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완화 이틀만에 600명대.."4차 유행 전조" 전망도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한 달 여 만에 다시 600명대로 올라섰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 지 며칠 안 돼 환자 수가 다시 확산세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차 대유행의 전조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17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환자는 621명 늘었다. 지난달 10일(657명) 이후 38일 만에 600명대로 올라섰다. 일주일간 일평균 국내발생 신규 환자도 405.85명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 지 이틀 만에 2.5단계(400~500명) 기준을 넘었다. 통상 신규 환자 통계는 1~2일 전 검사량이 반영되기 때문에 월·화에는 환자 수가 감소하다가 주 중반인 수요일부터 환자가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당국은 이를 근거로 수, 목요일 통계를 봐야 제대로 된 확산세를 가늠할 수 있다고 보는데, 환자가 600명대로 올라서면서 그간 정체돼 있던 3차 유행이 재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제외하면 전국의 사회적 거리두기가한 단계씩 내려가면서 방역 조치가 대거 완화된 점도 불안감을 키운다.
환자가 급격히 증가한 건 직장과 학원, 병원 등 일상생활 곳곳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잇따르는 데다, 설 연휴 관련 지역사회 전파 사례가 하나둘 나타나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수도권에서는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서울병원(누적 117명), 강북구 사우나(42명), 구로구 체육시설(41명), 경기 부천시 영생교·보습학원(151명) 등 집단발병 규모가 계속 불고 있다. 여기에 서울 송파구 보습학원에서 새 집단감염이 발생해 관련 환자가 최소 12명에 달한다. 비수도권에서도 충남 귀뚜라미 보일러 공장 환자가 좀처럼 멈추지 않으며 100명을 넘어 최소 122명이 확진된 상태다. 부산 북구 장례식장과 대구 동구 음식점 등에서도 10명 넘는 환자가 나왔다.
이런 데다 설 연휴 가족모임을 연결고리로 한 집단감염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부산에서 가족 모임 뒤 6명이 감염됐고, 세종에선 조부모 집에 모였던 일가족 12명 중 5명이 감염됐다. 광주·전남·경북에서도 연휴 간 가족 모임을 통한 확진자가 발생했다. 잠복기를 고려하면 앞으로 꾸준히 관련 감염이 확인될 가능성이 있다. 당국은 16일 브리핑에서 “앞으로 설 연휴 동안의 모임을 통한 전파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거 유행 추이를 보면 개인 접촉이 많고 대규모 인구 이동이 있는 연휴 이후 환자가 늘었다. 지난해 4월 말~5월 초 연휴 이후 수도권에선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한 산발적 집단감염이 발생했고 7월 말~8월 초휴가 기간 이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발 2차 유행이 확산됐다. 3차 유행은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환자가 증가하면서 시작됐다.
문제는 지난 15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이런 확산세를 제어할 만한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4차 유행의 전조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거리두기를 완화한 건 확진자 숫자를 어느 정도 용인하고 경제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특별한 대책이 없는 상태에선 상황이 좋아질 이유가 없고 환자는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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