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밉상들'의 '카멜레온 정치'.. 그래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나경원‧오세훈?'
야권 관계자 "국민의힘, 새 시대 위해서는 새 인물 필요해"
[쿠키뉴스] 최기창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범야권 단일화가 큰 관심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후보들의 행적이 재조명된 가운데 이들의 경쟁력이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국민의힘의 경선 토론과 맞물려 야권 일부에서는 유력 후보인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색깔과 능력에 대해 물음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16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서울시장 후보 1차 맞수토론을 진행했다. 1부에서는 오신환 전 의원과 나 전 의원이 맞붙었고 2부에서는 오세훈 전 시장과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한판 대결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의 색깔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이들이 보수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허무맹랑한 공약을 내세운다는 지적이다. 또한 여전히 시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날 토론회에서 오 전 의원은 나 전 의원의 공약을 ‘퍼주기’라고 비판했다. 지난 6일에도 그는 나 전 의원을 ‘나경영’이라고 일갈했다. 나 전 의원이 “결혼과 출산 시 각각 4500만원 등 총 1억1700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뒤 나온 반응이다.
오 전 서울시장은 조 구청장으로부터 부동산 정책이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안으로 거듭나야 할 범야권 후보임에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주택 공급과 비슷한 수치를 공약했다는 비판이다. 특히 그가 서울시장 출신임을 고려하면 더욱더 아쉽다는 반응이다.
조 구청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박 전 시장과 문재인 정부의 주택 공급 부족 때문에 부동산 사태가 났다. 그런데도 오 전 시장의 주택 공급은 전임 시장 때와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이 둘의 아이러니한 모습이 이번 토론에서만 드러난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범야권에서는 이들의 입장이 애매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보수’를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도 나 전 의원은 ‘자유주의상식연대’ 설립을 주장하며 반자유적 폭압적 정치에서 자유를 회복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자신이 보수의 중심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실제 그가 내세운 공약은 보수의 철학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말로만 ‘보수’를 외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른바 ‘카멜레온 정치’다.
한 야권 관계자도 이 지점을 비판했다. 이들의 공약에서 민주당과 차별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보수를 외치면서도 핵심 가치는 외면한 채 국민을 위한 고민이 없이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표현으로 이들을 묘사했다.
특히 나 전 의원에 관해 “스스로 희생을 통해 진정성 있게 국민들을 다독여야 하는데 공약들을 보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행동과 말이 다르다. 용기도 없고 상당히 비겁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특히 나 전 의원의 ‘보조금 1억1700만원’ 공약에 관해 “나경영이 아니라 나재인”이라며 “왜 그가 보수를 대변하는 서울시장이 돼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이 없다”고 비판했다.
오 전 시장에 대한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과거 무상급식 반대 논란으로 시장직을 내려놓았던 그는 이번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노인층에 스마트워치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으로 빈축을 샀다.
이 관계자는 “그의 무상급식 논란은 보수가 분열된 계기”라며 “희망이 없고 오래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무상급식 논란 당시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다며 당에 대해 섭섭함을 크게 드러낸 바 있다. 너무 가벼운 인물”이라고 했다.
조 구청장 역시 이번 토론회에서 오 전 시장을 겨냥해 “시대정신이 바뀌면 사람도 교체해야 한다. 참신하고 실력 있는 새로운 인물로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이 ‘과거 인물’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야당의 고민은 ‘윤석열 현상’과도 맞물린다는 설명이다. 윤석열 현상이 이른바 아직 둥지를 찾지 못한 ‘새 정치’를 바라는 기대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반문 전선에서 선봉에 설 야권주자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추 장관과 갈등 관계를 형성한 윤 총장으로부터 위안을 얻고 싶었던 표심이 윤석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보궐선거 승리를 넘어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루려면 신선한 인물을 주축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보궐선거 단일화’라는 이슈에 단순하게 매몰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국민의힘에는 현재의 구도와 프레임을 깰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100석을 넘게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서울시장은 안 대표에게, 대권에서는 윤 총장에게 밀리고 있는 이유 역시 인물이 없기 때문”이라며 국민의힘이 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mobyd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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