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쿠팡·배민' 찾은 네이버..해외 스타트업에 1000억 더 쏜다
네이버가 해외 스타트업 투자에 다시 속도를 낸다. 회사채 발행으로 최대 7000억원을 확보한 뒤, 최소 1000억원 이상을 여기에 쓴다는 계획이다.
쿠팡·배달의민족 같은 ‘모바일 게임 체인저’가 될성부른 떡잎에 일찌감치 손을 얹겠다는 것. 네이버는 최근 2~3년 새 ‘인도의 배민’, ‘인도네시아의 쿠팡’, ‘동남아의 당근’으로 불리는 스타트업에 투자해 왔다.
17일 네이버는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네이버가 전날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발행 규모는 4000억원이며 최대 7000억원까지 증액할 수 있다. 네이버에게는 6년 만의 회사채 발행이며, 규모로는 최대다. 지난 2010·2013년에는 각각 1000억원, 2015년에는 1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네이버는 4000억원을 확보할 경우 이 중 3000억원은 세종시에 짓는 데이터센터에 쓰고, 1000억원은 글로벌 유망 스타트업 지분 매입에 쓰겠다고 신고서에 밝혔다. 수요 예측 후 회사채 발행 규모가 커지면 이 액수도 늘어나게 된다.
최근 3~4년간 네이버의 해외 투자는 숨 가빴다. 웹 소설 플랫폼 왓패드 같은 대어를 직접 인수하기도 했지만, 국내외 유수의 벤처투자사와 손 잡고 골고루 씨를 뿌려놓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유럽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직접 나선 ‘K-펀드’(2017년 출자)다. 아시아 투자를 위해서는 2018년 미래에셋과 손 잡고 1조원 규모의 ‘네이버-미래에셋 아시아 성장펀드’를 결성했고, 세쿼이아캐피털·소프트뱅크벤처스·DST글로벌 같은 해외 투자사와 중국·북미·유럽의 스타트업에도 투자했다. 이번에 확보한 자금 중 1000억원을 여기에 더 넣겠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특히 빠르게 성장하는 동남아 모바일 시장의 게임체인저들에게 골고루 씨를 뿌려 놨다. 인도네시아의 쿠팡·마켓컬리 격인 전자상거래 기업 부칼라팍과 식료품 배달 기업 해피프레시, ‘인도의 배민’이라 불리는 섀도팍스, 자동차·부동산까지 거래되는 ‘싱가포르의 당근’ 캐러셀 등이다. 모두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이거나, 예비 유니콘들이다. 이들의 성장은 네이버의 글로벌 영향력과 수익 확장으로 돌아올 터다. 쿠팡의 미국 상장으로 투자사인 소프트뱅크가 6~7배 차익을 얻게 될 것처럼 말이다.
한편 네이버는 이번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회사채와 관련 투자자들이 고려할 위험 요소 중 하나로 간편결제·이커머스 시장의 과잉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함께, ‘온라인 포털에 대한 더 많은 규제’를 적었다.“산업 내 전반적인 규제 강화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며 “정부 및 준정부 기관으로부터 받는 다양한 제재가 사업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구글·애플의 앱마켓 정책 변경’은 새로운 위험 요소로 언급됐다. “구글·애플과 관계가 악화되거나 과금정책이 네이버에게 불리하게 변경되면 수익성이 악화된다”며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와 30% 수수료 정책을 거론했다. 이를 방지하는 ‘구글방지법’이 국회에 발의됐는데 그 결과에 따라 수익성 변동 폭이 크다고도 언급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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