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내신 산출 고1은 상대평가, 2·3학년은 절대평가

이도경 2021. 2. 1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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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 발표
올해 초등 6학년 고교 진학하는 2025년부터 고교 교육 대폭 변화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학생이 고교생이 되는 2025년부터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의 내신성적 산출 방식이 발표됐다. 고교 1학년 1학기 혹은 2학기까지의 성적은 석차를 매겨 등급을 부여하는 현행 상대평가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2, 3학년 성적은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한다.

수업에서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대학의 F학점과 비슷한 I등급을 부여한다. 다만 낙제는 시키지 않으며 보충 교육을 이수하면 I등급 바로 위인 E등급으로 학점을 채울 수 있도록 했다. 고교학점제 도입 취지에 따라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면서도 지역·학교별 격차를 줄이기 위한 해법도 공개됐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오전 경기도 구리시 갈매고등학교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갈매고는 2018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시범 운영 중인 학교다. 유 부총리는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찾아 자기주도적 인재로 성장하는 고교 교육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말했다.

고교학점제는 고교생도 대학생처럼 저마다 진로와 적성에 따라 수업을 골라 듣고 학점을 누적해 졸업하는 제도다. 주목되는 부분은 대입과 직결되는 내신 성적 산출 방식이었다. 기존처럼 석차를 매기는 상대평가 위주의 성적 산출 방식으로는 고교학점제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우려 때문에 절대평가 전환(성취평가제)이 예상됐었다. 상대평가 방식이라면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수업으로 ‘쏠림 현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고교 성적은 1학년 1학기 혹은 2학기까지 배우는 공통과목과 1학년 2학기 혹은 2학년부터 3학년까지 배우는 선택과목이 다른 방식으로 산출된다. 먼저 공통과목과 선택과목 공히 절대평가 방식으로 A~E등급을 부여하게 된다. 절대평가이므로 극단적인 경우 모든 학생이 A등급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공통과목의 경우 석차 등급도 병기한다. 석차 순으로 일정 비율(예컨대 상위 4%까지 1등급)을 정하여 등급을 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전체 수강 인원의 11%가 A등급을 받았을 때 상위 4%는 1등급, 5~11%는 2등급을 받게 된다. 대입에서 점차 비중이 커지고 있는 고교 내신 성적의 변별력을 일정 부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선택과목은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된다. 다만 원점수와 과목평균, 성취도, 수강자 수, 성취도별 학생 비율 등 수업 정보를 기록하도록 했다. 대학들이 학생들이 받은 등급의 가치를 가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예를 들어 50명 수강 인원 중 4%가 A등급인 수업에서 A등급을 받은 경우와 A등급이 50%인 수업에서 받은 A등급의 가치는 다를 수 있다. 고교 교사나 강사들이 A등급을 남발하지 못하게 하는 ‘성적 부풀리기’ 예방 장치를 둔 것이다.

고교 졸업은 종전보다 까다로워졌다. 현재는 학년별 수업 일수의 3분의 2 이상 출석하면 학년이 올라가고 졸업도 가능했다. 학교에서 엎드려 자더라도 졸업장은 줬다. 그러나 고교학점제에선 192학점 이상 취득해야 한다. 수업마다 3분의 2 이상 출석하고 학업 성취율 40% 이상을 충족해야 학점을 쌓을 수 있다.

학업 성취율 40%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의 경우 과락에 해당하는 I등급(미이수를 뜻하는 Incomplete)을 준다. 학교에선 미이수 예방에 중점을 두고 교육과정을 운영하되 미이수 학생이 발생하면 과제를 수행토록 하거나 보충 과정을 운영한 뒤 학생이 이수하면 E등급으로 올려준다. 대학처럼 F학점을 다음 학기나 다음 학년도에 수강하는 재이수 방식은 고교학점제 도입 초기부터 적용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검토키로 했다.

교육부는 학교들이 다양한 과목을 개설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한 방안들도 내놨다. 학생들이 인근 학교들을 오가며 수업에 참여하는 ‘공동교육과정’, 이를 온라인으로 확장하는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을 확대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전국적으로 시행된 원격수업 경험이 온라인 공동교육과정 확대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역의 연구기관과 대학 등 지역사회의 인프라를 활용해 ‘학교 밖 교육’을 학점으로 인정하고, 지역 대학의 박사급 인력 등 학교 밖 전문가를 강사로 활용하기로 했다. 소규모 학교를 오가는 순회교사를 늘리고, 교사 1인이 다양한 과목을 가르칠 수 있도록 교사 연수를 강화하며 교사 양성 체계를 손보기로 했다.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라 교원 증가 등을 고려한 새 교원 수급 기준은 2022년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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