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병원 수술실 입구 CCTV 의무화되나.. 첫 정부안 나왔다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2021. 2. 1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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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중재안 제시 "민간병원 수술실 내부 설치는 단계 추진"
보건복지부가 수술실 출입구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병원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심사를 앞둔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민간의료기관의 경우 수술실 출입구 CCTV는 의무화하되, 수술실 내부 설치는 자율에 맡기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중재안을 제시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공공의료기관의 경우엔 수술실 내부 CCTV도 의무화하자는 게 정부 방침이다.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 정부가 구체적인 절충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료기관 내 수술 과정에서 중대 의료사고와 마취 환자에 대한 성범죄, 무자격자에 의한 대리수술, 환자 동의 없는 수술의사 변경 등이 다수 발생하면서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의료사고와 수술실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국민을 위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필요성이 제기됐고, 여당은 관련법안을 다수 발의했지만,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공회전만 반복하던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마침내 오는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에서 심사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에 맞춰 '수술실 출입구 CCTV 설치 의무화'라는 묘안을 검토하고 있다. 과연 수술실 출입구라도 CCTV 설치가 의무화될 수 있을까?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국민 89% 원하지만… 현실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2020년 12월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성인 남녀 1000명) 중 89%의 국민이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수술실 안에 CCTV가 설치된 의료기관은 극소수다. 보건복지부가 전신마취 수술실을 갖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2020년 7월~8월)한 결과를 살펴보면, 조사대상 총 1842개 의료기관(병원급 1209개소, 의원급 633개소) 중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한 의료기관은 조사기관 중 14%뿐이었다.

이는 CCTV 설치 의무화를 반대하는 의료인들의 영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공식적인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CCTV 설치는 의료진의 방어진료를 유도한다는 이유 때문. 의협 측은 "의사가 수술을 기피하게 될 개연성이 생길 수 있고, 집중을 요하는 고난도 수술이 이뤄지는 수술실 등 의료 현장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입법 추진"이라고 밝혔다.

수술실 CCTV 설치 관련 김남국의원안, 안규백의원안, 신현영의원안, 보건복지부안 비교

◇"수술실 출입구만이라도" CCTV 설치 의무화 범위 좁힌 복지부 대안

이처럼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의료계의 강경한 태도가 이어지자, 복지부가 구체적인 절충안을 들고 나왔다.

복지부가 제시한 안은 ▲공공의료기관의 경우 수술실 내부까지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민간의료기관의 경우엔 수술실 출입구에만 CCTV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민간의료기관의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자율선택에 맡기도록 복지부는 제안하고 있다. 복지부 절충안은 민간의료기관의 수술실 내 CCTV 설치와 관련, ‘사회적 요구’의 지속을 전제로 단계적 의무화 방안을 추가했다. 이때 촬영 대상은 모든 의료행위로 정하고, 녹음은 불가한 것으로 했다.

초민감 의료정보인 의료정보 CCTV인 만큼 저장 영상은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안전성 확보조치를 하고, 보관기간은 보건복지부령에 위임하도록 했다.

또한 영상 열람요건을 구체적으로 제한했다. 복지부는 ▲환자,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중대한 생명, 신체, 재산상의 이익을 위하여 열람을 요청하는 경우(사본발급 불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요청 ▲수사기관 또는 법원이 업무상 요청한 경우 ▲의료인, 환자 등 정보주체 모두의 동의하는 경우에만 CCTV 녹화자료를 열람할 수 있게 했다.

◇복지부 중재안, 통과 가능성은?

복지부가 수술실 CCTV 의무 설치 범위를 축소한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중재안이 법안소위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수술실 내 영상정보처리장치 설치를 의무화할 것인지의 논의는 환자안전과 의료체계의 신뢰성 확보라는 입법 목적을 위한 기본권의 합리적 제한 범위를 도출해내는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는 의견을 제출했지만, 당사자인 의협이 강경한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협이 공식적으로 수술실 CCTV 설치 반대의견을 내긴 했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도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입장은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CCTV 설치 여부 자체가 수술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절대 안 된다는 의견부터 의료사고 소송의 근거 확보 차원에서 찬성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의무화만 반대한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복지부의 절충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기존 의료법 개정안들도 검토됐지만, 현재로서는 보건복지부가 준비 중인 중재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간의료기관의 자율권을 일정 수준 보장하는 복지부의 절충안이 현장에서 수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18일 1차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수술실 CCTV 설치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해당 법안은 25일 열리는 2차 제1법안소위에서 다시 검토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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