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광역철도 많이 늘리겠다는 국토부..사업성은 "글쎄"
국토부 "지방 광역철도 확충" 보고
지역 경제권의 경쟁력 높이는 차원
투자비 대비 낮은 사업성이 걸림돌
"우선순위 선정 기준과 보완책 필요"
'지방 광역철도 활성화.'
지난 16일 청와대에 보고된 국토교통부의 '2021년 주요업무 추진계획' 가운데 교통 분야에선 수도권 이외 지역에 광역철도를 확충한다는 방안에 힘이 실렸다. 국토부는 "지역거점의 동력을 확산하기 위해 광역교통 인프라, 특히 광역철도를 늘리겠다"고 보고했다.
이를 위해 올 하반기까지 사업추진 여건이 열악한 지방 광역철도 활성화를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또 생활권과 운영범위 등을 고려해 지정기준을 개선하고, 운영 합리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권역별 광역철도 사업을 발굴해 현재 수립 중인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할 방침이다.
김헌정 국토부 철도정책과장은 "수도권이 아닌 다른 광역경제권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차원에서 광역철도 확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역철도는 법 규정상 둘 이상의 시·도에 걸쳐서 운행되는 도시철도 또는 철도를 의미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 외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광역철도 사업은 대구권 광역철도가 최초다. 총 1515억원을 투입해 구미~대구~경산 사이 61.8㎞ 구간을 전철화해 전동차 운영이 가능토록 하는 사업으로 2023년 말 개통 목표다.
충청권의 계룡~신탄진(35.4㎞) 광역철도 사업도 올 하반기 공사가 발주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통은 2024년 목표다. 또 부산(일광역)~울산(태화강역)을 잇는 복선전철 2단계 사업도 오는 10월 개통 예정이다. 이 사업은 광역철도로 지정되진 않았지만, 사실상 광역철도 역할을 맡게 된다.
국토부는 이들 외에도 더 많은 광역철도 사업을 발굴하겠다는 방침이다. 대도시권은 물론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등에도 광역철도 연결사업이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제는 사업성이다. 상당수 전문가는 광역철도 확충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사업성에는 회의적이다. 투자비와 운영비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요가 나올 지역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강경우 한양대 명예교수는 "지방의 광역철도는 대부분 비용은 많이 드는 반면 예상 편익 중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지표인 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등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조건이 상당히 열악하다"며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아니면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기민 중앙대 교수도 "주변 지역의 개발 정도와 연계 수준 등을 고려할 때 모든 대도시권에 광역철도를 구축하기는 무리가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진혁 연세대 교수도 "철도 사업은 자칫 지자체에 엄청난 재무적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광역철도 사업비는 해당 지자체가 30%를 부담하게 돼 있다. 서울은 예외적으로 50%를 부담한다. 게다가 광역철도 운영을 코레일이 아닌 지자체의 도시철도운영기관이 맡게 되면 향후 운영 손실 부담도 대부분 떠안아야 한다. 사업비의 70%를 대는 정부의 재정부담도 물론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사업대상 선정기준을 명확히 하고, 부족한 사업성을 메워줄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준호 한양대 교수는 "일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비용과 수요 측면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노선과 지역부터 시작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응철 인천대 교수도 "광역철도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지역이지만 사업성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철도 노선 주변 개발을 통한 수요 증대 등 여러 보완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역철도 사업 때 지역의 무리한 민원이나 압력은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수도권만 봐도 지역 민원에 휘둘려 납득 못할 굴곡 노선이 생기고 있다"며 "광역철도 사업은 직선·직결·급행의 원칙을 적용해 급행 간선교통 축의 역할을 담당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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