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歷知思志)] 철인왕후
역사 왜곡 논란이 일었던 tvN 주말 드라마 ‘철인왕후’는 조선 철종 시대를 배경으로 했다. 흔히 ‘강화도령’이라고 알려진 철종은 서울에서 태어났다. 강화도로 간 것은 14세 때다. 다만 형 이명이 역모에 휘말려 죽는 바람에 5년간 평민처럼 살았던 것은 사실이다. 드라마에서 철종은 세도 가문의 전횡을 견제하며 왕권 강화를 추구하지만, 실제로는 안동 김씨라는 처가에 의지하지 않고는 왕권을 세우기 어려운 처지였다. 그는 재위 초반 정치에 의욕을 보였지만, 얼마 안 가 술과 여색을 탐하다가 33세에 요절했다고 역사는 전한다.
철인왕후에 대한 기록은 우호적이다. 야심많은 캐릭터로 그려진 드라마와 달리 실제로는 조용하고 정치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효심이 깊은 현모양처였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남편(철종)이 요절해 27세에 미망인이 됐고, 둘 사이에 낳은 하나뿐인 아들도 생후 6개월 만에 잃는 등 불행한 개인사를 보냈다.
철인왕후는 안동 김씨가 배출한 마지막 왕후였다. 안동 김씨는 19세기에 순원왕후(순조)-효현왕후(헌종)-철인왕후(철종) 등 연달아 세 차례 왕후를 배출하며 세도정치의 중심이 됐다. 철인왕후의 부친 김문근도 왕의 장인이 되면서 호위대장·훈련대장 등의 군사 요직을 맡아 권세를 휘둘렀다.
조선 후기 외척 세력이 발흥한 데는 붕당을 억제하려는 국왕의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 영조 때 풍산 홍씨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늑대를 쫓아내고 여우를 들인 꼴이 됐다. 목적이 그럴듯해도 비정상적인 수단은 뒤탈을 만드는 법이다.
유성운 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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