 코로나19 회복기금을 확보해 이탈리아 구조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이탈리아의 정치적 불안감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금리차가 0.75%포인트까지 줄 것으로 예상했다. 카줄라니는 드라기가 기대 이상의 높은 성과를 보여주는, 이른바 슈퍼 마리오 시나리오를 달성한다면 독일과 이탈리아 국채 금리차가 0.50%포인트까지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독일과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0.50%포인트까지 줄어든 때는 세계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이 마지막이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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