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도 17억 쏟아부은 사업..中드론택시 '가짜 계약' 파문

오원석 2021. 2. 1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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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항공운송수단(Urban Air Mobility·UAM) 기술 기업으로 최근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은 중국 기업 이항 홀딩스(Ehang)가 기술조작·가짜계약으로 주가를 뻥튀기했다는 주장이 미국에서 16일(현지시간) 나와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항의 '드론택시' 기체를 수억원에 구입하는 등 이항의 드론택시 도입 계획을 구체화한 상황이어서 이항의 기술사기 논란에 유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물빛무대에서 도시 하늘을 열다라는 부제로 열린 도심항공교통 서울실증 행사에서 중국 이항사의 2인승급 드론택시용기체 이항216이 시범비행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원순 추진…4억원 주고 기체 샀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K-드론관제시스템 활용 드론배송·택시 종합실증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에는 이항이 개발한 2인승 유인 드론택시 'EH216'도 배치됐다. 이 기체는 쌀포대를 싣고 약 7분여 동안 하늘을 날았다.

서울시의 드론택시 도입 계획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주도한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박 전 시장은 2019년 '서울스마트시티' 선언문에서 "2024년 서울 하늘을 드론 택시가 누비고 2025년 자율주행차가 도심에서 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혁신 운송수단의 하나로 드론택시를 제시한 것이다.

당시 행사를 위해 서울시는 이항의 드론택시를 4억원에 구입했다. 서울시는 실증행사를 열기 약 보름 전인 지난해 10월 26일 홈페이지 설명자료에서 "이번 행사를 위한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의 전체 예산은 총 17억원"이라며 "이 중 기체 구매비용은 4억원 이하"라고 밝혔다.

투자정보 업체 울프팩리서치는 이항의 본사를 직접 방문해 생산설비, 조립라인 등 기본적인 시설마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진=울프팩리서치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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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계약 의심, 생산 설비 없었다"

이날 글로벌 투자정보 업체 울프팩리서치는 '추락할 운명인 이항의 주가폭등'이라는 제목의 33쪽짜리 공매도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지난달 중순 중국의 이항 본사, 공장, 이항과 계약을 맺은 업체 등을 직접 탐방한 뒤 작성됐다. 특히, 이항의 무인항공기 구매 계약에 약 5000억원을 들인 쿤샹(Kunxiang)은 계약 9일 전에 설립된 곳이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울프팩리서치는쿤샹과 이항의 계약에 대해 "이항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고객(쿤샹)과의 가짜 판매 계약을 기반으로 한 정교한 조작"이라고 밝혔다. 이항의 주요 계약은 가짜라는 결론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쿤샹의 주소지 3곳 중 2곳은 가짜다. 한 곳은 쿤샹과 전혀 관련이 없는 한 호텔의 주소고, 다른 한 곳은 11층 건물의 13층을 가리키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내용이다. 또 중국 광저우(廣州)에 있는 이항의 본사에도 드론택시를 생산하기 위한 기초적인 설비가 부족하다는 게 울프팩리서치의 판단이다.

이항의 주가는 올해에만 6배 이상 올랐다. 이날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120달러 이상을 기록했던 이항 주가는 보고서 발행 직후 62% 이상 폭락해 46.30달러로 마감했다. 제2의 루이싱커피, 니콜라 사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항 주식 약 6000억원을 보유 중인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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