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탄핵거래 의혹 김명수, 3년전 "내 소명은 사법부 사수"

현일훈 2021. 2. 17.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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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내게 부여된 소명은 정치권력 등으로부터 사법부를 지켜내는 것”이라고 서면 답변서를 제출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국민의힘은 임성근 부장판사의 사표 처리와 관련한 김 대법원장의 ‘거짓 해명’ 논란을 계기로 그의 국회 서면답변 자료 일체를 조사·분석 중이다.

김 대법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2017년 9월 12~13일 이틀간 열렸다. 김 대법원장은 청문회에 앞서 곽상도 의원에게 낸 서면 답변에서 대법원장 후보자로서의 철학과 소신에 대해 “정치권력 등 사회 제 세력으로부터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내야 한다. 이를 위해 확고한 의자와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문재인 대통령의 김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이 사법부 장악을 위한 코드 인사가 아니냐”는 서면질의에는 “어떠한 권력에도 굴함이 없이 헌법에서 명한 바대로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며 법관의 길을 가겠다”고 썼다. 이후 진행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사법부 독립의 의지가 있는지 여전히 의심된다”고 야당 의원들이 몰아붙이자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 독립의 의지와 용기가 있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사법부의 독립은 유지돼야 한다” 등의 발언으로 대응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김 대법원장은 당시 서면 답변에서 존경하는 인물로 “초대 대법원장으로서 사법부 독립의 기틀을 만들어 주신 가인 김병로 대법원장”이라고 밝혔다. 김병로 선생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조부다. 김종인 위원장은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을 드러낸 녹취록이 공개된 후 “비굴하게 연명 말라”고 공세를 펴는 중이다.

대법원 앞에서 출근길 1인 시위를 진행 중인 국민의힘은 지난 15일 김 대법원장을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17일 열리는 대법원 업무보고에도 김 대법원장의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법원 관계자는 “김 대법원장이 직접 국회에 가진 않는다. 이전처럼 법원행정처장이 출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김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나왔다. 박수현 민주당 홍보소통위원장은 이날 채널A 방송에 나와 “김 대법원장이 임성근 판사와 대화를 나누며 거짓말한 부분이 본질인 것처럼 문제가 확대됐다.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직 인사 중 공개적으로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언급한 건 박 위원장이 처음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임 부장판사는 지난해 5월 건강상의 이유로 사표를 냈으나 김 대법원장은 사표를 수리하면 자신이 국회의 탄핵 논의를 막는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며 사표를 반려했다. 이런 의혹이 불거지자 김 대법원장은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지만, 임 부장판사가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거짓 해명 논란이 일었다. 공개된 녹취록에는 김 대법원장이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를 수리했다고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나”라고 말한 내용이 담겼다. 직후 김 대법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사실과 다르게 답변한 것에 송구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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