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심폐소생술, 그대로 따라 하면 안 되는 '이유'
영화나 드라마 등 매체에서 심폐소생술 장면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게 '인공호흡'. 그러나 인공호흡은 심폐소생술에 서툰 일반인이 시도하기엔 어려운 방법이다. 잘못 시도했다간 오히려 폐 손상 등 역효과를 부를 수도 있다. 요즘 같은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는 타인과 이와 입을 맞대는 것도 걱정이 앞선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에게 코로나 시대에 맞는 심폐소생술 방법을 물었다.
◇인공호흡 잘 못 했다가… 장기 손상까지
심폐소생술은 심장이 정지한 환자의 심장이 다시 작동할 수 있도록 시도하는 응급처치법이다. 그러나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아봤거나, 관련 영상을 시청한 적 있는 사람이더라도 구체적인 방법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슴 압박을 몇 초, 인공호흡을 몇 초… 일부분 기억은 나지만 막상 응급상황을 마주하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 방법을 다시 찾아볼 수도 없는 노릇, 이런 탓에 심폐소생술 교육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음에도 자신 있게 자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확히 기억한다고 해도 일반인에게 인공호흡은 쉽지 않다. 특히 급박한 상황에서 시도해야 하는 게 문제다. 중앙대병원 응급의학과 이동훈 교수는 "자기도 모르게 흥분한 상황에서 인공호흡을 시도하면 입으로 공기를 너무 세게, 많이 불어넣는 게 문제가 된다"며 "폐나 위에 공기가 가득 찬 채로 가슴을 압박하면 장기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공호흡으로 인해 쓰러진 사람이 구토해 질식 사고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심폐소생술 잘 모른다면 '가슴 압박'만 하세요
미국심장협회는 일반인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의 경우, 인공호흡을 제외하고 가슴 압박만 시도할 것을 권하고 있다. 잘못된 인공호흡을 통한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단순히 가슴 압박만 하면 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기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쓰러진 사람이 어떤 감염병에 걸렸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호흡기를 맞대기 망설여지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요즘 같은 코로나19 유행 시기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가슴 압박을 지속하는 게 효율적이다.
물론 인공호흡이 아예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잘 훈련받은 사람이 시도할 때는 기도를 확보하고, 산소를 공급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심정지 상태가 오래 지속된 환자에겐 인공호흡을 통한 산소 공급이 매우 중요하다. 이동훈 교수는 "환자 발견 후 즉시 119에 신고하면, 구급대원이 산소 공급을 위한 장비를 가지고 온다"며 "인공호흡에 자신이 없다면 구급대원이 도착하기 전까지 심장 압박만 해주더라도 안 하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119 신고가 우선, 이외의 방법은 시도 말아야
한편 대중매체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이지 않은 심폐소생술 방법도 일반인은 시도하지 않는 게 좋다. 미국의 유명 의학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에서는 심장마비 환자의 심장을 주먹으로 가격해 환자를 살려내는 장면도 나온다. 이는 '흉벽고타법(precordial thump)'이라 불리는 방법으로, 심장에 자극을 줄 만한 기기가 없을 때 종종 쓰이던 방법이지만 최근엔 잘 시도하지 않는다. 최근 유럽소생학회 학술지 'Resuscitation'에 실린 연구에서 이를 시도하면 환자의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동훈 교수는 "최근에는 공공장소에서 자동제세동기를 흔히 발견할 수 있으므로 구급대원의 지시에 따라 심폐소생술을 진행해야 한다"며 "주먹으로 때리는 행위는 함부로 하지 않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 가장 바람직한 심폐소생술 방법은 뭘까. 당신이 구급대원이나 의료진이 아니라면 심정지 환자를 발견한 즉시 119에 신고하는 게 우선이다. 구급대원이 도착할 때까진 가슴 압박을 지속하며, 통화 중인 구급대원의 지시를 따른다. 가슴 압박을 할 땐 한 손으로 다른 손 마디 사이를 감싸 쥔 채 누른다. 이때 환자의 가슴과 시술자의 팔의 각도는 직각이 되도록 한다.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인공호흡을 숙지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인공호흡은 지양한다. 일반인의 경우, 가슴 압박만 하더라도 인공호흡을 병행한 심폐소생술과 환자의 예후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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