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명' 별칭도 등장..이재명 1위 독주, 대세인가 고점인가

오현석 2021. 2. 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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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지지율 28.6% 이낙연의 두배
기본소득 논쟁 등 과감성 강점
친문 "9월 경선 연기를" 견제 나서
내년 3월 대선, 1년 시간도 변수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달 모든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20% 후반대를 기록해 압도적인 1위로 나타났다. 사진은 16일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임시회 본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세가 무섭다. 이 지사는 이달 들어 실시된 모든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이달 초 실시된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기관 공동조사(1~3일)와 한국갤럽 조사(2~4일)에선 27%를 기록했고, 연휴 직전 입소스·SBS 조사(6~9일)에선 28.6%였다.

대부분 조사에서 2위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두 배 혹은 그 이상으로 앞섰다. 조사 결과만 보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반년 앞둔 시점에 일찌감치 독주 체제를 굳힌 모양새다. 이달 들어 여권 내부에서 “어대명(어차피 대선 후보는 이재명)”이란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돌풍의 이유 : 과감성과 정책 브랜드

이 지사의 최대 강점은 과감성과 속도다. 정부·여당이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과 규모를 놓고 고심하는 동안, 이 지사는 지난달 20일 경기도민 1인당 10만원의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공식화했다. 경기도민에겐 지난 1일부터 재난기본소득이 지역화폐로 지급됐다. 빨라도 3월 말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 정부의 4차 재난지원금보다 50일 이상 빠르다.

지난해 2월 25일 이재명 경기지사가 코로나19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경기도 과천 신천지예수교회 부속기관를 찾아 현장 지휘를 하고 있다. 경기도청 제공

현장성은 그의 또다른 무기다. 이 지사는 지난해 2월엔 신천지 총회 본부를 직접 찾아가 신도 3만3000여명의 명단을 확보했고, 지난해 12월 경기대 기숙사를 생활치료시설로 동원하는 과정에도 항의하는 학생들을 직접 만났다. 2019년 8월엔 계곡 불법시설 철거가 예정된 경기도 양주시 석현천 일대를 찾았다. “단칼에 다 없애면 어떡하냐”고 고성을 지르는 상인들을 그는 “그러면 불법 상태를 계속 방치할 거냐. 유예는 불가능하다”고 설득했다.

이에 대해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이 지사는 과감함이 돋보일 때 지지율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며 “비판적으로 보면 무모함일 수 있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담대함과 추진력이다. 이런 게 대중에게 어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정책 브랜드를 수년간 다져온 것도 강점이다. 성남시장 시절 청년수당을 시작으로, 기본소득·기본주택까지 이어지는 ‘보편적 복지’가 대표적이다.
이낙연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까지 논쟁에 가세하면서 "대선 주자들의 화두가 기본소득 찬반론으로 좁혀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만큼 그의 확고한 정책 브랜드가 연일 정치권에 파문을 던지고 있다. 이 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우리 입장에선 기본소득 논쟁이 계속되는 건 좋은 일”이라고 했다.

성남시장·경기지사를 지낸 그에겐 전국 최대 인구가 거주하는 경기도가 기본적인 지역 기반이다. 고향이 경북 안동이라 여권에선 드물게 TK(대구·경북) 확장성도 있다. 이념적으로는 진보층, 세대로는 20대부터 40대까지 젊은 층 지지가 두텁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20대·30대·40대는 고구마를 싫어하고 사이다를 좋아하는 탄산 세대”라며 “이 지사는 기본적으로 사이다 이미지다. 이게 결정적인 강점”이라고 말했다.


단점과 위협 요인 : 친문과의 거리

이재명 경기지사는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친문 핵심'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 격렬한 경선을 치렀다. 당시 양측 지지자가 벌인 설전이 검찰 고발로 이어지면서 이 지사는 지난해 7월 대법원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까지 법원 족쇄에 매여 있었다. 뉴스1

최대 단점은 당내 최대 주주인 친문(親文) 당원들과의 심리적 거리다. 이준호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 대표는 “어쨌든 4·7 재·보선 이후 강해질 친문의 견제와 친문 지지층의 반대가 이 지사의 향후 위협 요인”이라며 “결국 이 지사의 순항 여부는 외부보단 당 내부 요인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 내부에서는 최근 이 지사의 지지율 고공행진이 계속되면서 “9월로 예정된 경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이례적으로 “당내에서 논의된 바도, 검토된 바도 없다”고 공표할 정도였다. 한 민주당 의원은 “냉정하게 보면 이 지사와 친노·친문은 결이 아주 다르다”며 “친문 입장에선 결국엔 대항마를 내세울 수밖에 없을 거고, 그럴 경우 필요하면 경선 일정 조정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선 이 지사에 맞서기 위해 친문과 586 리더들이 연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 지난해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9일 이 지사를 겨냥해 “지도자에게 철학과 비전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때론 말과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고 꼬집는 등 연일 이 지사와 각을 세우고 있다. ‘원조 친노’로 알려진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이재명 대세론’에 대해 “1년 넘게 남았는데 무슨 큰 흐름이라고까지 (하냐)”며 “586세대들이 재·보궐선거 후 여럿 대선 레이스에 등장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선거까지 1년 넘게 남은 시간도 이 지사에겐 부담이다. 당내 일각에선 2007년 대선 전 고건 전 총리의 중도 하차 사례를 거론하기도 한다. 2007년 대선을 1년 4개월 앞둔 2006년 8월까지 반년 넘게 30%대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던 고 전 총리도, 대선을 1년 앞둔 시점에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고건 총리는 실패한 인사”라는 직격탄을 얻어맞고 무너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고 전 총리는 행정 경험과 안정감을 기반으로 성장했던 지지율이라 이 지사와 단선적으로 비교하기 힘들다”(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는 반론도 있다.


재·보선 이후 본격 경쟁 시작?

이재명 경기지사는 15일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고인은) 이 시대의 절망하는 사람들 앞에 언제나 함께하셨다”며 “선생님이 가신 길을 열심히 뒤따르겠다”고 밝혔다. 뉴스1

이 지사의 높은 지지율은 내년 3월 열리는 대선 때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오는 4월 열리는 재·보궐 선거 이후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당 내 친문 그룹이 이낙연 대표를 조직적으로 추대하거나, 제3의 친문 후보를 내세울 경우 현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성민 ‘민’ 대표는 “현재 이 지사의 지지율은 온전히 자기 것이 아니라, 후보 구도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지지율"이라며 “재·보선 이후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면 달라질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했다.

정책적인 측면에선 기본소득 담론의 지속성 문제도 거론된다. “정책 브랜드의 유통 기한은 여권 내 다른 후보가 기본소득에 필적한 정책 어젠다를 내놓느냐 못 내놓느냐에 따라 정해진다. 결국 본인이 아니라 상대가 정하는 것”(이준호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 대표)이란 설명이다. 다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면이 장기화하는 건 일단 이 지사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는 기본소득 정책은 평소 같으면 쉽사리 포퓰리즘 논란에 휩싸였겠지만, 전례 없는 경제 위기에서 과거와 다르게 취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 친문·박원순계까지 규합…더 커진 이재명의 사람들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사장인 경기테크노파크 원장에 오성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이 내정됐다. 오 전 실장은 시민단체 출신으로 서울시설공단 본부장과 이사장을 거쳐 2018년 7월부터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망할 때까지 비서실장을 지낸 ‘박원순 맨’이다. 오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피해자가 쓴 자필 편지를 공개해 2차 가해 논란을 일으켰다.

오 전 실장이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장에 내정된 것을 두고 여권에선 “이 지사가 박 전 시장 참모나 지지그룹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해 7월 합류한 김홍국 경기도청 대변인도 박 전 시장을 지지했던 인사다. 언론인 출신인 김 대변인은 서울시 출연기관인 tbs 교통방송 보도국장을 지낸 뒤 경기도에 합류했다.

친문 그룹으로 분류되는 인사들도 이 지사에게 모이고 있다. 호남의 대표적인 친문 인사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12일 공개적으로 “이낙연 대표보다 이재명 지사가 더 (문 대통령에) 가깝다고 본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 문재인 정부 사회정책비서관 등을 지내며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했던 민 의원의 이 지사 지지 선언에 민주당은 술렁였다. 최근에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의 또 다른 전직 의원이 이 지사를 적극적으로 돕는다고 한다.

이재명의 사람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 지사의 핵심 지지 기반은 경기도 인맥이다. 2018년 지방선거 때 경기지사 선거 조직을 총괄했던 김용 전 경기도청 대변인이 대선 캠프가 차려지면 다시 조직 실무를 책임질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까지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지낸 이화영 킨텍스 사장은 과거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던 인사다. 이우종 경기아트센터 사장, 진석범 경기복지재단 대표 등 경기도 내 기관장들도 대선 참모 그룹으로 함께 갈 가능성이 크다.

친문 진영에서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출신이 주류라면 이 지사 주변엔 한총련 출신이 늘었다. 지난해 7월 합류한 김재용 경기도 정책공약수석은 한총련 1기 의장 출신이다. 2019년 8월 영입한 강위원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장은 한총련 5기 의장을 지냈다.

이 지사는 최근 국회의원들을 관사로 초청하는 등 여의도 정치인과도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이 지사를 지지하는 원내 세력 좌장 격은 정성호 의원이다.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세 살 터울인 두 사람은 서로 ‘호형호제(呼兄呼弟)’ 하는 사이다.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지사와 중앙대 선후배 사이인데, 수시로 의견을 나누는 오른팔에 가깝다. 2010년 이 지사가 성남시장에 출마할 때 지지 선언을 한 김병욱 의원,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을 지낸 이규민 의원은 원조 이재명계에 속한다.. 문진석(충남 천안갑), 임종성(경기 광주을), 김남국(경기 안산단원을) 의원 등도 최근 커밍아웃한 이재명계 인사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덩치를 키웠다기보다는 실무적으로 필요한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이고 있는 것”이라며 “최근엔 정책을 자문할 학자들을 광범위하게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오현석·송승환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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