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文, 백운규 영장에 격노..그뒤 靑·尹 인사조율 무산"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달 초 검찰 대검검사(검사장)급 인사(지난 7일)를 앞두고 법무부에 “차라리 대검찰청에서 검사장을 모두 빼달라”는 뜻을 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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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朴에 "이럴 거면 대검 부장 다 빼달라"
16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윤 총장은 지난 2, 5일 두 차례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사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만나 인사와 관련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검찰총장의 참모진인 대검 부장(검사장급) 인사에 총장의 견해가 반영되지 않을 거라면 모든 대검 부장 자리를 비워달라”며 배수진을 쳤다고 한다.
이에 앞서 윤 총장은 자신에 대한 징계에 앞장섰던 대검 부장들의 교체를 요구했다. 추미애 법무부 시절인 지난해 8월 검사장으로 승진한 뒤 지난해 11~12월 추미애 전 장관의 윤 총장 징계 시도 때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신성식 반부패강력부장, 이정현 공공형사수사부장, 이종근 형사부장 등 친여(親與) 성향 검사장들이 대상이었다.
그러나 박 장관은 검사장급 인사 단행 전 국회 답변과 언론 인터뷰 등에서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는 검찰청법 34조 1항에 대해 “협의보다 좁게 해석한다”며 본인의 제청권을 앞세웠다.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겠지만, 이를 실제 인사에 반영할지는 법무부 장관의 권한이라는 뜻이다. 대검 참모진과 관련한 윤 총장의 요구도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검 참모진 인사는 조종태 춘천지검장이 대검 기획조정부장에 보임한 게 전부였다.
박 장관이 윤 총장과 회동 말미에 “인사 발표 전 미리 전하겠다”고 한 인사안도 윤 총장의 기대와 달랐다. 대검은 법무부와 최종 협의를 위한 초안을 기다렸다. 그러나 법무부는 인사 당일인 지난 7일 낮 12시 20분쯤 인사 단행 소식을 법무부 출입기자단에 먼저 알렸다. 소식을 접한 대검이 인사안을 요청하자 법무부는 최종안을 보내겠다고 했다. 결국 인사 발표 2분 전인 오후 1시 28분에야 대검에 통보했다. 당시 윤 총장은 최종안을 보고받곤 “허, 참”이라며 황당해했다고 한다.
박 장관이 지난 8일 “총장을 직접 만났을 때 다 구두로 (인사 내용을) 명확히 말씀드렸다”고 해명한 데 대해서도 윤 총장 측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박 장관이 구두로 설명한 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유임과 ▶심재철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 전보가 전부란 것이다. 인사의 규모(4명)는 물론 ▶심재철 당시 검찰국장과 이정수 당시 서울남부지검장이 서로 보직을 바꾸고 ▶조종태 검사장의 대검 기조부장 보임으로 공석이 되는 춘천지검장에 김지용 당시 서울고검 차장검사가 전보된다는 구체적 내용은 전달받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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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申' 檢인사 패싱 후폭풍…신현수 수석 "내 역할 없다" 사의
인사 협의가 초반부터 삐걱댔던 건 아니다. 여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으론 첫 검찰 출신인 신현수 수석이 법무부·검찰 사이에서 물밑 조율을 시도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윤 총장이 교체를 요구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 기조가 바뀐 적은 없지만 ▶대검 주요 참모진 교체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 좌천 인사의 일선 복귀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가 지난 4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백 전 장관에 대한 영장 청구 소식에 진노하면서 신 수석과 윤 총장 사이 조율 내용도 없던 게 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 뒤 법무부는 일요일인 지난 7일 전격적으로 인사를 단행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결국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의 뜻대로 된 것”이란 뒷말이 나왔다.
여권에선 취임한 지 40여일밖에 안 된 신현수 민정수석이 최근 사표까지 낸 건 취임 후 첫 검찰 인사에서 박범계 장관이 총장은 물론 중간에서 조율하던 자신마저 ‘패싱’하자 “내가 더는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김남국·김용민·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검찰의 직접 수사권 폐지와 함께 검찰청 조직 해체를 골자로 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운영법’ 제정안을 발의한 것까지 청와대 내부의 기류 변화를 반영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준호·정유진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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