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윤석열·신현수 '패싱' 논란.. 검찰 중간간부 인사는?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의견을 묵살했다는 ‘패싱’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곧 단행될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 관심이 쏠린다.
17일 법무부와 검찰에 따르면 법무부 검찰국과 대검 기획조정부(기조부)는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앞두고 구체적인 인사안을 논의 중이다.
이번 중간간부 인사 논의를 위한 박 장관과 윤 총장의 별도의 만남은 예정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가 마련한 인사안이 대검에 전달되면 윤 총장이 검토 의견을 보내는 방식으로 인사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7일 공석인 대검 기조부장에 조종태 춘천지검장을 전보시키고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의 자리를 서로 맞바꾸는 소폭의 인사를 단행했다.
검사장급 승진 인사 없이 서울남부지검장을 제외한 일선 고검장과 검사장들이 모두 유임된 만큼 후속 인사의 요인이 적어 중간간부 인사도 소폭에 그칠 전망이다.
가장 주목을 끄는 건 이성윤 지검장이 유임된 서울중앙지검의 지휘 라인 교체와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주요 사건 수사팀의 이동 여부다.
중앙지검의 경우 공석인 1차장검사 외에도 윤 총장에 대한 징계·수사나 채널A 사건 등에서 이 지검장에게 반기를 들었던 최성필 2차장검사와 변필건 형사1부장 등이 이 지검장의 신임을 받는 검사들로 교체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수사 중인 이동언 형사5부장,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맡은 권상대 공공수사2부장,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인 주민철 경제범죄형사부장의 유임 여부도 관심이다.
이밖에 ‘월성 원전 경제성평가 조작’ 사건 수사를 진행 중인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 중인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의 거취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앞선 인사에서 박 장관은 윤 총장과 두 차례나 만나 인사안을 논의하고도 ‘윤 총장 패싱’ 논란에 휩싸였다.
검찰청법상 ‘총장의 의견을 듣는다’는 의미를 ‘협의’와는 다른 ‘의견 청취’의 의미로 해석하고 있는 박 장관 입장에선 “최대한 애를 썼다”는 말이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인사를 앞두고 두 번이나 윤 총장을 만났고 ▲인사 폭이 크지 않음 ▲심 검찰국장의 교체 ▲이 지검장의 유임 ▲한동훈 검사장의 일선 검찰청 복귀 불가 등 인사의 큰 틀을 구두로 전달했다는 것.
반면 윤 총장 입장에서는 만남은 있었지만 박 장관이 인사 관련 자신의 의견을 듣기만 했지, 하나도 반영해 준 게 없다는 점에서 ‘패싱’ 당했다고 느낄 수 있다.
윤 총장은 애초 첫 번째 박 장관과의 만남을 앞두고 전임 추미애 장관 때와는 달리 어느 정도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윤 총장은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며 다시 힘을 실어준 데다, 박 장관 역시 취임 전부터 총장과의 소통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윤 총장은 첫 만남 당시 상당히 구체적인 인사안을 준비해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장관 측에서 수용 불가의 뜻을 비쳐 지난 5일 두 번째 만남에선 다른 인사 관련 의견들을 반영해주기 어렵다면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있는 대검 참모진만이라도 교체해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했다는 것.
애초 인사안을 준비해왔던 박 장관은 당시 이 같은 윤 총장의 얘기를 듣고 윤 총장의 의견을 참고해 다시 인사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윤 총장은 당연히 인사발표 전 최종 인사안을 보내줄 것으로 알고 기다렸는데 휴일인 일요일 기습적으로 인사가 발표됐다는 것.
윤 총장은 ▲심 국장이 서울남부지검장으로 가는지 ▲조 춘천지검장이 대검 기조부장으로 오는지도 전혀 몰랐고 ▲대검 간부 교체라는 마지막 요청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박 장관이 협의의 모양새만 갖춘 뒤 사실상 독단적인 인사를 강행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편 문재인정부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으로 박 장관과 윤 총장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됐던 신 민정수석이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인사에서 대표적인 ‘추미애 라인’인 이 지검장이나 심 검사장의 배치 문제 등을 놓고 박 장관과 의견 대립이 있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가까운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상관인 자신을 건너뛰고 박 장관과 인사를 주도하며 갈등을 빚은 것이 원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리고 이 같은 일련의 사태는 지난 인사 발표 3일전 검찰의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선 인사에 이어 이번에도 박 장관의 일방적인 의사에 따른 인사가 단행될 경우 윤 총장의 남은 임기 동안 법무부와 대검의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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