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날았던 中 드론택시 기업.."가짜계약"에 주가 반토막
중국의 대표적인 도심항공운송수단(Urban Air Mobility·UAM) 기술 기업으로 주목받은 이항(Ehang)이 기술조작·가짜계약 등으로 최근 주가를 뻥튀기했다는 내용의 공매도 리포트가 16일(현지시간) 발행됐다. 이날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120달러 이상이었던 이항의 주가는 리포트 발행 직후 62% 이상 폭락해 46.30달러로 마감했다. 제2의 루이싱커피, 니콜라 사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도 우려된다.
글로벌 투자정보 업체 울프팩리서치는 '추락으로 향하는 이항의 주가폭등'이라는 제목의 33쪽짜리 공매도 리포트를 발간했다. 울프팩리서치는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아이치이'(iQiyi)가 사용자와 매출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한 곳이다. 울프팩리서치의 보고서는 아이치이에 대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로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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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사 주소 3개 중 2개가 가짜"
울프팩리서치의 리포트는 이항의 본사, 공장, 이항과 계약을 맺은 업체 등을 지난달 중순 직접 탐방한 뒤 작성됐다. 울프팩리서치는 "이항의 최근 주가 상승은 실제로 제품을 구입하는 것보다 이항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고객과의 가짜 판매 계약을 기반으로 한 정교한 조작"이라며 이항의 주요 계약은 가짜라고 결론 내렸다.
이항과 거액의 계약을 맺은 곳은 쿤샹(Kunxiang)이다. 쿤샹은 이항으로부터 5000억원에 달하는 UAV 구매 계약을 맺었지만, 울프팩리서치는 쿤샹이 이러한 계약을 맺기 9일 전 설립된 기업이라고 주장했다. 울프팩리서치는 쿤샹의 웹사이트에 적힌 주소는 쿤샹과 관련 없는 호텔이거나 11층 건물의 13층 주소라는 점 등을 근거로 실체가 없는 기업이라고 결론지었다.
중국 광저우(廣州)에 있는 이항의 본사에서도 '드론택시' 기업의 면모는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게 울프팩리서치의 판단이다. 실제로 방문한 광저우 본사는 최소한의 보안 시설도 갖추고 있지 않았으며, 드론택시 생산을 위한 기초적인 조립라인은 물론, 설비도 부족해 보였다는 게 리포트의 주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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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미가 많이 산 주식 9위
이항이 발표한 대형 판매 계약이 거짓으로 판명될 경우 주가 폭락은 불가피하다. 이항의 주가는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4일 21달러 선이었으나, 이날 리포트 발간 직전 122달러를 기록하는 등 올해 들어서만 6배 폭등했다. 기술·생산설비 부족, 가짜계약 등 문제가 불거지면 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에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여의도에서 개최한 'K-드론관제시스템' 비행 실증 행사에도 이항이 참가했다. 이항은 2인승급 기체(EH216)가 쌀가마를 싣고 약 7분 동안 한강 상공을 비행하는 시연을 펼쳤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이항의 드론택시 기술이 알려진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미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직접 투자를 하고 있는 국내 개미 투자자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이날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이항 주식 보유 금액은 5억4900만 달러(약 6000억원)로, 미국 종목 중 9위에 해당한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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