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구리 잠수복 입고 헤엄 귀순, 北군인 아닌 민간인 가능성"
"감시장비 몇 차례 포착됐지만, 조치 못해"
노크 귀순·월책 귀순 잇따랐던 경계 취약지
"귀순자가 군 찾았나, 군이 찾았나" 비판도
군 당국이 16일 동해 해안으로 들어온 북한 남성의 '헤엄 귀순' 사실을 밝히면서 군 경계 실패를 시인했다.
합동참모본부는 현지 조사 결과를 토대로 "귀순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해상을 통해 GOP(일반전초) 남쪽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 부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 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17일 오전 밝혔다. 그러면서 "남성이 해안으로 올라온 이후 우리 군 감시장비에 몇 차례 포착됐지만,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배수로 차단 시설도 미흡했다"고 사실상 경계 실패를 인정했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잠수복과 오리발이 발견된 장소는 (귀순자가) 상륙한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남성이 입고 온 잠수복은 검은색 고무 재질의 일반적인 잠수복이 아닌 주로 어민들이 입는 철제 헬멧과 분리되는 형태의 '머구리 잠수복'이다.
이같은 잠수복 형태나 정부 당국의 합동신문 과정에서 밝힌 북한 남성의 진술을 바탕으로 군 당국은 이 남성이 군인이 아닌 민간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추가 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군 22사단이 경계를 맡는 해당 지역은 2012년에는 '노크 귀순'이, 지난해 11월에는 '월책 귀순'이 발생했던 대표적인 경계 취약 지역이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군 당국은 경계 강화를 약속했지만, 이번에도 허점을 노출한 셈이다.
특히 군의 조사 과정에서 배수로가 훼손된 사실도 드러났다. 군 관계자는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합참은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육군 지상작전사령부와 합동으로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사결과에 따라 후속 대책을 마련해 엄정하게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 당국은 군이 북한 남성을 최초 확인하고 신병을 확보할 때까지 3시간이나 걸렸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16일 새벽 4시 20분쯤 민통선 검문소 폐쇄회로(CC)TV에 남하하던 남성이 포착됐고, 이후 군이 대침투 경계령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수색에 나선 끝에 오전 7시 20분쯤 붙잡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군 안팎에선 "귀순 의사를 가진 사람이 군을 찾은 것인지, 군이 발견한 것인 구별이 안 될 정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철재ㆍ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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