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의 변화③] "한국 타투 세계적"..'K-타투'와 '불법의료행위' 사이

류지윤 2021. 2. 1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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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유니온 지난해 2월 출범, 일반 직업화 이루는 것이 목표
해외에서는 인정받지만 국내에선 찬바람
ⓒ김도윤 타투이스트 SNS

“전 세계에서 타투(tatoo)를 의료행위로 보고 불법으로 규정한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습니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타투 유니온 김도윤 지회장의 말이다. 전 세계에서 타투를 불법으로 보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일본 최고재판소가 문신 시술 행위를 불법으로 보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타투가 불법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1992년 타투가 의료행위라는 판결로 2021년인 지금까지 타투이스트는 아직 일반적인 직업군이 되지 못했다. 이에 타투 노동자들과 시민단체들은 한국에서도 문신 시술을 합법화시켜달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김도윤 지회장은 브래드 피트, 릴린 콜린스, 스티브 연, 한예슬, AOA 설현 등 많은 스타들이 찾는 유명 타투이스트다. 그는 타투이스트들의 권익을 위해 지난해 2월 27일 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 소속으로 타투 유니온 노동조합을 동료 타투이스트들과 만들었다. 현재 450명 정도의 타투이스트가 타투 유니온 조합원으로 참여 중이다.


김 지회장은 세계적으로 한국의 타투이스트들의 능력을 높게 사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부정적인 인식에 갇혀 제대로 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한국의 타투는 한 장르가 됐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타투 스튜디오 작업자 40명 중 14명이 한국인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인들과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 몸값도 자연스레 높아졌다. 해외에서는 타투의 트렌드는 서울에서 시작된다고 말하고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만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아쉬워했다.


2019년 7월 한국타투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타투를 시술한 인구는 약 100만 명으로, 협회에 등록된 타투이스트는 3000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타투는 이제 대중문화의 한 장르로 자리를 잡아가지만, 그 중심에 있는 타투이스트들은 의료행위가 아닌 타투는 불법이기 때문에 범법자란 굴레에 갇혀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난해 10월, 문신 합법화 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문신은 불법이다. 의료행위로 규정돼 의사들만 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타투이스트가 되려면 의사가 먼저 돼야 하는 구조”라고 꼬집으며 “이미 전 세계 수많은 나라에서 타투는 부수적인 의료행위가 아닌 버젓한 전문 직업의 영역으로 들어와 있다. 그것이 산업적 측면에서 보든,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 측면에서 보든, 타투를 받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든, 어느 모로 보나 더욱 낫다. 공공연하게 수많은 국민이 받고 있는 시술을 불법으로 만드는 것은 시대착오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국민 생명과 안전, 감염 위험성 등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지회장은 타투유니온의 가장 큰 목표는 타투이스트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일반 직업화를 이루는 것이라면서 “일반적인 회사원이라면 매년 건강검진을 받는다. 지난 1월 1일부터 녹색병원과 연계해 타투 유니온에 가입한 타투이스트들의 건강검진을 시작했다. 현재 합법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세금을 못 내고 있지만, 고용보험 취득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표준 계약서를 만들고 있다”고 활동 사항을 전했다.


김도윤 지회장은 타투이스트가 불법이기 때문에 겪는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해외에서 타투를 해달라고 초청 받아 나가지만 한국에 들어올 때는 타투 용품들이 불법으로 적발될까 불안해하며 입국해야 한다. 또 적발되면 법률적으로 문제가 생겨 많은 타투이스트가 곤란한 상황을 겪는다. 또 불법이란 사실을 이용해 시술을 받고도 돈을 지불하지 않고 오히려 돈을 달라고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 여성 타투이스트 같은 경우는 불법이니 경찰에 신고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성범죄 타깃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면 세금을 내지 않다보니 일반 직업화를 반대하는 타투이스트들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김 지회장은 “개인적인 의견을 가질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극히 일부로 이들 때문에 합법화 과정의 스텝이 꼬이진 않는다. 타투신 활성화에 기여하는 재기발랄한 아티스트들은, 자기들의 예술 활동을 위해서라도 세금을 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 번이라도 납세의 의무가 없기 때문에 당황스러운 일을 겪은 타투이스트라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김도윤 지회장은 “현재 타투 업계로 미대, 디자인과 졸업생들이 많이 넘어오고 있다. 능력 있는 친구들이 많아지며 전 세계에서 한국으로 타투를 받으러 온다. 제일 다양하고 표현력이 높은 타투를 누릴 수 있는 곳이 한국이다. 한국의 타투 시장은 점점 커질 것이고 그에 맞는 처우와 환경이 갖춰질 때까지 열심히 뛰어다닐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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