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실책 덮으려다 혼선 자초, 당정청 허언과 변명들
김태년 "안면마비 부작용" 거론
정세균 "2월 중순 화이자"도 틀려
야당 "백신 관련 정부 신뢰 무너져"
코로나19와 관련해 26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예방접종이 시작된다.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늦었지만 국내도 코로나 사태를 진정시킬 계기를 맞게 됐다. 하지만 여권의 백신 발언을 두고는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희망사항을 말하다가 오히려 혼선을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게 ‘백신 위험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5일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 현장 간담회에서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속도보다 중요한 것이 안전성과 효능을 확보하는 것이며, 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능력도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 달여 뒤인 지난해 12월 21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전성을 최대한 검증하고 접종하는 것이 정부의 원칙”이라며 “(미국은) 백신 접종 후 알레르기 반응, 안면마비 등 각종 부작용도 보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을 중심으로 “왜 백신 접종이 늦어지느냐”는 비판이 쏟아지자 백신 접종의 부작용을 부각하며 맞받아친 것이다. 12월 23일엔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이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는 상황은 가급적 피해야 하고, 먼저 맞은 국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한두 달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다행스러운 부분”이라는 설명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백신 위험론은 며칠 뒤 급반전했다. 지난해 12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노영민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은 “충분한 물량의 백신을 확보했다”며 “내년 2월이면 의료진과 고령자를 대상으로 접종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26일부터 시작되는 백신 접종에는 65세 이상의 고령자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어떤 백신이 먼저 들어오는지를 두고도 오락가락했다. 안전성과 연관됐기에 예민한 이슈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 백신 첫 접종이 2월 말 또는 3월 초가 될 것이라는 건 방역 당국이 이미 밝힌 바 있다”며 “지금으로선 코백스(퍼실리티) 물량이 가장 먼저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될 경우 백신이 들어올 시기, 접종 시기 (모두)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받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국제백신공급기구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로부터 화이자 백신을 가장 먼저 도입할 수 있다는 걸 암시한 발언”으로 해석했다.
이틀 뒤 정세균 국무총리는 라디오에 나와 “(코백스로부터) 2월 초에 받겠냐는 연락이 와, 받겠다고 답변하고 지금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11일 뒤인 지난달 31일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어제(30일)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우리나라에 공급될 백신에 관한 공식 통보가 있었다”며 “이르면 2월 중순에 화이자 백신 약 6만 명분이 국내에 들어온다”고 밝혔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은 아무리 빨라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뒤인 2월 말 이후에 국내 도입된다. 화이자 백신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보다 먼저 접종이 시작될 수 있다는 문 대통령과 정 총리의 언급은 결과적으로 사실과 다르게 됐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16일 “2월 초·중순 들어온다던 화이자 백신 도입은 3월 초로 늦춰졌다. 얀센, 모더나 백신 역시 도입 시기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이미 백신과 관련해 그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을 깨닫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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