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오신환, 첫 토론서 '불꽃' 신경전..공약 검증에 패트 책임론 공방도
나경원 "그럼 조국 사태 때 가만히 지켜봐야 했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오신환 예비후보와 나경원 예비후보(기호순)가 16일 첫 토론에서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였다. 웃는 낯으로 서로 일격을 가하면서 뜨거운 토론 분위기가 연출됐다.
두 후보는 상대방 공약과 관련한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등 공약을 검증하는 한편, 2019년 당시 패스트트랙 책임론으로 공방을 빚기도 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오신환 예비후보와 나경원 예비후보는 16일 서울 용산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1차 맞수토론에서 맞붙었다.
먼저 칼을 빼 든 것은 오신환 후보였다. 오 후보는 "나 후보가 단일화 경쟁에서 지금 안철수 후보보다 뒤지고 있다. 그리고 본선에서 (경쟁력과 리더십에서) 분명히 문제점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에 나 후보는 "지금 (국민의힘 내에서) 안철수 후보보다 지지율이 잘 나오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국민의힘 후보로 결정되는 순간 엄청난 경쟁력을 갖는다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이어 "야권 단일화로 단순한 반문(반문재인) 연대를 넘어선 자유주의 상식 연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금태섭 무소속 후보와 조정훈 시대전환 후보와 소통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오 후보는 재차 "이번 선거는 중간(중도층) 싸움이 너무 중요하다. 결국 확장해야 이긴다"며 "강경보수 깃발을 들고서는 결국 승리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 않나. 가장 오른쪽에 있는 분이 말하면 될 것도 안된다"고 받아쳤다.
나 후보는 "제가 왜 가장 오른쪽에 있나. 늘 정치학회에서 조사하는 것을 보면 제가 우리당 의원들 가운데 오히려 중간에 가까운 성향으로 나온다"며 "자꾸 강경보수라 하시는데 재작년 원내대표 시절에 (패스트트랙 등과 관련) 저항한 걸 말하는 것 같다. 그런데 '조국 사태' 때 온 국민이 광화문에 나가는 데 가만히 쳐다보는 게 맞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오 후보는 "패스트트랙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이다. 반대만을 위한 반대가 낳은 결과가 무엇이냐"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코미디가 됐고, 공수처는 가장 최악의 상황으로 통과됐다. 막지도 못했다"고 재차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때 여러 번 말했지만 '최악을 막기 위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취해야 한다'고 했는데 하나도 못 막고 결과적으로 나 후보를 포함해 의원들이 기소돼 재판을 치르고 있지 않으냐"고 했다.
그는 또 서울시의회 의원 109명 중 101명이 민주당인 점을 지적하며 "위기의 서울시 상황에서 갈등과 충돌을 유발하는 리더십이 맞나"라며 "무조건 반대하고 강경하게 나간다고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나 후보는 이같은 지적에 "헌법을 유린하는 건 맞서야 하지만 시민의 삶을 지키는 건 충분히 공감이 가능하다"며 "4선 정치 경험을 잘 녹여서 시민의 삶을 위한 시정에 협치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국회를 유린하는 여당에 대해 당시 오 후보가 바른미래당 당론을 따르지 않았어도 됐는데, 아침에 페이스북 글을 올려 강제 사보임을 당하면서 (사태가) 촉발됐다"고 추궁했다.
오 후보가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사법개혁특위에서 공수처법 관련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당시 오 후보가 페이스북에 반대 의사를 밝히는 바람에 사개특위에서 강제 사보임 당하면서 여야 대치 상황이 격화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나 후보는 "오 후보가 그날 오전에 그런 글을 안 올리고 조용히 반대표를 던졌으면 그런 헌정유린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반격했다.
나경원 "청년수당 재원 어떻게 마련?"
오신환 "소상공인 이자지원 재원이 더 큰 액수"
공약 이행에 따른 재원 마련 방안도 토론의 주제가 됐다. 두 후보는 각각 나 후보의 숨통트임론과 오 후보의 청년수당 공약을 겨냥했다.
나 후보가 먼저 '1인 소득이 최저 생계비에 미달하는 청년에게 월 최대 54만5000원을 지급하겠다'는 오 후보에게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따져 물었다. 1년에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어떻게 마련하겠느냐는 것이다.
오 후보는 "2년 한시적 재원들을 공약한 것이어서 재정계획을 세워 10년에 3500억씩 줄이면 충분히 가능한 재원"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 후보의 '숨트론'을 향해 "제가 1조7000억원 만드는 게 문제라고 하는데, 6조원의 재원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고 역공했다.
그러자 나 후보는 "서울시 '순세계잉여금(매 회계년도 세입·세출의 결산상 생긴 잉여금)'만 해도 2조 원이 넘는다. 그걸 기본으로 해서 재정 다이어트를 하면 충분히 (재원을) 더 만들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발표 내용을 보면, 오 후보는 5000억원의 재난지원금을 기본 재원으로 하고 모자란 것은 지방채를 발행한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오신환 "청년·신혼부부 이자 지원, 중복지원 아닌가"
나경원 "태릉골프장 일대에 집 짓기? 그린벨트 훼손 옳지 않아"
두 후보는 부동산 및 복지 관련 공약과 관련해서도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오 후보는 토지임대부 공공주택에 입주하는 청년·신혼부부에게 최대 1억1700억 원의 대출이자를 지원하겠다는 나 후보의 공약을 겨냥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주거부담비를 줄여야 혼인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상식인 만큼 방향성은 잘 잡았지만 이미 '반값아파트(토지임대부 공공주택)' 혜택을 받은 분들이 또 다시 대출이자 지원을 받는 건 중복지원 아닌가"라고 따졌다.
이에 나 후보는 "민간분양 아파트를 사지 못하는 분들에게 두터운 사다리를 놓는 것"이라며 "저출산 문제와 관련, 부부에게 물어보면 다들 주거비용 때문이라고 답하고 있다"고 답했다.
나 후보는 '환매조건부 반반아파트 3만 호를 태릉골프장 일대에 공급하겠다'는 오 후보의 부동산 공약을 두고 "문재인 정부의 그린벨트 훼손에 찬성하는 것이냐"며 "그린벨트를 훼손하고 무조건 집을 짓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오 후보는 "비현실적이고 기초설계가 잘못된 숫자를 공약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정부의 8.4 부동산 대책 때 발표된 공공택지(후보지)를 염두에 두고 발표한 것이다. 현실적인 부분을 감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일리안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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