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은 더 아프다"..'코로나 직격타' 지방은행들의 하소연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지방은행들이 대출영업·자금운용 등과 관련한 규제 및 제도의 정비를 금융당국에 호소하고 나섰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지역경제가 급속하게 얼어붙고 수익성이 악화하는 등 구조적 침체가 심화하는 데 따른 위기의식의 발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지역 내 자금중개 기능은 더욱 훼손되고 침체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방은행들은 입을 모은다.
17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제주은행 등 지방은행들은 최근 지역 경제 및 자금흐름의 애로를 감안한 ‘지방은행 발전방향’을 마련해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지방은행들은 특히 현재 60%인 중소기업 의무대출 제도를 서둘러 손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45%)에 견줘 월등히 높은 의무대출 비율 탓에 자산의 질이 크게 떨어져 있어서다. 지방은행들은 이에 따라 지역 중소기업 대출비율 확대 시 재정지원 확충, 지역 주력산업에 대한 경영안정자금 지원 확대 같은 특별예산 편성 등의 우대방안을 만들어 적용해달라고 건의했다.
부실의 우려가 높아지면 손실대비 및 구조조정 비용이 증가하고 수익성과 영업력이 위축되는 악순환이 불가피하다. 지방은행들의 지난해 실적에 이 같은 문제가 고스란히 반영돼있다.
부산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084억원으로 전년 대비 17.7%, 경남은행은 1646억원으로 전년보다 9.4% 감소했다. 광주은행 또한 지난해 순익이 1602억원으로 전년보다 7.5% 줄어들었다. 대구은행은 15.6% 떨어진 2383억원으로 집계됐다. 제주은행의 순익은 175억원으로 37.3%나 감소했다. 지방은행 중에선 전북은행만이 순익을 끌어올렸다.
손실대비·구조조정 비용 증가
지방은행들이 고전한 배경에는 희망퇴직과 코로나19 관련 충당금 등의 비용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부산은행은 지난해 희망퇴직 비용으로 603억원을, 경남은행은 311억원을 지출했고 각각 870억원, 526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광주은행 역시 전년보다 23.0% 많은 489억원의 충당금전입액을 기록했다.
대구은행의 경우 2221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고 186억원을 명예퇴직 비용으로 사용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기업의 부실이 확대되는 가운데 초저금리 기조로 수익성이 하락하면서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지방은행의 역할이 갈수록 퇴색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지방은행들은 주택도시기금 대출상품 취급 허용을 통한 지방은행의 역할 확대도 건의했다. 지방은행들도 주택도시기금의 수탁기관이지만 대출업무는 불가능하고 주택청약종합저축 업무만 할 수 있다.
이를 개선하면 지역 내 주택도시기금 대출 수요자들의 불필요한 거래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지역 내 촘촘한 영업망을 활용해 금융거래의 편의성을 증대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주택도시기금의 기본적 운용 철학인 서민층의 주거복지 향상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방은행들은 주장한다.
주택도시기금은 총자산이 약 171조3000억원으로 48개의 사업성 국가기금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서민주택복지향상을 위한 다양한 방식의 저금리 대출에 활용된다.
"지방은행 정책사업 참여 확대 등 시급"
지방은행들은 국책사업 관련 정책자금 배정시 특정 지역 내에서 시행되는 사업임에도 지방은행이 배제되는 현실도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지역경제에 대한 지방은행들의 기여도에도 불구하고 기금 조성 시 취급기관으로 시중은행이 선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지방은행들은 ▲정부ㆍ지자체 단위 정책사업에 대한 지방은행의 참여 확대 지원 ▲공공자금 및 기금의 지역 배분을 통한 지역 내 운용자금 확대 ▲지역에서 조성된 공공자금 및 각종 기금이 지방은행을 통해 지역개발 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 등을 요청했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역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선 지역 내 금융이 해당 지역의 은행을 중심으로 더욱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면서 "제도의 정비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지역 금융과 경제는 코로나19 사태라는 터널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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