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 확대 정책 폐기"? '조선일보'를 반박한다
[설진성 기자]
▲ 2월 15일 자 <조선일보> 1면에 실린 "혁신학교, 예산 줄이고 확대 정책 폐기하라" |
ⓒ 조선일보 |
2월 15일자 <조선일보> 1면에 실린 "혁신학교, 예산 줄이고 확대 정책 폐기하라"(박세미 기자)는 지난달 서울교육연구정보원에서 펴낸 '서울혁신교육정책 10년 연구' 보고서를 인용한 기사다. 혁신학교 정책에 대해 특혜정책, 학력 저하, 편의와 방종 등의 용어를 써가며 혁신학교를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사는 상관관계나 인과관계가 낮은 속성 두 가지를 억지로 연결해 놓거나 표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혁신학교 현황을 호도하고 있다.
첫째, 혁신학교에 주는 예산은 특혜가 아니다. 혁신학교 예산은 교육 분야에서 대표적으로 사회를 통합하는 공평한 예산이다. 혁신학교 예산은 지역적으로 낙후된 혁신학교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혁신학교가 받는 적은 예산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가족들이 교육을 보충하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서울의 아파트값 평균과 서울에 소재한 혁신 중학교 42개 주변의 아파트값 평균을 비교해보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이 1제곱미터(m²)당 1100만 원인데 비하여 서울 소재 혁신중학교 42개 주변 아파트의 가격은 1m²당 800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99.17m²(30평)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무려 2억8000만 원의 가격 차이가 나는 셈이다.
▲ 2020년 서울 혁신학교 주변 아파트 평균과 서울시 아파트 평균 비교(30평형 기준) 2020년 2월부터 2021년 1월까지 한국부동산원에서 제공하는 서울시의 아파트 평균 가격과 혁신학교 주변 아파트 평균 가격을 비교하였다. 30평형(99.17m2)을 기준으로 혁신학교 주변의 아파트 시세는 약 2억 8천만원 정도 낮았다. |
ⓒ 설진성 |
여러 국가에서 온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듯, 혁신학교에 예산을 지원하고 학생을 잘 교육하면 미래의 건실한 시민을 키우는 것이 된다. 결국 혁신학교 정책은 우리 사회가 통합되는 방법이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정책이다. 특혜가 아니라 선택적 복지의 실현이다. 따라서 혁신학교 정책은 소극적인 교육 기회의 평등을 넘어 생태 문화적 결핍으로 만들어지는 학습 격차를 해결하는 공정한 정책이다.
둘째, 혁신학교가 학력 저하를 일으킨다는 근거가 부실하다. 혁신학교의 학력을 비교하려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비슷한 주위의 일반학교와 비교해야 한다. 위에서 보듯 혁신학교 학구는 일반학교에 비하여 사회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격차를 무시하고 위의 기자는 자료를 단순히 비교하여 "혁신학교가 기초학력 부진 학생이 많다"라는 단견을 내세웠다.
오히려 혁신학교는 기초학력을 보장하는 정책이다. 혁신학교는 협동학습, 문제해결학습, 협력학습 등 학생들 간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수업을 장려한다. 수업안에서 학생들은 동료와 교사에게 모르는 것을 말할 기회를 갖는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편안함은 매우 중요하다. 아는 체하며 넘어가는 학습자는 교사와 동료에게 배울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혁신학교에서 학생들은 서로 도움을 주며 고차적 사고를 키우는 학습을 하고 있다.
과거에 일제식 전국 국가성취도 평가가 있을 때 교사가 학교에서 버젓이 시험 대비 문제집을 풀게 하던 때가 있었다. 학생 간 협력적 상호작용은 보기 어렵고 어려움이 있는 학생은 더욱 포기하게 만드는 상황이었다. 틀린 문제를 일일이 교사가 풀어줄 수도 없으면서도 시험에 대한 압박감을 이용하여 점수를 높이겠다는 시도였다. 거기에 배움은 없었고 느린 학생은 낙오되었다.
물론 평가의 가치는 높다. 교사는 평가를 통해 학생들이 공부하는 것이 기쁘고 가치 있는 것이라 여기는 학습문화를 만들 수 있다. 짧지 않은 필자의 교사 경험상 중간층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기성세대가 공부에 대해 착각하듯, 부진 학생을 밀어 부쳐봐야 그들은 배움으로부터 멀어진다. 특히 저학력 학생은 열등감 속에서 도움받을 곳을 찾지 못하거나 포기한다.
'시험 치는 문화'는 학생이 경쟁과 압박으로 시험 치는 기계가 되는 문화를 양산해왔다. 시험 대비 수업 행태를 만들었다. 학생도 교사도 정답과 오답의 구분이 분명한 교과서 지식을 선호하게 되었다. 단순히 교사가 지필평가로 내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니 학생들도 고차적 문제, 삶과 연계된 문제는 외면해왔다.
그렇지 않은 문제, 예를 들어 코로나19의 확산 속도가 시민의 이동량에 따라 선형적인지, 지수함수적인지, 로그 함수적인지 토론하는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삶과 연계되고 가치가 담기며 토론이 요구되는 문제에서 학생들은 진짜로 공부한다. 진짜 고차적 사고와 역량이 습득된다. 따라서 '시험 치는 문화'가 학생의 기본 학력을 키운다는 말은 비약이다.
셋째, 혁신학교가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인하여 교사의 편의 및 방종이 늘었다고 하였다. 도대체 어떤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가? 자율이 교사의 편의와 방종으로 이어진다? 책임자인 교장은 주눅 들어 있다?
<조선일보> 말대로 혁신학교에서는 학교의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학생과 교사 및 학부모가 참여하여 결정한다. 공교육을 책임지는 학교는 민주시민을 양성하기에 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데에도 민주적으로 한다. <조선일보> 말과는 거꾸로 학교가 민주적으로 운영될수록 학교효과성을 높다고 많은 학자들이 말한다.
필자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교사들은 학교 풍토가 민주적일수록 교사효능감과 학교만족도가 높다. 교사가 학생을 잘 가르치고 생활교육을 잘 할 수 있으리라 스스로 믿는다는 말이다. 또한 교사는 학교에서 보람을 갖고 근무하게 된다. 학교 풍토가 민주적일수록 교사는 학교를 더욱 신뢰하고 먼저 나서서 협력하려고 노력한다.
교사가 주위 동료와 관리자를 신뢰하고 학교 운영을 신뢰하니 당연히 솔선수범하면서 교육과정을 혁신하려고 노력한다는 말이다. 교장과 교감도 교사를 참여적으로 이끌면서 성공감을 경험할 수 있다. 결국 <조선일보>는 한두 사례를 전체인 것처럼 침소봉대한 것이라고 밖엔 볼 수 없다.
혁신학교의 민주적 의사결정 풍토는 교사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학생과 학부모 주체의 민주적 참여와 결정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절대 교사 편의주의가 아니고 오히려 학교 교육과정을 개방적이고 민주적으로 운영하자는 교육신념을 실현하는 것이다. 민주적 의사결정 효과는 혁신학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학교 안에서도 증명되었다.
따라서 혁신학교의 철학은 반드시 그 경계를 넘어 일반학교에도 확대되어야 한다. 공약이 있는 교장을 교사, 학부모,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다든지,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해 학생, 교사, 학부모의 자치권을 보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조선일보> 기사에서 제시한 특혜정책, 학력 저하, 방종 등의 문제점들은 잘못된 지적이거나 섣부른 판단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물론 혁신학교 정책이 가지는 단점이 있을 수 있다. '서울혁신교육정책 10년 연구' 보고서는 그런 점을 언급했을 뿐이지 전체적인 내용은 혁신학교 교육을 발전시키자는 것이었다. 보고서를 쓴 책임연구자도 이미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반박한 바 있다. <조선일보> 기자는 책임 있는 기자 정신을 발휘해 주기바란다. (관련 기사 : 내가 '혁신학교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보고서를 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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