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 노출 기사의 '배달의 자격'.."택배 못해도 배달은 된다"
"노출증 성범죄자가 배달을 한다니 정말 끔찍합니다." 서울의 한 배달 기사가 성기를 노출한 사건을 폭로한 시민이 온라인 카페에 올린 글이다. 그는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의 한 오피스텔 엘리베이터에서 발생한 사건을 목격했다. 그의 폭로는 배달대행업체 종사자의 '자격'을 둘러싼 갑론을박으로 이어졌다. 범죄 전력이 있거나 일탈을 한 적이 있는 배달 기사의 취업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하면서다. 인터넷에선 시민의 안전을 위해 위험 요소를 가진 사람은 아예 배달 업계에 발을 들여놓게 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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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배달 자격 없다" vs "색안경은 위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성범죄, 강력범죄 전과자는 배달업계에 취업을 못 하게 해야 한다” “저번에 우리 집 배달 온 사람 ‘성범죄자알림e’에 등록돼 있더라” “배달회사에서 블랙리스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최근 쏟아지고 있다.
반면 "죄를 지은 사람만 엄벌하면 된다" "이상한 사람 한 명 때문에 라이더들까지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아야 하는데 걱정된다" "기업에서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하지 않나" 는 반론도 나왔다.
배달 기사의 자격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배달업체에서 성범죄자가 일을 못 하게 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20대 국회에서 관련법이 발의됐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현행법상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에 성범죄자의 취업제한 대상기관이 정해져 있지만, 배달대행업종은 포함돼 있지 않다. 취업 제한 기관에는 학교, 청소년 활동시설, 경비업, 의료기관, 대중문화 예술기획 관련 시설 등이 있다.
그러나, 배달업의 특성상 불특정 다수의 고객과 대면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강력범죄 전과자에 대한 취업 제한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배민라이더스의 경우, '만 19세 이상' '개인 바이크 소유자(유상운송용 종합보험 가입자)' 등을 모집 요건을 충족하면 지원이 가능하다. 배달 기사 지원자의 범죄 이력은 채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배달대행업체에서 지원자의 범죄 이력 조회를 할 수도 없다. 반면, 택배업의 경우엔 2019년 7월 개정된 화물 운송 사업법에 따라 성범죄 이력이 있을 경우 20년간 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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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 누가 정하나…기업은 난색
기업 측은 배달 기사의 자격과 관련해 '개입이 어렵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배민 관계자는 “난감하다. 성범죄 예방 관련 법적 필수 교육을 하는데, 기업이 아무리 노력을 기울여도 개인적 일탈은 어쩔 수 없다. 경찰처럼 수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통제할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교육과 규제 등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피해자나 다른 손님이 느낄 공포에 공감한다"면서 "성 평등 교육을 하고 있고 관련 규약도 제정할 계획이지만, 노동조합에서부터 자정 노력을 기울이는 등 모범을 보여야 한다. 사용자 측도 인원 늘리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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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제한?…낙인효과 우려도
범죄 전력을 이유로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낙인효과’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승재현 연구위원은 “범죄 이력이 있는 이들의 취업 제한이 심화해 갈 곳이 없어지면 하위문화로 가 또 다른 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범죄 등 강력 범죄의 영역의 경우 범죄 전과 기록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통해 기준점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승 연구위원은 “전과 기록으로는 알 수 없는 정신적 문제 등을 예방하기 위해선 기업에서 다면적 인성 평가를 도입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노동조합 차원에서 윤리 경영을 강화하는 방법도 있다”며 “고객들이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했을 경우 직군에서 퇴출할 수 있는 엄격한 제재를 스스로 만들어 질서를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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